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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생활 속 부처님

편집부   
입력 : 2011-04-29  | 수정 :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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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미장원은 가격도 저렴하고 한가해서 이용하기도 좋고, 미용사 원장님과 뜻이 잘 맞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가까운 이웃이 되기도 하는데, 종교까지 없으면 진각종 신교도로 제도하기 위해 갈 때마다 희사를 하는 편이다. 그 날은 행사를 앞두고 미장원에 들러 머리도 자르고 드라이까지 했다. 보통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는데 머리 자른 값만 받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려서 할 수 없이 가격을 지불하고 나오는데 문 앞에서 원장님이 갑자기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잖아요"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원장님을 위해서 꾸준히 희사하는 것을 알았구나'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돌아서서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기도하는지…"하니 "왜 몰라요. 저희 가게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시고, 만나시는 모든 분들이 다 행복하고 편안하라고 기도 하시잖아요"하는 것이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심인이 통해서 진각종과 인연이 깊은 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신교도 한 명 늘었다고 좋아했는데 나를 너무 거룩한(?) 종교인으로 봐주는 원장님이 순간 고맙기도 했지만, 종교인의 근본 중에 근본을 말하는 모습에 부끄러워서 무슨 말로 답변을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그냥 웃고 돌아서서 걸어왔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언행자로 살면서 참 고마운 일은 일상생활 가운데 항상 부처님이 당체법문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우치게 해 주신다는 점이다. 당체법문은 종조님의 말씀처럼 유식무식 차별 없이 오직 삼밀행자만이 이 법문을 보면서 저절로 좋은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인데, 법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활 속 부처님을 잘못 보면 마장으로, 또는 고난으로 느낄 수도 있다. 순간순간 수행자로서 초심을 잃어버리고 나태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생활 속 부처님이 나타나신다.

새해49일불공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부처님이 탄생하신 초파일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석가탄신일은 돌아오지만 부처님이 오신 참 의미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탄생을 축하하며 같이 기뻐해야 하는데, 매년 하는 의례적인 행사로 환희한 마음보다 지치고 신경 많이 써야 하는 일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종교인의 근본을 생각하게 하는 생활 속 부처님을 통해서 반성해본다. 이번 초파일은 환희한 마음으로 즐겁게 준비해 봐야겠다. 젊었을 적 연등행사 때 처음 등을 들고 신바람 나게 진언을 외우며 두 세 시간을 걸었던 그 마음으로, 장엄물을 정신 없이 쳐다보던 시민들에게 불교를 알리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 열정으로, 치킨 한 조각의 간식으로 너무 행복했던 그 소박함과 순수함으로 준비하고 맞이해야겠다. 사람이 칭찬하는 것보다 진리의 복덕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잘 아는 내 마음 속의 자성법신에게 칭찬 받기 위해서라도….

승수지 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