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474호)

편집부   
입력 : 2007-07-11  | 수정 : 2007-07-11
+ -


세계인류평화서원탑 건립 의미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해인사 등지에서 열린 제28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서 양국 불교지도자들은 2년 후에 개최될 제30차 대회까지 세계인류평화서원탑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일명 ‘참회탑’으로 불리게 될 이 탑은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가한 죄악을 참회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안된 것으로, 향후 양국간 불교를 통한 우의와 친선을 강화하는 상징적 결과물이 되리라고 본다.

참회탑 건립과 더불어 이 대회에서는 지구환경정화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공감하고, 이 활동의 일환으로 소유지족의 정신을 고양해 나가자고 결의하였다. 불교는 환경친화적인 종교이고, 한일 양국 불교는 국가간의 적대적인 과거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불제자이며 불교문화공동체적인 공통분모가 있으므로 잘못된 역사 청산과 더불어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위해 공동의 보조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아직 위안부문제 등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양국간의 교류와 연대는 진정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양국 불교는 지난해 북관대첩비 반환을 성사시키는 등 신뢰와 유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으므로, 민족의 화해와 국가간의 공동 이익을 위해서도 그 역할을 증대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리가 주문하는 것은 최근 해결단계에 와 있는 북핵문제에 있어 일본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를 남쪽에 국한시키지 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문제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전에 흑암천과 공덕천의 비유가 있는 것처럼, 남과 북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므로 일본과 일본불교는 북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의 안정은 남북 당사자간 문제해결이 기본 조건이지만, 북일간 관계정상화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므로 북일간 관계회복을 위해서도 한일 불교지도자들이 공동의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바이다.


‘사회적 효’에 관심을 갖자

7월 15일은 우란분절이다. 우란분절은 불교의 전통명절 가운데 하나로, 선망조상을 추복하고 현세부모의 경복을 비는 의미가 있다. 보은(報恩)에 대한 의무는 불가의 4대 은혜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시 여기고 있지만, 전통적인 효의 개념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부모에 대한 효양은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그 정신만큼은 길이 보전해 나가야 하지만, 오늘날 가정의 문제가 출산율 저하와 핵가족화 현상으로 분화되어 가면서 무조건적인, 전통적 효의 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문제를 심화시켜 나갈 뿐이다.

중요한 것은 비생산적인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가는 시점에서 사회와 국가가 제도적 차원으로 자녀들의 부모 부양에 대한 의무를 분담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적인 여건 속에서 도의적인 관점 때문에 노인성질환과 무위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의 문제를 홀로 떠맞는 것은 정상적인 가정의 유지와 노인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사회와 국가가 효를 분담한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고, 선진화된 전문복지시설을 확대하여 개인과 국가가 함께하는 새로운 효의 정형과 복지모형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불교계의 사회복지활동도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을 한만큼 정신적인 효의 개념정립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