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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죽어서 시가 되는 삶이 있습니다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5-04  | 수정 : 200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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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는 내 것이 아니요/ 오온 또한 내 소유가 아니네/ 흰 칼이 목에 닿으니/ 오히려 봄바람 자른 것 같네" '조론'을 남긴 유명한 중국의 대석학 승조가 죽음을 맞아 남긴 글이다. 이 시는 죽음을 맞아 일생동안 느꼈던 육체와 오온의 허망함을 봄바람 자르듯 잘라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겠다는 여유가 느껴진다. 누구나 죽음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선사들의 임종게 속에는 죽음은 없다. 승려시인 정휴 스님이 선사들이 죽음을 맞아 토해 낸 열반송들을 모았다. 중국의 선사와 우리 나라 역대 선사들은 임종게를 선별해 묶은 '죽어서 詩가 되는 삶이 있습니다'에서는 죽어서 시가 되는 삶, 한 편의 시같은 삶을 남기고 떠난 선사들을 만날 수 있다. 정휴 스님은 이 열반송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지 않고 짧은 시의 형태로 평했다.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는 선사들의 담백하게 읽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나고 죽는 일로부터 초연해지는 것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정진을 해서일까. 여행을 떠나는 사람과 같이 임종을 준비하는 떠남의 언어가 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진리회귀의 영혼의 모음이 있으며, 앉아서 열반하기가 싫어 서서 입적하는 해탈의 몸짓이 있으며, 걷다가 문득 명상에 잠겨 보리수 잎을 잡고 입적하는 침묵의 언어가 있다. 비록 진리가 언어를 떠나 있다 하더라도 선사들이 남긴 임종게 속에는 해탈의 육성이 담겨 있다. 죽음을 죽음이 아니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수행의 절정이다. 죽음과 삶의 틈바구니에 애처롭게 끼어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정휴 스님 엮음/우리출판사/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