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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567호)

편집부   
입력 : 2011-10-14  | 수정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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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는 힘이 세다

문화(文化)란 한 민족이나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요, 그 민족이나 사회가 면면히 이어온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말한다.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한 영어의 'culture'나 독일어의 'Kultur' 등을 번역한 낱말이다. 원래 '농사(農事)' 또는 '육체와 정신을 돌봄'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졌지만, 문화의 개념은 점차 한 민족이나 그 사회의 정신적, 예술적 표현의 총체라는 의미로 형성되었다. 오늘날 문화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교양과 세련을 겸비한 예술적인 면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개념이며, 다른 하나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화로서 인류에 의해 이룩된 모든 것이 그 범주에 포함된다.

인간은 동물계의 다른 종(種)과는 달리 '문화를 지닌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구분된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Tylor,E.B.)는 문화를 "지식, 신앙, 법률 도덕관습,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하여 얻어진 다른 모든 능력이나 습성의 복합적 총체"라 정의하였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에 널리 전파되고 있다. 한때의 유행으로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K-Pop으로 불리는 우리의 대중가요가 이웃나라인 일본, 동남아, 중국을 거쳐 이제 유럽대륙과 미주 등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조차 없었던 외국의 일부 젊은이들이 대중가요라는 하나의 문화만으로 우리나라가 지구의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우리말 한글을 배우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문화는 힘이 세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 애니메이션, 대중가요가 그 나라의 힘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진각종단에서도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늦었지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기존의 교육, 복지에 더하여 문화의 3요소가 말 그대로 정립(鼎立)되어 종단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단이 젊은 신교도들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종단 문화의 창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타종교나 타종단에 뒤져 있는 청소년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널리 확산되어야만 종단이 더 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신교도의 증가는 곧 종단의 미래이다.

문화란 정지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부단히 진화 또는 퇴화의 길을 밟는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문화의 이러한 성격을 초유기체성(超有機體性)이라고 한다. 도입되었거나 개발된 새로운 지식이 유용한 것으로 판명되면 전체 사회에 확산되어 혁신이 일어나고, 그런 과정에서 기능을 상실한 낡은 문화요소들은 사멸된다. 그래서 새로운 종단 문화 창조가 더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새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를 확산시키고 보다 나은 결과를 거두려면 문화가 가진 모든 시스템이 함께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출판, 홍보, 공연, 문학동아리 활동 등 종단 문화에 관한 한 통합되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양성 또한 필요하다. 단 필요하지만 또 급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포교 효과가 크다고 하더라도 우리 종단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화가 가진 속성 즉 집단구성원에 의해 공유된다는 점, 문화는 학습된다는 점, 문화는 축적된다는 점, 문화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의 체계를 구성한다는 점을 충분하게 인식하고 하나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단과 종단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