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진호국가(鎭護國家) 불사

밀교신문   
입력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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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국가(鎭護國家) 하는 데는 네 가지 법 있음이니, 식재법(息災法)과 증익법(增益法)과 항복법(降伏法)과 경애법(敬愛法)이 진호국가 법이니라.”
 
진각성존은 교화 초기부터 진호국가 불사를 하였습니다. 자성일 시간에 진호국가 불사로 악하고 삿된 기운을 진압하여 국민과 국가의 안정을 위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이룩되기를 서원하였습니다. 강도의 서원은 “내 허물을 고치고 법신불과 진각성존의 끝없는 서원이 성취되기 위하여 진호국가 불사합니다.”로 기록하였습니다.
 
부처님 정법으로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을 평안케 하는 가지기도법(加持祈禱法)에 사종수법(四種修法)이 있습니다. 첫째, 식재법(息災法)은 재난과 재앙이 멈추고 죄업장(罪業障)을 소멸하는 법입니다. 큰 서원으로는 천재지변, 한재(旱災), 수해(水害), 흉년, 역병, 전란을 막고, 작은 것으로는 개인의 병고, 불상사의 원인을 깨달아 참회하는 가지 수행법입니다. 둘째, 증익법(增益法)은 식재법으로 일어난 공덕이 장원하기를 가지 받는 수행법입니다. 셋째, 항복법(降伏法)은 증익법 뒤에 다시 소생하는 일체 장애를 조복(調伏)하고 절복(折伏)시키는 힘을 가지 받는 수행법입니다. 넷째, 경애법(敬愛法)은 일체중생을 부처로 존경하고 만물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실천의 가지 수행법입니다. 식재법과 증익법은 불국토를 건설하는 법이요, 항복법과 경애법은 자신의 지혜를 깨달아 일체중생에게 자비의 실천을 나타내는 가지기도법입니다.
 
진호국가 가지기도법의 중심은 정도 실천입니다. 믿음도, 목적도, 수행도, 깨달음도, 교화도 모두 정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삿된 목적으로 사도를 믿고, 삿된 가르침을 받아 기복(祈福)의 뜻으로 수행하면, 깨달음의 법도 삿된 법이 되며, 공덕도 삿된 것이 되어 불행한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본심은 바른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부모님과 스승은 자녀와 후학들을 훈육하고 가르칠 때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가르침에도 정도를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충효와 정열을 강조하는 가운데 종속적인 뜻을 가진 권선징악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불교는 수평의 권선징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평등과 불평등, 일원과 이원, 봉건과 자유시대로 나누는 상대성이 아니라, 어느 편으로도 기울지 않는 중도의 길을 제시하는 정도의 가르침입니다. 종속적 가르침에는 정도와 사도의 구분이 애매모호(曖昧模糊)하기도 합니다. 정도와 사도를 판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 생명과 만물도 평등하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 정도가 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상대의 잘함과 이익에 시기와 질투심을 가짐이 사도입니다. 보통 일반인에게 정도인가 사도인가를 물어보면, 자신의 행동이나 말들은 모두 정도라고 답합니다. 정도 실천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학문의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론을 밝은 데 실천이 희박하기도 합니다.
 
중국 당송 팔대 문장가 꼽히는 백낙천이 새의 둥지처럼 나무 위에서 수행하는 도림 선사에게 “부처님은 무엇을 가르칩니까?” 물음에 “어떠한 악도 행하지 말고 좋은 착한 일만 하여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맑히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라고 하였다. 백낙천은 “그것은 세 살 먹은 어린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라고 하였다. 도림선사는 “세 살 된 어린이도 알고 있는 것을 80이 된 노인도 행하지를 못하니 알고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 이 말씀에 백낙천이 불법에 귀의하였다 한다.
 
