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최선 다하는 것이 수행”

편집부   
입력 : 2010-06-01  | 수정 : 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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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깨닫지 못해도 수행자체가 기쁨입니다. 지금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지요."

하안거 결제를 하루 앞둔 5월 27일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과 인터뷰는 긴장이 고조됐다. 출가한지 50여 년이 넘었지만 언론과의 공식적인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적명 스님은 연신 터지는 카메라 셔터에 수줍음을 보이기까지 했다.

지난해 음력 정월 보름 봉암사 수좌를 맡은 스님은 당초 봉암사 수좌들이 조실로 모시려고 했으나 '법이 없다'며 조실을 사양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조실이란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름은 상관없다. 수좌 이름으로라도 조실 이상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명 스님은 "북두(北斗)를 남쪽으로 얼굴을 한 채 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론적으로 얼굴을 남쪽으로 하고 북쪽의 북두를 볼 수 없다. 의아해하자 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화두는 깨달은 사람이 보고, 느끼고,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그냥 이야기일 뿐이다." 스님은 이것이 화두의 시작이며 이로 인해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화두는 깨달은 사람의 말이며 수행의 방편이다. 이어 스님은 "깨닫지 못해도 화두를 들며 수행의 삶 자체가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님은 현대인들에게 '달마사행론' 중 보원행(報怨行)을 예로 들며 "인과를 믿고 따를 것"을 강조했다. "현재의 업이 과거에 지은 업이라면 지금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매순간 정진하면 지금 짓는 것이 미래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명 스님은 "봉암사는 원래 가난한 절이었다. 20여 년 전 고우 스님이 계실 때 종립선원으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며 "이제 외형적인 것은 끝났다. 내면을 갖추어야 할 시간"이라며 "대중들과 약속을 하였다. 이곳을 가장 정진 잘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이제 지켜 보라"고 말했다.

적명 스님과의 인터뷰는 짧지만 쉽게 마음 속에 새겨지며 긴 여운을 주었다. 그리고 스님의 봉암사에 대한 애정과 후학 양성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경=김민지 기자 213minji@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