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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477호)

편집부   
입력 : 2007-08-31  | 수정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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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인질 석방과정이 남긴 것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우리 국민들이 40여 일만에 모두 풀려나게 되었다. 최초 21명 가운데 2명이 희생되고, 나머지 19명은 천신만고 끝에 풀려나게 된 것이다. 희생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금치 못하지만 이정도의 희생으로 풀려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인질 석방과정에서 우리는 다시금 국가의 존재와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정부의 최선을 다한 외교적 노려 끝에 인질석방이 매듭된 데 대해 그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그런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테러집단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관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경우는 규모면에서도 정부가 외교적 원칙에만 매달려 있기에는 너무나 상황이 심각한 것이었다.

사건은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가 남긴 의미에 대해 차분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탈레반과 인질석방을 위해 합의한 조건 중에는 연내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 철수, 이슬람에 대한 한국의 선교행위 금지조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준 큰 교훈 가운데 하나는 한국교회의 지나친 선교행위이다. 타종교의 선교행위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정부의 반대와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하면서까지 위험지역에 들어가 선교행위를 일삼는 것은 이번 사태처럼 국가와 일반 국민들을 엄청나게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차제에 한국교회는 그들의 분별없는 국내외 선교행위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하며, 정부는 보다 엄격하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해외선교에 대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해결과정에 정부가 많은 석방대금을 지불했다는 추측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가 대납한 인질들의 항공료 등 부대비용은 구상권청구를 통해 당사자들이나, 해당 단체에서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본다. 


윤이상선생 탄생 90주년의 의미

2007년 올해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 선생의 탄생 90주년을 맞는 해이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업적과 민족사랑 정신을 기념하는 단체에서는 9월부터 3개월에 걸쳐 국내외에서 ‘2007 윤이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우선 국내의 윤이상 관련 사업을 주관하는 윤이상평화재단은 탄생일인 9월 17일 기념식을 비롯해 제1회 국제윤이상음악상 시상, 윤이상앙상불 창단 등 중요한 행사들을 진행하며, 타계일인 11월 3일에는 봉은사에서 추모제도 봉행할 예정이다.

윤이상 행사에 대해 불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윤이상 선생의 음악작품 중에 ‘옴마니반메훔’ ‘나모’ ‘바라’와 같은 불교 작품들이 상당수 있고, 대다수 작품들이 우리의 전통음악과 민족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합창곡 ‘옴마니반메훔’은 진각종단의 창종 60주년에 맞춰 국내에서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무산된데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옴마니반메훔’ 한국 초연이 무산된데 한 가지 꼭 밝혀두어야 할 사안은 불교계 자체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했고, 또한 지휘자를 비롯한 합창단들이 개인적인 종교관을 내세워 불교곡을 공연하기 꺼려한데도 그 이유가 있었다. 엄격히 말하면 ‘옴마니반메훔’은 불교곡이 아니라 윤이상 선생의 곡을 공연하는 것임에도 편협한 종교관을 내세워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계적 작곡가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불교계의 인식부족이고, 역량있는 불교 예술인들을 가꿔내지 못한 불교계의 자업자득인 것이다. 한국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이 성료하길 기대하며, 아울러 윤이상 선생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전환적인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