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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451호)

지현 주필   
입력 : 2006-06-30  | 수정 :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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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문화재 찾기 종력(宗力) 집중해야 1980년경 전라남도 선암사에서 도난 당한 불화 '팔상도'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경매 도록에 실려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즉각 경찰에 고발된 이 사건은 한국 도난문화재의 유통 실상이 얼마나 적나라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서울옥션' 측은 이 불화가 2004년 문화재청이 발간한 '도난문화재 도록'에 빠져있었고, 소장자가 믿을만한 컬렉터여서 수집경위 등을 수사하듯 따질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이야말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선암사 '팔상도'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997년에 발간한 '미술자료'에도 실렸고, 당사자인 선암사 박물관 도록은 물론, 조계종이 1999년에 발간한 '도난문화재백서'에도 실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이 해당문화재에 대해 조금만 주의력을 더 기울였어도 얼마든지 장물 여부를 걸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변명이나 이해 여부를 떠나 도난문화재에 대한 취득행위를 범법행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릇된 상업주의와 관계 당국의 잘못된 관리시스템, 그리고 그러한 틈새를 노려 성보를 재산증식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가진 자들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훔치는 것은 투도(偸盜)지만, 성보를 훔치는 것은 바라이죄(罪)에 해당한다. 바라이죄는 목련존자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무서운 죄업이다. 참으로 나쁜 것은 문화재의 밀매 행위가 잘못되고, 무서운 범죄임을 알면서도 그 성보를 장물 취급하고, 백주에 사고 파는 행위이다. 더욱 한국 최고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박물관이 도난문화재임을 알면서 그것을 사들이고 전시하며 돌려주지 않는 행위는 폭력이다. 아무리 돈 있는 골동품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문화재를 장물로 취급하면 그는 그저 장물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문화재 밀매가 성행하는 것은 관련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 제 84조에 따르면 도난문화재임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행위는 문화재 은닉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민법(제 249조)에 근거해 '선의로 취득하여 소유권을 인정받은 문화재는 범죄가 아니라'는 판례는 문화재의 장물취득을 부추기는 것이다. 삼성문화재단측이 경기도 가평 현등사 사리구임이 분명한 성보를 되돌려주기는 커녕 나폴레옹의 이빨이나, 베토벤의 머리카락에 비유하는 행위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것이다. 여염집의 사당이나 위패도 자손이 아니면 함부로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수백 년 동안 신심으로 지켜온 신앙의 대상인 불사리를 평범한 골동품으로 구입하여 재화로 취급하고, 사유화하려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설령 잘못 알고 샀다고 하더라도, 그 물건의 주인이 명백하면 돌려주고 사과하는 것이 인간사회의 도리인 것이다. 불교계는 성보문화재의 귀환을 위해 범종단적인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진각종단 2기 집행부가 할 일들 한국불교의 대표 종단 가운데 하나인 진각종 통리원, 교육원의 제 2기 집행부가 출범하였다. 지난해 범종단적 관심 속에서 출범한 회정 집행부가 취임 1주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종무 추진을 위해 행정부처의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을 단행한 것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총무부장, 문화사회부장, 각 국장급 보직스승이 진각종단의 출범이래 가장 젊은 스승들로 세대교체 되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 처장들이 젊어졌다는 것은 진각종단이 당면한 '창종 60주년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이며, 더불어 포교의 중심축을 점차 노년층에서 중년층이나 청소년층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통계청 인구조사 발표에서 한국종교 인구 중 불자의 감소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보도는 결코 참고사항 정도로 간과할 일이 못되는 것이다. 회정 집행부는 그동안 '종단 리모델링' 불사에 종무의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결과 총인원 내의 종무기관들을 재배치하는 한편 종단 주변의 담장 정비 등 종단 안팎의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어왔다. 더불어 지방 도량들의 대폭적인 주교 인사를 단행, 종무에 활력소를 불어넣고자 하였으며, 주요 거점도시에 신설 도량 계획을 세우는 등 본격적인 제 2기 종정쇄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소장 스승 중심의 제 2기 집행부에서는 회정 집행부의 3대 중점불사를 비롯한 창종 6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를 제대로 발족시켜 60주년 계기사업뿐 아니라 종단 1백년을 대비하는 중장기 불사들을 본격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각종단의 발전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새 집행부의 정진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