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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복이 많음을 깨달은 순례길"

밀교신문   
입력 : 2023-12-28  | 수정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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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인도·네팔 불교성지순례

대전교구 금강회장 보현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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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부터 11월 23일까지 10박 11일의 대전교구 인도·네팔 불교성지순례는 대전교구청장 의신 정사님을 비롯한 19명이 참여한 가운데 인천공항을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인도 델리공항에 도착했을 때 반겨주는 인도 사진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며, 이제부터 인도여행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먼저 찾은 인도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게 관람한 것은 부처님 사리탑이다. 유물의 대부분이 부처님 조각상이고 나머지 다른 유물들도 불교와 관련된 조각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인도인들의 조각 기술이 매우 탁월했던 것 같다. 박물관 견학을 온 어린이들과의 기념촬영은 잠깐이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릭샤, 오토바이, 오래된 버스가 섞여서 일사분란하게 오고 가는 거리 모습에서 인도인들의 넉넉한 심성을 느끼게 된다. 차선도 없는 도로를 양쪽에서 끝없이 무질서하게 오고 가도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전혀 없는 운전자들이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농촌의 풍경을 많이 보았다. 4모작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인도인들은 식량 걱정 없고 기온이 연중 따뜻하여서 생활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태평한 성격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시골 도로를 달리다가 화장실이 필요할 경우에 나무숲이나 건물 뒤편에서 적당히 볼일을 보는 것이 허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사르나트(녹야원)에 도착했다. 부처님의 설법지답게 넓은 공간에 단상들이 여기저기 조성되어 있다. 아쇼카 석주를 보고 담맥 스투파를 여러 바퀴 돌면서 부처님을 생각했다. 이곳에서 교구청장님 집전으로 강도불사를 봉행했다.
 
갠지즈강에서 강물에 시체의 일부분이 떠다닌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룻배를 타고 갠지스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소원등을 띄우고, 강의 언덕에서 붉은 불빛이 보이는 곳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사를 대범하게 생각하는 인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의식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언덕의 한쪽에서는 화려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었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갠지스강의 광경들을 직접 보고 나니 삶이 한층 경건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튿날 새벽 일찍 갠지스강의 일출을 보려고 복잡한 새벽시장을 거쳐서 갠지스강 일출 전망대에 나갔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보지 못했다. 멀리 낙타가 지나가는 행렬이 보였다.
 
부처님 성도지 부다가야에 도착했다. 마하보디 대탑에 모셔진 부처님을 참배하고, 보리수나무 금강보좌 아래에서 다시 한번 강도불사를 봉행했다. 전 세계의 불자들이 많이 모인 탓인지 매우 복잡하고 여기저기 불경을 외우는 이들이 많았다. 열반지인 쿠시나가르에서는 열반당에 모셔진 와불에 스리랑카, 버마의 승려들이 노란 천으로 와불을 감싸며 소원을 비는 의식을 하느라 주변이 매우 복잡하였다. 우리 일행도 와불을 여러 바퀴 돌면서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이곳에서도 교구청장님의 집전으로 와불 옆에서 강도불사를 봉행했다. 열반당을 나와 다비장을 관람하면서 부처님 다비식이 어떻게 봉행 되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열반당 뒤편 광장에서 붉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룸비니 가는 길은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현대화 되지않은 출국수속으로 많이 기다려야 했다.
수목원 같은 넓은 공간에 세워진 마이데비 사원은 세계 4대 성지중의 하나로 맨발로 참배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행 모두 신발을 보관하고 맨발로 사원 경내와 주변을 관람했다. 이곳이 부처님 탄생지라는 사실은 아쇼카 석주에 새겨진 부처님 태어난 곳이 이곳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설산 위로 지는 석양을 보기 위하여 전망대를 향하여 트레킹을 하였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히말라야 설산 위로 지는 석양을 가슴 뭉클하게 감상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갠지스강의 일출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더욱 이날의 석양은 잊지 못할 체험이 되었다. 정말로 황홀한 석양을 평생 처음 본 것 같다. 모두가 부처님께서 불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옴마니반메훔. 다음 날 새벽, 이번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리조트 옥상에 모였다. 우리 일행이 복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히말라야 설산 위로 지는 석양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일행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진각종의 네팔 반야포교소(포교사 지모)에서 강도불사를 봉행했다. 반야포교소 금강회장은 환영의 목도리를 목에 걸어주며 환영했고, 현지 신교도들과 합동 다과회를 갖고 교구청장님 집전으로 강도불사를 봉행했다. 우리 일행은 기념품(홍삼과자)과 금일봉을 선물했다. 
 
끝으로 불교의 동쪽전파의 시발점이 되어서 유명해진 스왐부나트 사원을 순례했다. 원숭이 천국이자, 동전 던지기로 행운을 비는 연못이 갖추어진 사원은 네팔인들의 휴식처 같았다. 사원에서 싱잉볼을 구입했는데, 싱잉볼의 소리가 마음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순례에 동참한 19명의 도반들이 모두 건강하게 귀국하게 되어 감사하고, 모두에게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의 가피가 내려지길 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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