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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無)로 바라보기

손범숙 기자   
입력 : 2005-02-24  | 수정 : 200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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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연히 행복에 얽매여서 행복을 잃고 있다. 자유에 얽매여서 자유를 잃고 있다. 소설이든 영화든 또는 현실이든,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성공하고 행복해야만 독자나 관객이 희열을 느끼고 감동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지우고 세상을 보면' 다시 말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려고 하면'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수가 있다." 석지명 스님의 '무(無)로 바라보기'에는 무를 통해 자유롭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담겨있다. '무(無)'란 없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무한히 변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 저자는 죽자살자 덤비는 우리의 미혹과 헐떡거림을 무로 바라보라고 설파한다. 석지명 스님이 신문과 잡지를 통해 발표했던 칼럼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정치, 사회, 문화, 경제에 관한 세상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히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알기 쉬운 내용과 형식으로 글을 마무리짓는 스님의 글 솜씨가 돋보인다. 또 어렵고 난해한 불교세계도 구수한 옛날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세심한 배려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20년 된 낡은 무중력요트로 5개월간의 태평양횡단을 완주한 지명 스님. 스님은 "아직 화가가 되고 싶고, 가수도 되고 싶고, 씨름꾼도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몸과 마음과 재능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무로 관찰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어느 것에 의해서도 부서지지 않는 행복을 찾는다면 스님의 '무로 바라보기'가 약간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범숙 기자 ogong@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