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세계

밀교신문   
입력 : 2022-10-05  | 수정 :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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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꽃&차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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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핀 차 꽃

 

많은 사람들이 차는 마시는 음료라고만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차는 단순한 마실 거리를 뛰어넘어 천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역사와 문화로서, 인간의 품성을 다스리는 정신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차는 매우 과학적이고 정신이 깃든 문화이며 심신수련(心身修鍊), 정신수양을 위한 조화로움을 지니고 있다. 차(茶)는 한가롭게 시간적 여유(餘裕)가 있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요즘처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다.

 

차에 있는 각종 성분이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성분과 효능으로 몸의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완화 해주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잔의 차는 자신의 내면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해준다. 차를 마시다 보면 맑은 정신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대화의 장이 열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한 잔의 차를 마신다는 것, 한 잔의 차를 선택한다는 것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차는 정신적 개념과 물질적 개념이 연계되고 있다. 차를 다룰 때는 정성을 들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므로 겸손해져 예의(禮儀)를 갖추게 되고 상대에게 예(禮)를 다하게 된다. 차문화는 차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 방법, 예의범절 등을 포괄하므로 타인을 배려하는 가운데 서로의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고 베풂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직접적인 소통(communication)을 가능케 한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정신이 깃든 문화, 인격적 학문, 종합 예술문화가 차문화이다. 


가을이 시작인 지금은 차나무에 차꽃이 한창 피는 시기이다. 1년의 기다림 끝에 서로 만나는 차씨가 담긴 열매와 서리에 흰빛을 더해 푸른 가을에 빛을 발하는 순백의 차꽃. 흰색 꽃잎에 노란 수술이 있는 차꽃은 찻잎 사이에 가려 소박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을 지닌다. 녹색의 찻잎 속에서 하얀 다섯 개의 꽃잎이 노란 꽃술을 살포시 감싸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예(禮)를 갖춘 듯함에 차꽃을 예화(禮花)라 한다.


차꽃은 9월 말경부터 11월에 걸쳐 피는데 기후가 바뀌면서 차꽃이 피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가을에 피는 차꽃은 만개한 후 꽃잎이 지면서 열매를 맺기까지 1년이 걸린다. 차나무의 열매는 갈색의 단단한 씨앗을 품고 있는데, 연꽃 씨인 연자(蓮子)의 빛깔과 모양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봄에 꽃이 피어 지고 난 다음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보통의 나무와는 달리, 차나무는 가을에 꽃을 피운 후 작은 열매를 맺는다. 만개했던 꽃잎이 떨어지면서 맺은 열매가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가을 차꽃이 필 때 작년 열매가 비로소 완전히 영글어진 열매들이 한 가지에 맺혀있다 떨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한 나무에서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어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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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씨를 품고 있는 열매(작년에 핀 차꽃이 지면서 맺은 열매가 겨울을 넘기고 1년 만에 영글어진 모습)

 

겨울철 추위나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인 차나무의 성품을 두고 선조들은 의로움을 따라 행동하며 굽히지 않는 윤리적 도덕적 실천의 근원으로 여겼고, 혼수품으로 차(茶)씨를 챙기기도 하였는데 직근성(直根性)인 차나무 성품처럼 한곳에 뿌리내려 가문을 빛내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차는 정신문화를 추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차를 통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연결하여 문화적 소양과 인성을 바르게 쌓아온 생활문화이다.

 

차(茶)는 차나무의 잎, 한 가지로 만든다. 단 하나의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그 맛에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지켜야 할 맛, 향기, 색, 성분과 효능은 물론 품격과 역사적 가치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빼어나다는 사실이다. 차와 커피의 카페인이 같은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차의 카페인이 부작용이 없는 이유는 찻잎 중에는 커피에 함유되어 있지 않은 카테킨과 데아닌 성분에 의하여 카페인 흡수가 저해되고 생리적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눈과 귀를 맑게 하고, 피곤함을 풀어주는 차는 각성작용으로 졸음을 깨워 머리를 맑게 하기에 졸음이 올 때 차를 한잔 마신다거나, 기능성 높은 말차를 거품 내어 한잔 마시면 머리가 맑아져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차가 가진 효능과 기능이 함께하여 부수적인 인문학적 수행의 수단적 도구일 때 비로소 정신 음료로 위치를 부여받게 된다. 정신적 가치로 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차의 품성에 알맞은 물과 온도, 차의 양, 우리는 시간을 조화롭게 하여 차의 색(色)·향(香)·미(味)를 삼위일체로 나타내어야 한다. 

 

차는 색(色)·향(香)·미(味)를 즐기면서 마신다. 이것은 자연의 색과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이다. 차는 다섯 가지 맛, 쓰고 달고 시고 짜고 떫은 오미(五味)가 어우러져 차맛을 낸다. 살아가면서 기쁘고 슬픈 일이 서로 얽히고 이어지고 쓰러질듯하다가 다시 시작하는, 고비 고비를 넘기며 사는 우리 삶의 모습을 인생의 맛이라 하여 차의 오미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심정도 전수/ 안산심인당

원광대학교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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