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다시 꽃피는 일상, 그리고 화양연화

밀교신문   
입력 : 2022-05-30 
+ -


thumb-20220127135327_e93b0c0f6c0158edaa005af10886abc5_40i4_220x.jpg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을 알아가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시도하며,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보살피고,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 즉 지혜와 기도, 그리고 창조성이 그 어떤(교화)것보다 더 앞선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로 2년 만에 교구전수님들의 워크숍이 428일 영천 천혜심인당에서 발단불사를 시작으로 29일까지 경북 청송에서 있었다. 말이 워크숍이지 저마다 집(심인당)을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어린아이처럼 맘껏 뛰놀며 쉬고 싶었을 것이다. 스승이 즐거워야 교화도 즐겁게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스승이 즐겁고 행복해야 교도가 해탈되고 교도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스승과 교도는 한 몸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스승들에게도 재충전의 휴식이 절실히 필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우울감), 코로나 레드(분노감), 코로나 블랙(무기력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겪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 정서들이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모래알처럼 퍼석거리며 사막이 되어가고, 심지어 극도의 불안감으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슬픔과 불안, 분노, 투사(원망), 분열, 회피, 부정 등의 부정적 정서들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 표어가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였다. 물론 전수님들의 워크숍도 다시 꽃피는 일상을 보기 위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느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오미크론도 조금은 누그러져 마음이 한결 가볍고 부담감도 적었다. 우리 모두는 말하지 않았지만, 각자 자기를 새롭게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겠다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삶의 성공 여부가 공감하고 경청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숙소서 진행된 선후배들간의 소중한 경험들이 이어졌다. 한 후배스승은 저를 진심으로 많이 도와주시는 보살님이 계신데, 도와주시는 기간이 그리 길지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선배스승의 답변이 이어진다. “전수님, 처무 생활 몇 년 하셨어요? 보살님이 도와준 인연만큼만 복을 지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무 생활하면서 인연짓고, 복지어 놓은 인연만큼만 받는다.”고 명쾌하고 명료한 답변이었다. 인지어 과받는 인과법은 부처님의 핵심 사상인 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늘 실천이 어렵다는 것 또한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심인당을 나설 때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었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 여기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이 지치고 힘겨워할 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편에서는 미안하다, 코로나! 너를 결코 잊지 못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많은 것을 잃기도 또는 배우기도 했다. 세상은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관점들이 모여 협업하고 융합하고, 이해하고 꿈꾸며, 변화란 어쩌면 매번 고정관념이 무수히 깨지고, 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세상과 마주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김사인시인의 <화양연화>를 읊조리며 황급히 숙소를 빠져나온다. 숙소 앞 작은 표지판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문다. “안 생길 줄 알았죠? 생겨요. 좋은 일. ”이 아름다운 봄날, 영원히 기억할 그리고 다시 화양연화(化樣年華).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