기획 > 만다라

'때문에', 아니 '덕분에'

편집부   
입력 : 2012-07-27  | 수정 : 2012-07-27
+ -

지난 봄 내내 연구실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것은 어느 날 문득 핀 매발톱꽃 덕분이었다. 매발톱꽃이 핀 화분은 사실 내 것이 아니었다. 시든 줄기만이 남아있던 화분하나를 얻어 겨우내 물을 줬었는데, 그 화분에 잎이 나고 꽃이 피었다. 그 꽃이 매발톱꽃이다.

매일 연구실 문을 들어설 때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매발톱꽃(일명 라트라비아타)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기대하지 않은 무언가에서 얻는 기쁨은 기대했던 것에서 얻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비록 겨울 내내 물을 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짓지 않는 복은 생기지 않고, 그 지을 때의 마음에서 복이 생긴다"라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것을 준다 해도 그릇이 없으면 가져갈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면, 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복전(福田)의 토대인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메마른 나무, 죽은 나무에는 싹이 나지 않고, 꽃이 피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을 메마르게 하는 것, 그것은 '-때문에'라는 마음이지 않을까.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어야 한다.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면 감사가 되고, 고마움이 되고,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때문에'라고 한다면, 그 '무엇 때문에'가 '때문에'로 인해 원망하게 되고, 불평하게 되고, 미워하게 되고, 불행이 된다. 이런 메마른 마음에 물을 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분노의, 불행의 씨만 자라지 않겠는가.

오늘은 해가 내리쬔다. 며칠째 폭염이다. 선풍기 '덕분에' 시원하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모래는 어떨까.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오늘 비바람이 불어도 내일은 개일 것이고, 어둠이 와도 아침엔 해가 뜰 것이다. '-덕분에.'

심인당의 법당에 연등을 달아 놓았다. 연등은 내 밖에 켜놓는 것이다. 내 안[마음]에는 어떤 등을 켜놓을까. '덕분에'라는 마음의 관등(觀燈)을 켜놓자.

신상구 위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