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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제449호)

지현 주필   
입력 : 2006-06-01  | 수정 : 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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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민심의 흐름 제대로 읽어야 5·31지방선거는 정부 여당의 사상 최악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해 과연 이렇게 참혹하게 무너질 정도로 정부 여당의 실정이 심각했는가를 의심할 만큼 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가혹하고 냉정했다. 여권 지도부가 그토록 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미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렇게 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했는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차분히 헤아려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선거로 말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 객관적이고 분명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단 정부 여당에 대해 실정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단순한 자성이 아니라 국민들은 현 정부 여당을 사실상 불신임한 것이기 때문에 여권의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그나마 더 이상의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하여 개혁세력의 재통합을 위한 최소한 희생하는 모습만이라도 보여 주어야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도 마냥 고무될 일만을 아니다. 우선 저조한 투표율이 합리적인 민심의 표현이라고는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았고, 야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무조건적인 신뢰라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 이득이 컸던 것이다. 따라서 야당도 이번 5·31 선거결과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민심의 흐름을 바르게 짚어 나가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급속한 정치지형의 변화로 가뜩이나 자신감을 상실한 여권 지도부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여권에게는 국회의 다수당이라는 막강한 프리미엄이 유효하기 때문에 국정에 대한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을 더 망설일 것인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바꾸고, 정권을 바꿔야 한다. 그래도 세상이 바뀌지 않은 때는 마침내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자신들이 변할 때 세상이 변한다는 이치를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헌신한 진언행자 이번 5·31지방선거의 결과는 진언행자들의 경우에도 그 성향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진각종단과 불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들 가운데 당선의 영광을 안은 이들도 있고, 숙연한 격려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어쨌든 같은 진언행자로서 모든 것은 자신의 인연이기에 꿈을 성취한 사람은 사람대로, 꿈을 다시 내일로 미룬 사람은 사람들대로 불자의 우의와 도반의 사랑을 나눈다.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탓에 국민들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과 바람에 좌우되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종단이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지지로 정서를 왜곡하지 않고, 중심과 분별심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진정한 진호국가불사는 특정 세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냉정한 시각과 민심의 온전한 유도인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을 성취한 산하시설의 종사자들과 신교도들의 선전은 진언행자들의 자긍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향후 종단에서는 종책적으로 인재발굴과 양성의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후견인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불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불교의 인재육성이 공론에 치우치고, 그 실천이 부족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어려운 관문을 뚫고 성공한 진언행자들에 대해서는 종단의 외연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도 그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비록 이번 선거에서 아쉬움을 간직한 사람들도 더욱 정진하고 좋은 인연을 닦아 더 좋은 결실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며 진언행자들의 변함 없는 성원과 기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