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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밀교신문   
입력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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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번뇌를 벗어나는 길이다. 많은 사람이 어떤 목표를 성취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생각버리기 연습>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말했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표출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알아차림하면 번뇌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올해 들어 6월부터 9월까지 내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위에 지쳐서도 그랬을 것이고, 정말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담했다. 오직 더위가 빨리 물러가기만을 기다리는 소박한 원이 있었을 뿐이다. 무기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끈질긴 비루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기후위기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가의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은 내겐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 먼 나라의 이야기로 인식될 뿐이다. 가장 실질적으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매번 내가 먼저 참회하고 감사로 새로워지는 것이다.

 

올 무더위가 대재앙의 기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흔히 말하는 종이컵, 플라스틱 제품은 쓰지 말자는 말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누군가는 말했다. “내 목소리부터 낮춰야 새들의 노래도, 벌레들의 소리도 들린다. 그래야만 풀들의 웃음과 울음도 들리고, 세상이 진실로 풍요로워진다.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이다.”라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발한 바 있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이 대재앙의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날이 내가 참회로 새로워져 심인을 밝히는 일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우울 증세가 심각하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미안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 기성세대가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그래야만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 길은 있다. 우리가 매번 새로워지기는 힘들어도 매번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매번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매번 새로워지는 길이다.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라 명명하시고 참고 견디며 기다리는 세계라 하셨다. 종조님께서도 나날이 새로운 데 새것이 들어온다. 마음이 항상 새로우면 어떠한 것이라도 항상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다. 나날이 새로운 마음을 자져 평범한 속에 한없는 생활미를 발견함이 참으로 행복한 생활이다.”라고 하셨다.

 

올해는 사상 최대의 더위와 맞서야 했다. 주어진 오늘에 감사해야 한다. 지금 여기서 매 순간 탐욕을 버리고 열심히 현재를 살아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이제 가을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카이오와 족이 말하는 듯하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도, 이제 10월이 오고 있어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이 저만치 먼저 와 있다.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참회, 자비, 연대, 성찰하는 삶으로 새로워지는 것, 다름 아닌 시인의 마음으로 10월을 맞는다. 모두 막바지 무더위를 위해 건배, 절대 아프지 마시라. 부디 안녕들 하시라.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