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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실용주의

편집부   
입력 : 2008-05-15  | 수정 : 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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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처음 중고생들이 시작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계층을 벗어나 꺼질 줄 모르고 번져 가고 있다. 급기야 국무총리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시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미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이 정도의 대책으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맞춰 졸속으로 협상을 진행하여 미국 내에서 조차 소비되지 않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발병률이 높은 특수부위까지 수입하기로 했다는 데서 국민적 저항심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침체된 한국경제를 회생할 기회가 될 한미FTA협상을 조기에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불가피한 과제라는 점에서 외교적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나,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국민건강권 및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데서 정부를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취임 3개월도 안 된 대통령의 지지율을 25%대까지 끌어 내린 이번 광우병파동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더 이상 실기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즉 쇠고기 수입개시에 대한 정부고시 방침을 최대한 늦추고, 국민과 야권이 원하는 재협상 혹은 추가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다른 국가들처럼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거나 보류하는 협정을 다시 맺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외교적으로 국제적 통상관례를 벗어나는 무리한 주장 일 수 있으나 그것 외에는 국민들의 감정을 잠재울 특별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 되풀이해서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협상과정의 불찰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관계자들을 문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입하기로 해놓고 안 먹으면 된다는 발상이나, 놀이문화가 부족해 청소년들이 광장으로 나왔다는 안이한 현실판단으로는 이 국면을 수습해 나가기가 어렵다. 차제에 이병박 정부는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권이라는 자만과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여론은 정권의 실정에 따라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의 실패는 단순히 이명박 정권의 불행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기에 이번 쇠고기파동 역시 감정적 반대보다는 국민적 지혜로 수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정서에 반하며 철학적 부재로 의심받을 수 있는 물질제일주의식 실용주의정책은 재고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