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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제443호)

지현 주필   
입력 : 2006-03-06  | 수정 : 200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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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범죄 근절위한 관련법 강화해야 연일 터지는 성폭력 범죄로 나라가 온통 어수선하다. 성폭력 범죄가 어제, 오늘의 사회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하는 추세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웃집 어린이를 추행한 것도 모자라 살해하고 화장까지 한 인면수심의 흉악범이 있는가하면, 수형인을 교도해야할 교도소 안에서까지 재소자에게 성적 괴롭힘을 가하고 축소 은폐까지 시도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급기야 중진 정치인까지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하여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관련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미개한 나라도 아닌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어린 학생들의 등하교가 불안하고, 여성들의 외출이 불편한 나라라면 그 사회의 안전망과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윤리의식의 부재를 탓하기 전에 민생치안의 해이한 점부터 다잡아 나가야 한다. 성폭력 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아주 치졸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저질범죄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에까지 평생의 고통을 안겨주는 잔인한 범죄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차별해서 엄격하게 다스리고, 상습적 범법자는 사회로부터 유리시켜 놓아야 한다. 교육과 계몽도 중요하지만, 성범죄 근절을 위한 관련법을 조속히 입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성범죄가 이렇듯 만연한데는 아직 우리 사회의 저변에 군사문화의 잔재와 남성우월주의적 봉건적 사고가 해소되고 있지 않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변화하고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도 상당부분 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남성들의 성의식이나 지도층의 윤리의식은 '도덕불감증'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약한 자극에 관성이 생겼다면 더 강한 자극으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성폭력상담소 이사장까지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의 성범죄는 법에 따라 형평성 있게 처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북관대첩비 반환의 의미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장교에 의해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가 돌아온 북관대첩비가 3·1절을 기해 원래의 자리인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특히 이번 북관대첩비의 반환과 북녘 귀환에는 남북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민간외교의 또 다른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된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대장이었던 정문부 장군과 전국 의병들의 승전 소식을 기록한 비로써 일본인들에게는 치욕적인 유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 비를 100여 년 동안 야스쿠니신사에 방치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이 지난해 광복 60주년을 기해 한 지각 있는 일본인 스님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남과 북의 불교계 인사들이 발벗고 나선 끝에 해외로 유출했던 국보급 유물이 처음으로 한반도에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북관대첩비 반환식은 3·1절 당일 판문점을 거쳐 개성에서 남북 합동으로 반환식을 거친 후에 본래의 자리인 함경북도 길주로 옮겨져 복원된다. 북관대첩비는 일본으로 옮겨지는 과정에 지붕돌도 깨지고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던 것을 남측에 오면서 일부 고증을 거쳐 복원이 되었고, 북쪽에서도 지하에 묻혀 있던 기단석을 발굴해 놓았다고 한다. 실로 100여 년 만에 민족정신의 상징적 기념일인 3·1절에 남북이 하나 된 국보급 유물의 역사적인 재통합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북관대첩비 반환을 계기로 아직도 국외에 떠돌고 있는 무수한 문화재들을 반환하는 작업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유출 문화재의 반환과정에 민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북관대첩비 반환 과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