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열차 왜 못 달리나

노치윤 기자   
입력 : 2002-05-06  | 수정 : 200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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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별 인식부족·재정문제 봉착 실무단체 미온대처 시간부족 탓 봉축테마열차 운행은 지난해의 경우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팀의 적극적인 지지와 각 종단의 뜨거운 참여로 무난하게 이뤄졌다. 따라서 일반 시민과 불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첫 봉축테마열차는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 지하철 관계자는 "지하철 공간을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 무대로 승화시킨 '봉축열차'는 세계 지하철 역사에서도 유래가 없던 일"이라며 "봉축열차 이후 테마열차나 광고열차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봉축열차'를 기획한 실무자는 대통령상까지 받았으며 부장급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올해도 별 무리 없이 달릴 거라는 기대는 4월 29일 봉축열차의 실무단체인 지하철 풍경소리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올해 봉축열차 운행 불가의 가장 큰 원인은 '종단 실무진 스님들의 인식 부족'과 '실무단체의 안이한 대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봉축열차 탈선사고의 첫 시발점은 4월 15일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총회에서 조계종의 한 실무진 스님이 '봉축열차 동참여부를 종단 자율로 맡기자'고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곧이어 조계종이 불참 선언을 하자 이미 예산을 확보해 놓은 진각종을 비롯해 천태종, 태고종 등 주요 종단과 소수 종단들도 일단 두고보자는 식의 관망자세를 취했다. 이후 풍경소리가 '올 봉축열차가 운행하기 어렵겠다'는 내용의 간담회를 갖고 얼마 후 조계종은 지원금 1천만 원을 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조계종의 입장선회는 운행 불가라는 상황을 면피하려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과 함께 '결국 시간만 허비해 이 같은 결과를 빚었다'는 원망까지 사게 됐다. 또 하나는 실무단체인 지하철 풍경소리가 재정마련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종단협이 결의해 줄 것을 기대했으나 참여방식이 작년과 달라지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풍경소리 관계자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공격적이지 못한 재정확보 태도와 주요종단에만 의지한 점 등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봉축열차 운행을 위해 설치작가 4명은 지난 1월 기획안을 내고 기다려왔으나 4월 29일 "작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기획한대로 작품을 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려 최종적으로 운행불가가 결정됐다. 400만의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1천만 불자, 설치작가 모두를 실망시킨 올해 봉축열차 탈선사고가 내년에는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치윤 기자 nochi99@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