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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석양을 보련다

김향지(위덕대 교수)   
입력 : 2006-10-27  | 수정 : 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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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총무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뜬다. 11월 둘째 주 토요일에 모임이 있으니 참석 여부를 알려달란다. 책상 위의 달력으로 고개를 돌리니 미리 정해진 중요한 일정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참석이 어렵다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신호음이 울린다. '혼자 너무 바쁜 것 같다. 건강이라도 챙겨라'는 답신이다. 요즘 들어 '시간이 없다' '바빠 죽겠다'는 말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이 되어 버렸다. 시간은 변함 없이 그대로인데 나 혼자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인데 시간의 소유자가 되기도 하고, 노예가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참된 소유자는 시간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데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너무나 많은 책임과 자극으로 가득하다. 휴식은 고사하고 단 몇 시간이라도 가만히 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잠시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인 전화기, 컴퓨터, 세탁기들이 있어 이전 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편안해 지기에, 매순간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몸과 마음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휴식 이후에 마음은 좀더 건강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되고, 창조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니 J 젤린스키가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말했듯이 석양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까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라.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을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감탄하기에 가장 적당한 순간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때이다. 오늘 저녁에는 잠시나마 깊어 가는 가을 캠퍼스의 해넘이와 함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