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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랑

김향지(위덕대교수)   
입력 : 2006-07-12  | 수정 :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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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제자가 올 겨울 제대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했고 스스로 찾아서 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받기 전에 빨리 답장 보내달라고 어리광 부리더니, 이제는 남은 군 생활 동안 복학준비를 위한 알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그 사이 많은 성장을 한 듯 하여 대견하기만 하다. 최근에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과 학점관리, 스케줄 관리까지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무척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성인기에 접어든 대학생임에도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왜 갖지 못한 것일까? 얼마 전 TV를 통해 독수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독수리를 돕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먹이를 갖다 주었다. 먹이가 떨어지면 다시 갖다 주는 것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먹이를 계속 얻어먹기만 한 독수리는 닷새나 굶으면서도 먹이 사냥을 않고 또 먹이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먹이를 주는 갸륵한 선행이 그만 독수리의 본래 야생성을 말살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길 기다려주기보다 얼른 달려가서 흙을 털어 주고 달래주었던 것이, 준비물을 챙기지 않고 등교한 아이의 전화 한 통에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가고, 기본으로 배워야하는 정리정돈과 청소하는 것까지도 부모의 몫이 된지 오래이다 보니 대학생이 되어서도 혼자 일어설 수 있는 정신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닐까?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하고, 풍부한 정서를 지니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이타심과 바른 뜻을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실천력 있는 책임감이 강한 인간을 육성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한다. 가정과 학교교육은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야성을 표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의지력이 강하고 자립심이 확립된 사람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인 대안을 지닌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자립정신, 개척정신은 저절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기성세대가 '겉 사랑' 보다는 '속사랑'으로 엄격한 교육을 해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