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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450호)

지현 주필   
입력 : 2006-06-15  | 수정 :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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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인식 바꿔야 불교인구 늘어나 우리나라 전체 종교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10.5%가 증가했지만 불교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통계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의 22.8%가 불교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10년 동안 카톨릭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는데 비해 불교 인구는 정반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동안 불교 인구는 수도권에서만 24만 명이 줄어들었고, 한국의 불국토라 불리는 부산에서조차 7만7천여 명의 불자가 줄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연유로 이와 같은 통계 결과가 나왔는지, 통계조사의 방식에 대해서도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냉정하고 철저한 원인분석과 함께 불교의 자기성찰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불교 인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2천497만 명 종교인구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1천72만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가 한국 최대의 종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타종교가 지금과 같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을 계속한다면 불교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불교 인구의 감소는 정체현상도 아닌, 퇴보의 징후로 이를 간과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불교의 위기는 앞당겨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 불자들로 하여금 불교를 떠나 타종교로 향하게 하고, 국민들로부터 등 돌림을 당하게 하는 것일까. 일차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교단 자체와 성직자들에게 있다. 교단의 운영구조와 포교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성직자들 또한 시국에 대한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므로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이제 우리 국민들에게 명분 없이 인연만을 강조해서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게 되었다. 불교가 세계의 학자들이 예견하는 명실상부한 '21세기를 불교의 시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6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만을 자랑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교단 운영의 투명성, 신교도와 함께 하는 종단, 생활의 방편쯤으로 보이는 수행으로는 불자들의 마음을 잡기가 어렵다. 세계 최강의 IT공화국,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복지와 웰빙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포교방편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인정(寶印定) 정신'을 본 받자 승속동행의 종풍을 진작시키며 한 생애를 중생교화와 불교 발전을 위해 헌신한 진각종단의 원로, 보인정 스승이 원적(圓寂)하였다. 생활불교, 실천불교의 종지를 선양하는 재가종단인 진각종단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참 수행자들이 많지만, 특히 이번 입적한 보인정 종사는 말법시대의 스승상을 몸소 구현한 아사리 중의 아사리로 회자되었다. 보인정 스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굴의 대 정진력, 누구를 막론하고 섭수하는 대 포용력, 남김없이 베푸는 대 희사심으로 승단은 물론 전국 진언행자 사이에서도 그 따르는 이가 무수하였다. '보인정 정신'이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이 시대 성직자들의 교화이념이다. 무소유의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승단의 권위나 세속적 소유는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보인정 스승처럼 정진하고, 보인정 스승처럼 실천하고, 보인정 스승처럼 중생을 대하면 아무리 일천제의 근기라 해도 제도되지 않는 중생이 없을 것이다. 보인정 스승은 평생의 도반인 각해 전 총인과 함께 이르는 곳마다 교화를 활성화 시켰고, 신교도들을 해탈시켰다. 뿐만 아니라 승단의 화합을 위해서도 언제나 치우침이 없어, 종단 발전과 안정의 초석이 되었다. 무엇 보다 보인정 정신으로 요약되는 것은 '회당정신의 실천'이다. 특히 '물질시대는 물질을 옳게 써야 생활고가 없어진다'는 가르침과 실천은 종파를 초월하여 이 시대 모든 중생들이 새겨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보인정 스승은 열반에 드셨지만, 그 정신과 유훈은 진각종단의 '오늘의 스승상'으로서 길이 이어가야 한다. 진각종단이 무상의 신행을 강조하는 까닭에 대사승의 진신유골 역시 산내연수원에 사대(四大)로 돌려드리지만, 하루속히 영묘전이 마련되어 선사들의 생생한 애종심을 후학과 신교도들이 일상적으로 추모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