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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아가페로 종교간 대화 문 열어야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4-14  | 수정 : 200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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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그리스도교에서 보이는 아가페, 즉 정의와 한 몸이 된 사랑에 대해서 편견 없는 경청을 필요로 할 것이며, 그리스도교는 초기불교의 지혜적 음성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리의 차원에서 상당한 이질성을 보이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는 과연 가능할까? 국내 불교학 박사학위 1호 곽상훈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가 불교의 자비와 그리스도교의 아가페를 중심으로 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불교학연구회 주최로 3월 12일 열린 제 29차 학술발표회에서 곽 신부는 "붓다는 무상하고 괴로우며, 예수는 죄와 불의와 압제가 지배하는 역사의 종말을 고하는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선포했다"고 설명하며 "열반과 하느님 나라라는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구원의 이상 속에서 종교간의 대화를 위해서는 자기 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다른 종교의 가르침에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불교의 자비와 그리스도교의 아가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나아가 고타마 붓다의 법을 살아있는 법으로 만들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살아있는 말씀으로 만들기 위해서 불자는 불자답게, 그리스도교인은 그리스도교인답게 그 진리를 충실히 궁행해야 한다"고 말한 곽 신부는 "불교는 그리스도교에서 보이는 사랑에 대해, 그리스도교는 초기불교의 지혜적 음성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곽 신부는 "달라이라마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형이상학적인 분야의 상이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거의 유사한 종교적 목적과 효과를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며 "두 종교의 교리는 이질성을 가지지만 자비와 아가페라는 덕목에 있어서 성숙된 인격자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교간의 대화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류제동 서강대 강사는 "자비가 지혜의 언어로, 아가페가 의로움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데에 공감한다"고 말하며 "지혜와 적정이 의로움과 만나서 서로 충돌할 것이냐 상호 보완적으로 조화를 이룰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 보다 천착될 과제로 여겨지며 상호보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천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