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사설(제556호)

편집부   
입력 : 2011-04-18  | 수정 : 2011-04-18
+ -

'자등명'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자

올해의 불교계 봉축행사 주제는 '함께 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이다. 깨달음의 도구인 육바라밀 가운데 첫 자리인 보시행에 함께 동참하고, 수행을 위한 수행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그것을 완성해 가자는 것이다. 물질시대 중생의 삶은 소유를 그 중심에 두고 있지만, 인간의 행복은 결코 소유의 유무나 다소에 있지 않고 오직 그것을 베푸는 무소유의 원리에 있다는 것이 불법의 가르침이다. 또한 모든 종교의 본질이 수행과 정진에 있지만 수행 그 자체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더 많은 물질적 나눔과 정신적 화도를 위해 자신의 품격을 높이려는 것이 그 본원적 목표이다.

이웃과 세상을 위해 정신적, 물질적 소유물을 나누고, 수행과 정진을 통해 축적된 공덕을 회향하려는 불자의 서원은 숭고한 것이지만 그 서원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행사를 위한 도식적 봉축행사에 함몰되는 것이 오늘날 봉축행사의 실상이기도 하다. 진정성을 가지고 세상을 밝히려 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밝혀야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열반부법이기도 하고, 불교의 영원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자신을 등불로 삼는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고유의 가치가 있고 긍정적인 요소가 있으므로 그것을 찾고 밝히라는 것이다. 자신만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밝고 자신 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자신의 존재를 보지 못하고 부정적 측면만을 바라보게 되므로 스스로도 병들고 이웃과 사회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꽃이 아름답고, 식물이 싱싱하고 풍성한 것은 스스로가 지닌 것만큼 스스로의 모든 것을 분출해 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도 아름답고 정의롭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밝히고, 자신이 머문 자리부터 스스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구석도 밝히지 못하면서 남의 자리부터 비추겠다는 탐심과 어리석음이 오히려 이 세상을 더 어지럽게 하고, 모든 것들의 불성을 무명 속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봉축행사를 앞두고 불교계에서는 민족문화의 의식제고, 종교편향 종식, 자성과 쇄신의 5대 결사운동으로 새로운 등불을 밝히려 하고 있다. 불교의 역사성과 혈지성을 외면해온 정치권에 대한 경종의 의미가 깊지만, 무엇보다 불교 스스로도 자성과 쇄신이 앞서야 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허물을 먼저 참회하는 것이야말로 자등명의 첫걸음이다. 천등불사, 만등불사로 법당을 밝히고 거리를 밝혀도 자기 자신을 밝히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등불을 든 눈 먼'이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올해의 봉축행사는 대부분의 정치적인 행사들을 축소하는 것과 못지 않게 불자 스스로 자신의 자리와 구석을 밝히는 것은 물론, 불교 스스로도 진정한 자등명으로 자정의 촉수를 높일 수 있는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