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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치료학회 학술연찬회

손범숙 기자   
입력 : 2005-04-14  | 수정 : 200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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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연예인이 우울증과 불면증에 의해 자살한 것과 관련,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나 심리적 강박감 등에서 오는 정신질환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불교의 선수행과 정신치료에 대해 비교하고 그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정신치료학회(회장 이정국)는 3월 26일 서울대병원 치과병원 8층 대강당에서 '선수행과 정신치료'를 주제로 한 학술연찬회로 열고 선수행을 한 스님들과 정신치료 전문의들이 모여 선수행과 정신치료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선수행과 정신치료의 비교'에 대해 주제 발표한 박병탁(박병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박사는 "정신치료에서 지적접근을 통해 과거, 현재, 전이의 관계를 관찰하는 것은 선수행의 관(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신치료는 사고하는 나와 사고의 대상이 하나가 되는 주객합일, 무심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선수행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즉 "정신치료와 선수행이 모두 의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 의식 자체의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깊게 도달했는가 하는 차이가 있다"고 박 박사는 지적하며 "선수행과 정신치료간에는 유사성이 많지만, 그 목표와 과정상의 차이 또한 많으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선은 선이고 정신치료는 정신치료일 뿐, 다만 정신치료자가 선을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선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선수행자 역시 치료를 직접 받아보지 않고서는 정신치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선수행 경험담을 통해 선수행과 정신치료의 상관성에 대해 발표한 전현수(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박사는 "정신질환자들은 과거나 과거를 벗어나기 위한 헛된 미래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에서 오는 고통을 가만히 관찰하고 의식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일어났다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위빠사나 수행은 그런 맥락에서 정신치료와 유사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수행을 정신치료에 접목하고 있는 전 박사는 "환자의 경우에 따라 수행을 병행했을 때 치료의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웅(서울 육조사 선원장) 스님은 "선심을 만나자마자 분별심이 사라지고, 깨달음의 성질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정신치료의 성질과 동일한 선수행"이라며 "종교와 정신치료가 동일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반면 자비수관을 통해 수행지도를 하고 있는 지운(대구 용연사 주지) 스님은 "선수행의 과정은 몸과 마음의 상호관계를 예의 주시하는 것, 즉 과거의 경험을 포함하고 있는 몸의 감각을 관찰함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정신치료와 선수행 과정에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정신치료는 타인의 도움으로 나를 보는 것이고 수행은 자아분열을 통해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으며, 또 과거를 회상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치료는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해, 그런 점에서 감각의 해결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선수행과는 엄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이동식(동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박사와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종범 스님을 좌장으로 한 패널토의에서는 과연 선수행과 정신치료가 같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2시간 여 가까이 진행됐다. 이날 학술연찬회는 이론적인 발표보다는 선수행에 대한 실제경험을 듣고, 선수행 경험이 많은 스님들과 정신과전문의들이 상호간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손범숙 기자 ogong@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