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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 이후의 불교계가 할 일

편집부   
입력 : 2008-08-29  | 수정 : 200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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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1천7백여년 사상 처음으로 제 종단이 망라된 불교인들의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대회'가 봉행되었다. 8월 27일 전국 각지에서 20여만 명의 불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과 불교폄훼 행위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하였다. 불교계가 이렇게까지 거리로 뛰쳐나온데 대해 정부와 위정자들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불교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과 이웃 종교인들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불교계가 갖는 상대적 피해의식에 대하여 함께 공감하고 국민화합과 상생을 다짐해야 한다.

문제는 범불교도대회 이후 불교계 및 정부의 행로이다. 정부는 아마도 공무원직무관련법에 종교차별행위를 금지하는 조항 정도를 추가하는 것으로 이 상황을 피해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불교계는 결코 이러한 조치 정도로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교계는 이날 다시 네 가지의 주장을 천명하였다.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 △종교차별금지 법제화 △시국관련 수배자에 대한 국민화합조치 등이다. 청와대는 이미 불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사항도 아니고, 어청수 경찰청장도 문책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시국사범 수배자들에 대해서도 법치질서 유지차원에서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불교도들은 추석까지는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고 이후에도 가시적 조처가 없을 경우 지방 권역별로 시국법회를 봉해하여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정부의 종교차별 행위의 규탄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하였다. 냉각기를 거치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우리는 진정으로 불교를 이해하고 국민화합을 바라는 정권이라면 즉각 그동안 불교폄훼 행위들의 진상을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문책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지각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종교편향 행위는 '성시화' 논란에 이어 '성국화' 논란으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이다. 한 민족이면서도 다종교사회인 우리에게 있어 이러한 종교적 갈등과 배타적 상황들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는 불교의 행동이 중요하다. 불교계의 현안이나, 문화재보호 차원의 지원을 늘려 받는 정도로 물러선다면 불교는 결국 그릇된 종교관을 가진 위정자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말 것이다. 조선왕조 5백년동안 박해를 받으면서도 법맥을 이어온 자존심을 결코 무기력하게 저버려서는 안 된다. 대학생불교연합회를 비롯한 각 신행단체들이 결연한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는 것 또한 죄악인 것이다. 때로 종교는 순교적 저항없이 그 정체성을 이어가기 어렵다. 정녕 무엇이 불교를 위한 것이고, 어떻게 불교를 지켜야하는 것인지 모든 불자들이 지혜와 행동을 하나로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