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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선(禪) 개안의 키워드는 조심(照心)"

백근영 기자   
입력 : 2004-10-01  | 수정 : 200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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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해방이전의 선사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 1회 조계종 근·현대 사상사 학술세미나를 9월 17일 오전 10시 동국대 학술문화관 덕암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당시 시대 흐름과 함께 각 선지식의 생애와 독특한 선사상을 조명하며 그와 더불어 전개된 선 수행을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 동국대 고영섭 교수는 세미나에서 '경허 스님의 조심학(照心學); 중세선의 낙조와 근세선의 개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경허 스님의 사상적 벼리인 조심은 조료(照了)와 전정(專精)의 논리와 방식에 의해 이류중행(異類中行)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조료와 전정의 기호를 통해 조료심원(照了心源) 내지 반조심원(返照心源)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류중행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 때문에 '조심'의 구도는 낙조하는 중세선을 근세선으로 개안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고 교수는 특히 경허 스님의 '조료심원'내지 '반조심원'으로 사상적 화두에서 '조심'이란 기호를 적출하여 사상적 키워드를 삼고, 스님의 지형도가 구축돼 가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서 중세선이 어떻게 근세선으로 새롭게 눈을 떠가는지를 탐색해내고 있다. 고 교수는 경허 스님의 사상적 핵심어는 '조심'이라 할 수 있고, 가풍은 미도선(尾塗禪) 내지 예미선(曳尾禪)이라 할 수 있다며, '조심'은 '비추는 마음' 혹은 '마음을 비추는' 것이고, '미도선'은 '뿔을 인 머리와 털옷을 입은 가슴을 넘어 꼬리에 이르는 온몸을 통한 선'을 말하고, '예미선' 역시 '머리와 가슴을 넘어 온몸으로 꼬리까지 끄는 선법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경허 스님의 살림살이는 바로 '미도' 혹은 '예미'의 선법이었고, 사상적 화두는 '조심'의 체계를 그려내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도 보광(동국대 교수) 스님이 '용성 스님의 생애와 대각운동의 전개', 효탄(동국대 강사) 스님이 '한국 전통선과 불조 혜명의 계승', 혜거(금강선원 선원장) 스님이 '삼학겸수와 선교융회의 한암사상', 김광식(부천대) 교수가 '백학명의 불교개혁과 선농불교', 김방룡(보조사상연구원) 기획실장이 '수선사 가풍의 계승 및 근대 간화선의 확립자'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혜원(동국대 교수) 스님, 진월(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스님, 주경(한국불교문화사업단 국장) 스님, 윤창화(민족사) 대표, 범하(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스님, 김재성(경전연구소) 소장 등이 각각 논평을 맡았다.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식전행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치사를 통해 "앞서 간 선지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불교의 수행과 사상이 어떻게 인류사를 구제할 수 있을지 면밀히 궁구해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으며,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선이 오늘날 역사와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가를 밝혀보며, 선사상의 조명을 통해서 한국선의 전향적인 향방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계종 근·현대 사상사 학술세미나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불학연구소는 이번 '해방이전의 주요 선사들을 중심으로' 란 주제로 열린 제 1회 학술세미나에 이어 2005년도에는 '해방이후의 주요 선사들을 중심으로', 2006년도에는 역대 주요 강사와 포교, 역경 기타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스님들의 삶과 사상 및 역할을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게 된다. 백근영 기자 m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