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거룩하지 않은 것은 없다”

편집부   
입력 : 2008-12-15  | 수정 :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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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생명평화 탁발순례 5년 대장정 회향

“물은 논에 들어가면 벼를 살리고, 산에 들어가면 나무를 살립니다. 진정 자기를 빛나게 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이루고 싶습니다.”

도법 스님이 이끈 ‘생명평화 탁발순례’가 5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12월 13일 서울 보신각에서 회향했다. 2004년 3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된 순례길은 전국에 걸쳐 3만여리를 걷고, 8천여명의 사람을 만난 대장정이었다. 5년 전에는 생소하던 ‘생명평화’ 이야기는 이제 세상의 보편화된 화두로 떠올랐다.

순례단 회향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도법 스님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경제 타령이 줄어야 하는데 다들 경제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나는 5년간 얻어먹고 살았는데 다들 나만 못한 것 같다”면서 입을 열었다.

도법 스님은 “그래도 그 가운데 아담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은 잘못된 삶이다. 지금은 아담하고, 단순 소박하게, 조금 느리고 불편하지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10년의 선방 참선보다 5년 동안의 순례길이 더 유익했다는 도법 스님은 “어느 하나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방식은 상관없다”며 “필요하면 산중에서 할 수 도 있고 걸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인데, 확실한 건 걷다보니 나 자신은 걸으면서 스스로 단순하고 소박해져 여유로워졌다”고 전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순례전에는 부처는 거룩하고, 밥은 하찮은 것이며, 똥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부처만 찾겠다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밥 없이는 부처도 존재할 수 없고, 부처가 없는 똥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부처도 거룩하고, 밥도 거룩하고, 똥도 거룩한 것이다. 세상에 거룩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는 상대를 빛나게 함으로써 내가 빛나는 동체대비요, 연기법이며 이는 세상 이치 어디든 대입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전언이다.

도법 스님은 12월 1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생명평화기도회’를 갖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회향하고 지리산 실상사에 머무른다. 그곳이 원래 내 집이요, 다시 집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그곳에서 순례를 통해 정리한 대안적 삶과 대안적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