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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572호)

편집부   
입력 : 2012-01-06  | 수정 : 201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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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신행으로 다함께 큰길을 가는 원년을 열자

대일의 광명이 임진년을 활짝 열었다.

법신 대일여래의 광명이 가장 먼저 비춘 곳은 동쪽 하늘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자리였다. 중생들의 마음자리야말로 온 우주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내 한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이 온통 흔들리는 것도, 중생이 병들면 보살이 아픈 것도, 모두 한 중생 한 중생이 우주의 중심이요, 부처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혼탁하다면 내 마음이 혼탁한 탓이다. 세상 사람들이 큰 길로 가지 않고 잔꾀와 '꼼수'로 샛길과 갓길을 가고 있다면 불자들이 그러한 마음을 가진 탓이고, 불자들이 그러하다면 불교 지도자들이 큰 길이 아닌 샛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 지도자들이 그러하다면 또한 진각종 스승님들이 큰 길을 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찍이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불법은 체(體)요, 세간법은 그림자라" 하셨다. 지난 한 해 세상이 어지러웠던 것은 진각종 스승님들의 마음자리가 어지러웠던 탓이다. 어렵더라도 큰길을 가고, 외롭더라도 의로운 길을 걸었더라면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나 전혀 그렇지 못했으니 모두가 우리의 허물이 불러 온 결과다.

종조께서는 또 불법은 "글과 말로 전하지 못"한다 하시고 "심(心)의 본구점시(本具點示)함을 전했다고 말함이라" 하셨다. 이는 먼저 전하는 자의 마음이 청정해야 함을 이르는 말씀이다. 깨끗한 음식을 더러운 손으로 받아 타인에게 전해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까닭이다. 자신의 마음은 청정히 하지 않고 글과 말로써만 대중에게 불법을 전했다면 그것은 이미 불법이 아니거니와 이는 부처와 종조의 법을 팔아먹는 '중개인'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육행실천, 참회, 지은보은, 이타자리, 인과, 작복 등 숱한 가르침을 전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얼마나 그 가르침을 실천했는지 돌아보고 참회하지 않는다면 진언행자 누구도 심의본구 점시의 단계에 이를 수 없다. 법을 전하는 이가 큰 길을 가지 않고 정법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어찌 대중들에게 그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어찌 세상이 바른 길로 가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바른 이가 사법을 말하면 사법도 정법이 되지만, 삿된 사람이 정법을 말하면 정법도 사법이 된다(正人說邪法 邪法亦隋正 邪人說正法 正法亦隋邪)'는 야보 스님의 말씀은 정법이냐, 사법이냐의 문제 보다 근본이 바른 사람이 법을 전하느냐, 근본이 삿된 사람이 법을 전하느냐 하는 주체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대저 스승은 야보 스님의 가르침을 '다모클레스의 칼'로 삼아 스스로 근본을 다지는 일에 성성(醒醒)히 깨어 있어야 한다. 내가 근본이 되어 있지 못하고 삿되고 망령된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진각종단이 바로 서기를 바라거나, 진각종단이 바로 서지 않으면서 타종단과 타종교가 바로 서기를 바라고, 사바중생들이 바른 길을 가기를 바란다면 이보다 더한 오류와 착란이 어디 있겠는가.

성초 총인예하께서 신년법어를 통해 "종지(宗旨)를 지키고 공(公)을 앞세우며 정도로 걸어가면 이웃 대중도 그 길을 따라서 종교, 정치, 사회 등의 갈등과 부조리를 극복하고 세속의 사사(私邪)는 저절로 사라"진다 하신 것이나, 혜정 통리원장이 신년사에서 "신행의 문화를 다시금 바로 세워 미혹한 우리의 삶을 밝히고 이웃과 사회의 희망이 되는 불교문화의 주인이 되어주기 바"란다 한 것은 나 자신이 곧 세간의 체이므로 세간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종조의 말씀에 대한 주석(註釋)이다. 또한 두 분의 말씀은 우리가 지난해 정도를 걷지 않았다는 지적이요, 우리의 신행이 잘못 된 바 많았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이웃과 사회의 희망이 되지 못했다는 오류와 착란에 대한 경책이다.

행여 수행자가 되어 '사욕고행(捨慾苦行)'의 바른 길이 아닌 '탐욕불사(貪慾不捨)'의 삿된 길로 잘못 접어들지는 않았는지, 행여 교화자 되어 스스로는 큰 길을 가지 않으면서 종도들에게 바르고 큰 길로 가라 하지는 않았는지 새해 아침에 스스로를 되돌아 볼 일이다. 그래야 턱없이 높아진 진각종도들의 절대역치(絶對 値·신심을 고양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량)는 저절로 낮아질 것이다.

또한 후반기로 접어든 집행부가 추진하는 진각문화전승원 헌공불사, 회당문화재단 출범, 종조법전인 실행론 편찬불사, 사성지 조성불사 등이 원만히 추진됨은 물론 아직도 잔존하는 섹티즘을 극복하고 화합승가의 진면목을 보이는 길이 될 터이다.

임진년 새해는 국내외적으로 여느 해 보다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의 역할은 더욱 절실하다. 전국의 스승님들과 전 종도들이 금강 같은 신심으로 무장하여 위로는 불조와 종조의 뜻을 받들고 아래로는 만중생의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는 종단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