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모를 뿐입니다”

편집부   
입력 : 2010-02-26  | 수정 : 20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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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해제 맞은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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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입니까?(Who are you?)”

“모릅니다.(I don't know)”

“그 대답에서 나(I)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 부처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셨습니다. 그래서 6년 동안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으로 정진하셨고, 어느 날 새벽 별을 보고 진정한 공성(空性)을 깨달으셨습니다.”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계룡산 무상사를 찾은 기자들에게 조실 대봉 스님은 “오직 모를 뿐”을 강조했다. 대봉 스님은 “세상은 더욱 부유해지고 있는데 우리들의 고통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모두 모를 뿐’이라는 자세로 정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봉 스님은 처음 무상사를 방문한 이들에게 선문답 시간에 ‘당신은 어디서 왔는가’ ‘당신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당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모두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우리 모두가 정진하는 것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대봉 스님은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1977년 뉴헤이븐선원에서 숭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하기로 마음먹었다. 1984년 화계사로 출가한 스님은 1992년 숭산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전법제자가 됐다. 이후 1999년 현재의 무상사로 와서 수행을 시작했고, 2000년 무상사가 정식 창건된 이후부터 조실을 맡고 있다.

대봉 스님은 1977년 뉴헤이븐선원에서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심리학과 교수한 명이 ‘미친 것은 무엇이며, 미치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숭산 스님은 ‘당신이 어떤 것에 매우 집착하고 있으면 미친 것이고, 어떤 것에 조금 집착하고 있으면 조금 미친 것, 집착하지 않고 있으면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스님은 “그 순간 내가 했던 10년 심리학 공부보다 그 말씀이 낫다고 느꼈다”며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집착하지만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나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일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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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 스님은 또 공안을 통한 깨우침을 강조했다. 스님은 “공안으로 깨달음의 씨를 뿌리고 그 씨를 자라게 하도록 하기 위해 공안을 주는 것”이라며 “공안 인터뷰(선문답)에는 두 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수행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혜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선문답을 통해 자신의 업을 드러내고, 탐진치에 의해 가려져 있는 지혜가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문답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대봉 스님은 무상사 창건 후 10년간 한번도 하안거, 동안거에 빠진 적이 없다. 대신 안거가 해제된 후에는 세계를 다니면서 법을 전한다. 이번 동안거 해제 후에도 3주간은 미국에서, 2주간은 유럽에서, 그 후 1주일은 러시아 선원에서 참선지도와 함께 봉축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계룡=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