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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 칼럼 수미산정(473호)

편집부   
입력 : 2007-06-29  | 수정 :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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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필구(事理必究)로서 판단하자

불교는 인과를 가르치는 종교이다. 모든 사실이 법신불의 설법이고, 활동하는 경전이므로 생멸이 없는 그 진리는 인과로써 나타난다고 하였다. 인간사는 항상 시비가 있기 마련이다. 진리의 일을 행하는 종단의 일도, 결국은 사람이 행하기 때문에 때때로 시비곡직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현실 가운데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의 해결에 시각차가 있을 때,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께서는 ‘사리필구’하라고 하셨다. 즉 내가 당한 모든 일에 그 이치를 연구하고 판단하여 보라고 하신 것이다. 원인을 찾으면 반드시 그 인과가 내게 있다고 하신 것이다.

진각종은 ‘삼고(三苦)해탈’의 종단이다. 이른바 병고, 가난고, 불화고의 해탈이 그것이다. 삼고 가운데 가장 해탈하기 어려운 것이 불화고이다. 해탈이 어려운 만큼 불화고를 야기하는 인과는 그 과보도 무섭기 마련이다. 불화고의 원인은 집착이다. 집착은 바로 보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다. 팔정도의 첫 번째 덕목이 ‘정견(正見)’인 것은 그 까닭이다. 무엇을 잘못 보고 집착하는 것인가.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사견(私見)’인 까닭에 불화만을 야기하는 것이다.

세속에서는 불화고의 시비곡직을 세간법으로 가리려 하지만, 종단은 지혜로써 그것을 가려야한다. 불화고가 지나쳐 당사자들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절차적으로 종단에 기구가 있으므로 기구가 그것을 해결해야 하고, 기구마저 그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종단의 지혜로운 스승들인 종사(宗師)급 원로들이 해결법을 내놓아야 하고, 그 마저 여의치 않으면 종단 최고의 지혜로운 스승인 총인(總印)께서 이를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총인은 종단의 마지막 보루요, 최고의 스승이다. 그 판단은 절대적이고, 신성불가침이다. 그 불가침의 권위마저 무너뜨린다면 그 인과의 심판은 곧바로 법계에서 내리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는 스승도, 진언행자도, 신교도도 아니다. 

사리필구는 잘못된 원인을 한 단계씩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거슬러 보면 어떤 단추가 잘못 꿰어졌는지 알 수 있다. 잘못 낀 단추 하나만 바루면 될 것을 멀쩡한 옷을 못 쓴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불법은 체요, 세간법은 그림자’라고 하면서 세간법으로 종단법을 다스리려 해서는 곤란하다. 대망의 60주년을 맞아 ‘공덕되기 위한 마장’인 불화가 더 이상 세간적인 근심거리로 확대되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내금강 불교유적복원 원력을 세우자

외금강에 이어 내금강 관광길이 열리게 되었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된지 5년여 만에 커다란 숙원이 풀린 것이다. 금강산관광은 단순한 관광사업이 아니라 통일사업이고, 불교사업이다. 금강산관광이 단계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만들어가는 데는 내외적인 시련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려는 현대아산의 공로가 크다.

금강산관광에 불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사찰복원 등 범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금강산이야말로 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금강이라는 그 산의 명칭은 물론 주된 봉우리나 지명들이 대부분 불교용어이고, 곳곳에 불교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에 불교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불교의 역사와 유형무형의 자산을 되찾는 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공을 눈 앞에 둔 외금강의 신계사 복원사업은 금강산불교의 첫 복원사업으로써 커다란 의의가 있고, 남북 불교가 민족의 화해와 상생을 위해 원력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제 내금강 관광길이 열린만큼 내금강의 주요 불교유적들도 단계적인 복원의 원력을 세워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금강이야말로 마하연터, 장안사터, 표훈사, 묘길상 등 불교유적이 즐비하기 때문에 일반관광 보다는 불교문화유적 답사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역사성이 있는 주요 불교유적들이 현재처럼 표석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관광객들을 맞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금강 불교유적 복원에는 좀더 문호를 개방하여 범불교적 차원에서 유수의 종단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