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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소실 문화재지킴이운동 계기로

편집부   
입력 : 2008-02-18  | 수정 : 200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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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소실되었다. 6백여년 간 질곡의 역사를 꿋꿋이 버텨온 나라의 대문이 자연재해가 아닌, 한 사회불만자의 방화로 불탄 것이다.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과 서울의 한복판에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라의 보물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숭례문의 소실은 일차로 문화재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에게 책임이 있지만, 문화재의 보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부족이 그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복원논의도 중요하지만, 문화재지킴이운동에 대한 새로운 각성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반만년 역사를 지닌 만큼 우리 국토에는 유무형의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국보 및 보물만 해도 수백여 점이 넘는다. 이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이 있고,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재산관리법 등이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행정적인 기능만으로 문화재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이번 숭례문사태와 같은 방화의 경우 화재예방 장치나 화재진압 메뉴얼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 소실에 이어 2006년 화성 방화사고를 겪으면서 정부는 목조문화재들이 대부분인 불교문화재를 중심으로 소방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왔으나 예산의 부족으로 불과 4~5곳 정도 밖에 시행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쳤어야 함에도 계속하여 소를 잃으면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숭례문 화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예산확보와 행정지원 확대를 위한 ‘문화재보호기금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고, 그 보다 범국민적인 문화재지킴이운동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미 문화재청에서 ‘1문화재 1지킴이운동’을 시행에 온 만큼 형식적인 계몽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불교계 스스로도 ‘문화복지연대’ 등이 주장하는 ‘1폐사지 1지킴이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문화재지킴이들의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보호활동이 없는 한 아무리 많은 예산과 법령이 뒷받침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거듭된 참화를 막기는 어려운 것이다.

차제에 숭례문 복원 논의도 신중하게 전개되기를 권고한다. 위정자들은 200억 원이라는 비용과 3년이라는 시간만 있으면 아파트 한 채 짓듯이 숭례문을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6백년이라는 시간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는 간단히 복원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선 숭례문이라는 그 이름이 지닌 숭고한 의미처럼 국보를 잃어버린 후손으로서 선열들에 대한 참회의 절차가 필요하고, 또 다른 재난의 방지를 다짐하는 엄숙한 의식도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 순간의 살풀이춤이나 관련자의 문책과 같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위정자들부터 역사 인식부재가 빚는 참담한 결과에 대한 반복 학습에서 비롯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