사람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시절에 배운 착함을 나이가 들수록 실천하지 못하고 욕망을 쌓아 우둔하게 삿된 길을 익히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도의 길을 인도하는 밝은 스승을 찾고, 천진난만한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몸소 실천하는 행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고 배나무에 배가 열립니다. 사과나무는 배가 열리지 않고 배나무는 사과가 열리지 않습니다. 부처님을 만나면 자비를 배우게 되고 예수님을 만나면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자비는 기쁨과 슬픔을 평등하게 행할 수 있지만, 사랑은 미움과 함께 하지 못합니다. 정도의 스승을 찾아야 정도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석가불이 깨달은 법은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법이며 첫 설법이 8정도[四諦法]로 시작하였습니다. 진각성존의 깨달은 법은 정도의 육자진언으로 정도의 참회문을 열었습니다. 모두 정도 실천의 불작불행(佛作佛行) 하는 스승의 모습입니다.
 
 
정도는 곧 중도(中道)입니다. 중도가 되지 않는 정도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선악시비선후본말(善惡是非先後本末)의 8풍(八風)을 말하면서 좋고 나쁨을 분간하고, 옳고 그름을 분간하며, 앞과 뒤를 구분하고, 근본과 지말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편을 세우고 치우치는 법으로 중도의 생명인 영원성과 평등성이 없는 중생의 법입니다. 이렇게 나누고 구분하면, 천상이나 인간이나 축생으로 태어나며, 지옥이나 아귀로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선악 시비 선후 본말을 고집하면 고정관념의 병이 생기게 됩니다. 고정관념은 모두 자기중심 생각을 표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사람은 고집과 집착함이 있어 이익도 즐거움도 행복도 누릴 수도 있으며, 악함도 손해도 괴로움도 불행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선과 악이 공존하며, 행과 불행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것이 옳고 어떠한 것은 잘못이라는 확실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들의 세상입니다. 나에게 착한 것이 상대에게는 악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 옳은 것이 상대에게는 그른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나의 즐거움이 상대방의 괴로움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이익과 명예가 상대방에게는 손해가 되고 치욕스럽고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편협한 마음을 가진 우리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어떠한 행동과 어떠한 말과 어떠한 생각도 모두에게 공평할 수 있는 법을 잘 말씀하신 분이 성인이며, 우리에게는 부처님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초전법륜의 4성제법과, 12연기, 6바라밀, 37조도품은 정도의 말씀이라 맛이 무미건조(無味乾燥)하여 쉽게 접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외도(外道)나 사도(邪道)는 달콤한 맛으로 유혹하며 정도를 방해합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성불 직전에 마왕의 방해가 있었고, 교화할 때는 육사외도(六師外道)와 바라문들의 방해가 있었습니다. 진각성존도 초기 교화시에 국가에는 사상의 혼란이 있었고, 종단은 외도지마(外道智魔)가 있었습니다. 이때 진호국가 사종수법을 행하여 사상을 정화하고 외도지마를 참회시켰습니다. 탐진치가 치성하여 정신문화가 황폐하고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판단이 흐려질 때 식재되고 증익하고 항복받고 경애하는 법의 가지기도로써 모근 상황을 바꾸어 정도로 향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정도는 팔정도 실천입니다. 올바른 견해[正見], 올바른 생각[正思惟], 올바른 언어[正語], 올바른 행동[正業], 올바른 생활[正命], 올바른 정진[正精進], 올바른 마음가짐[正念]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심은 올바른 견해이며, 다음으로 올바른 마음가짐입니다.
 
올바른 견해는 마음 깊이 도사리고 있는 선입견(先入見)과 고정관념(固定觀念)을 버리고, 거울이 비춰주듯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미리 작성한 선입견이나 자기만의 답을 지닌 고정관념도 내려놓고, 친소(親疏)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자기의 이익과 명예와 권력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는 세상의 이치나 물정의 운행을 올바르게 볼 수가 없습니다. 자연으로부터 만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허심청법(虛心聽法)의 자세를 갖추어야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올바른 견해를 갖춘 다음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진언을 염송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견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진언 염송은 기복(祈福)하는 염송이므로 영원한 진언의 묘득, 영원한 진언의 공덕, 영원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부처의 본래 지혜를 일깨우는 수행에는 정견이 으뜸임을 알고, 자신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초발심의 자리에서 사종의 가지 기도를 해야 합니다. 잘못을 찾아 참회 서원하는 식재법, 자비 희사의 증익법, 용맹정진의 항복법, 염송 지혜의 경애법이 원만할 때 이 땅은 밀엄정토가 되고 자신은 해탈의 즉신성불을 이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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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