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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게 쓰는 것이 영원한 복락의 인(因)이다

편집부   
입력 : 2011-06-20  | 수정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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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느덧 지나고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푸르름이 더해 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순환의 법칙 속에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고 최대한 계발하여 법계에 복전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옛날 사람들은 잘 가지고 있으라 하고 지금 사람은 잘 쓰라 한다"(종조법어록 736)라고 하셨다.

옛날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과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이 효를 다하는 것이라 여겼다. 재물과 자리, 권력, 권위, 직위를 잘 지켜 조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후세에 욕을 먹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였다. 세상이 그만큼 단순하고 도덕적이고 절용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쓰라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소유하는 것은 몸과 마음인데 일단 드러난 내 몸을 잘 써야 하고 특히 몸의 뿌리인 마음을 잘 써야 한다. 옳게 쓰면 부도 명예도 지식도 가져올 수가 있다. 현대는 모든 것이 복잡하며 물질시대이고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다. 옳게 쓰는 것이 지혜롭게 잘 사는 길이다. 그래서 회당대종사께서는 "근검절약할 때에는 재물이 적게 들어와서 절약하여 쓰게 되고, 오탁(汚濁)하게 들어올 때에는 청정하게 써야 한다"(종조법어록 739)라고 하셨다.

세간 사람들은 흔히 '복 많은 것이 잘사는 것이다'라고 한다. 많이 가진다고 해서 정말 행복한가? 소유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많이 가져도 더 많이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적게 가지면 적게 가진 대로 남과 비교해서 늘 불평불만을 하니 그 마음도 불편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옛날에 비해서 훨씬 물질도 풍부하고 먹을 것도 많은데, 오히려 굶주리고 아픈 사람은 더 많다. 먹을거리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쪄서 탈이 나는 시대이다. 그래서 소유한 그 때부터가 중요하다.

복에도 작복(作福), 계복(戒福), 시복(施福)이 있다. 작복은 선행을 통해 복을 짓는 것이고 계복은 애써 지어놓은 복을 까먹지 않고 잘 지키는 것이다. 지키는 것도 어렵고 중요하다. 그러나 시복은 복을 지키는 데서 머물지 않고 그것을 뛰어 넘어 복을 잘 쓰는 것이다. 현시대는 복을 잘 써야 한다. 몸과 마음과 재물을 보시하는 것은 물론 자기의 지식을 공유하고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은 밝아지고 있다. 소유하는 쪽에 마음이 기울어지면 나는 항상 부족하다.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지면 오히려 이상해진다.

옳게 쓰는데 중심을 세우면 나는 늘 채워져 있고 부자이다. 많이 가져 와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보내는 만큼 나는 늘 채워져 있다. 몸과 마음을 잘 쓴다는데 중점을 두면 나는 항상 행복하다. 그래서 부처님도 무조건 많이 가지라기보다는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는 많이 가져도 좋다라고 하셨다. 즉 옳게 쓰라는 가르침이다.

또 회당대종사께서는 "맑게 들어오면 밝게 나가며, 패역하고 탁하게 들어오면 탁하게 나가나 희사는 패역하게 들어온 것을 공덕이 되게 한다. 패역하고 탁하게 들어온 재물은 희사가 아니면 병과 도적과 벌금과 주색잡기로 나간다. 들어온 재물을 옳게 쓰지 않으면 노름과 잡기 주색으로 나가게 되고 우환이 생긴다. 희사공덕으로 각자 소망대로 된다. 매일 새롭게 희사하는데 새 것이 들어온다"(종조법어록 677)라고 하셨다.

'계곡의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를 만드나[牛用水而生乳] 똑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을 만든다[巳飮水而生毒]'는 말처럼 좋은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좋게 써야 좋은 것이다. 사람들은 마음 잘못 쓰는 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내 마음을 잘못 쓰게 하는 환경이 곳곳에 조성돼 있어 정신을 차려야한다. 마음이 청정한 사람은 재앙거리라도 좋게 만드나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은 좋은 것이라도 재앙거리를 만들어낸다.

마음이 맑으면 좀 좋지 않은 재료라도 복을 만들지만 마음이 맑지 못하면 좋은 재료라도 오히려 화를 만든다. 훌륭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늘 음식 찌꺼기로 남기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좋지 않은 재료라도 잘 활용하여 맛있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옳게 쓰는 것이야말로 선순환하여 참으로 잘 사는 길이고 행복한 길이고 영원한 복락(福樂)을 누리는 인(因)을 짓는 길이다.

능원 정사/ 종조법어연구모임 연구위원, 대명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