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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465호)

지현 주필   
입력 : 2007-03-02  | 수정 : 200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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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불사의 종책 새롭게 점검해야 한반도의 안위를 위협하던 북핵문제가 '2·13합의'로 해결동기를 찾게 됨에 따라, 그 이행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핵전담 특사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북미관계가 순조롭게 전개되고 있고, 남북 간에는 8개월 여 만에 장관급회담이 평양에서 열려 인도적 지원사업 재개합의 등 새봄과 함께 해빙무드를 맞고 있다. 기본적으로 분단국가인 한국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정치, 경제, 민생 등 모든 문제들이 안정될 수 없다.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나라에 외국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자되기 어렵고,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하면서 경제회생이나, 선진복지 정책수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이 2만 불 국민소득을 달성하고 세계경제의 10위권 국가로 진입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2·13합의' 이행조치들이 중요한 것은 그동안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 동안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휴전협정체제가 평화협정체제로 나아가는 전환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북한도 강조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북한은 결과적으로 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무장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을 위협해 온 것은 미국의 대북한 강경정책에 따른 반사적인 자구책과 더불어 세계 대부분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의 몰락에 따른 체제불안이 작용한 측면이 강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다시 화해협력의 국면으로 접어듬에 따라 민간분야의 교류도 다시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불교계도 지난달 이미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갖는 등 발빠른 협력사업 점검 등 대화의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진각종단은 6·15 정상회담 이전부터 남북불교교류에 앞장서온 종단으로서 다시 종책적으로 남북불교교류를 견인할 여건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초기 교류 시 진각종은 진호국가불사의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통일기금을 조성하는 등 불교교류를 선도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타종단들이 신계사 및 영통사 등 지속적인 남북합작불사들을 추진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숨고르기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진호국가불사는 진각종의 단순한 종책을 넘어서는 종조의 정신인 동시에 종풍이기도 하다. 진각종의 생명은 이론이나 논리가 아닌, 그 정신을 생활 속에 실천하고 구현하는데 있다. 진호국가불사도 마찬가지이다. 식재, 증익을 법당에서 기도하고 서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실천이 더 중요한 것이다. 진각종단은 서둘러 통일불사 종책들을 점검하고 단순한 포교논리가 아닌 한반도의 평화정책을 열어 가는 대승적 차원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진호국가불사의 진정한 실천이 요구된다. 60주년불사와 승단의 화합 3월 초 새해49일불공 회향과 더불어 진각종단의 60주년 불사들이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총인원 재정비불사와 더불어 종조법어결집 등 60주년 회향사업의 핵심불사들을 차질 없이 성취하기 위해 범종단적인 차원의 종력을 결집해 나갈 계획이다. 모름지기 미래는 과거의 올바른 정리와 평가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단의 60주년 기념불사들도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과거 종사의 정리 작업들을 포함해서 포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결코 짧지 않은 진각종단의 종사는 주요 사건은 물론, 종조의 정신에 대해 재평가 및 정리작업이 필요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현실정치 참여에 대한 종조 인식에 대한 재해석이다. 아직도 교화일선에서 말하는 '우리 종단은 현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종조의 정신'이라는 교화논리는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종조의 정신을 왜곡하는 잘못된 관행인 것이다. 종조의 이 가르침 속에는 화합과 안정의 정신이 숨겨져 있다. 국가는 물론, 종단도 일을 맡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그 각자의 인연과 소명이 있는 만큼 그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불자다운 도리라는 깊은 가르침이 그 요체인 것이다.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정신 가운데 그 핵심은 화합과 자주에 있다. 이원자주의 논리는 바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공존을 위한 화합을 강조한 것이고, 인연의 성숙을 위해 자기 정진과 자주를 강조하신 것이다. 60주년 기념사업들이 차질 없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종책 집행에 대한 종력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종조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법집이나, 독선으로 종도들이 원하고 승가가 합의한 불사들의 원만성취가 차질을 빚는 일들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