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은혜경

밀교신문   
입력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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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 은혜 가운데 4은이 으뜸입니다. 여래의 몸을 이루고자 하는 보살은 부모의 은혜, 중생의 은혜, 국가의 은혜, 삼보의 은혜를 갚을 것을 맹세하여야 합니다. 맹세한다는 것은 은혜를 마음 깊이 새겨 청정한 보시를 실천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진언 수행자는 일체 유정 보기를 어머니가 자식 생각하듯 하여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식보다 귀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잘났던 못났던, 영리하든 어리석든, 착하든 악하든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사랑하고 돌보아주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불보살이 중생을 연민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부모님이 없었으면 이 몸이 없고 이 몸이 없으면 불법을 만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부모를 만난 것과 불법을 만난 것이 최고의 공덕임을 알아야 합니다. 불법을 만났으면 가르침을 받아야 하며, 가르침을 받았으면, 실천해야 합니다. 실천하지 않고는 윤회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크나큰 은혜입니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음에 이르는 모든 삶이 은혜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사람이 축생과 다른 것은 은혜를 아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은혜라는 말은 은(恩)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예쁘게 보려는 인(因)을 마음으로 품음이요, 혜(惠)란 조심스럽게 되돌려 준다는 뜻입니다. 즉, 대가 없이 돌보
 
아주면서 공덕을 쌓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가르침은 은혜를 베푸는 편에서 보면 큰 공덕을 짓는 것이지만, 받는 편에서 보면 큰 빚을 지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베풀면서 공덕을 쌓는 것보다 은혜를 입으면서 빚지는 것이 더 많습니다.
 
 
물질의 빚은 보이는 빚이라 알 수 있지만, 은혜의 빚은 보이지 않아 빚진 줄조차 모릅니다. 물질의 빚으로 받는 고통은 가볍지만, 은혜의 빚은 무겁습니다. 은혜의 빚이 있으면 부모를 일찍 여의게 되어 외로우며, 설혹 부모가 계셔도 보호를 받지 못하며, 몸은 항상 병마에 시달리고, 사회가 도와주지 않아 하는 일마다 실패하여, 가난하게 살아도 국가가 보호하지 않으며, 올바른 가르침을 받지 못하여 명예와 권력과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비난과 원망의 소리를 항상 듣게 됩니다. 설사 서원을 세우고 정진하여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믿음은 약해지고 배은하는 마음이 강하여 해탈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은혜의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살생의 빚, 도둑질한 빚, 잘못된 음행의 빚은 몸으로 갚을 수 있고, 거짓말한 빚, 실없는 말의 빚, 이간한 말의 빚, 거친 말의 빚은, 진실한 말과 바른말과 화합하는 말과 아름다운 말로 갚을 수 있고, 욕심낸 빚, 화낸 빚, 어리석음의 빚은 베풀고 화합하고 슬기로움으로 갚을 수가 있지만, 은혜 입은 빚은 오로지 청정한 마음으로 베풀 때 갚아지는 것입니다.
 
 
은혜의 빚이 많으면서도 갚지 않으면 고마움을 모르게 되고 감사할 줄 모르게 되며, 도움받기만을 바라고 나눌 줄을 모릅니다. 은혜의 빚이 없으면,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큰 병이 있습니다. 서원 병입니다. 자신의 잘못과 자신의 빚은 갚으려 하지 않으면서 세우는 서원 병입니다. 서원 병이 짙으면 짙을수록 고통과 재난이 크게 일어납니다. 서원 병을 다스리는 묘약은 모든 것을 은혜로 생각하는 마음뿐입니다. 주어진 것에서 만족을 느끼면서 항상 고마우며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은혜로구나 하는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은혜의 빚을 갚지 않을 때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움의 고통만 받는 것이 아니라, 수원심이 일어나게 됩니다.
 
 
부모를 미워하고 사회를 원망하고 국가에 반역하고 스승을 비방하면서 원수를 맺습니다. 수원심은 배은하는 마음의 뿌리에서 싹이 납니다.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수원심은 언제든지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미워하는 마음이나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미워함은 최대의 악(惡)이요, 감사하는 마음은 만능의 약(藥)입니다. 자신이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하면, 상대방은 여전히 나를 미워하면서 악의로 대할 것입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축복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질 때 상대방의 마음이 은혜로움으로 바뀔 것입니다. 환경도 이와 같습니다.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 자신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진각성존의 깨달음 장면을 보면, “五月 十六日 새벽에 심신(心神)이 상연(爽然)하여지고 문득 동천(東天)에 솟은 태양을 보시매, 불은(佛恩)의 무변(無邊)함과 천지(天地)의 은혜가 지중(至重)함을 몸에 사무치게 느끼신 후 활연히 대각(大覺)을 성취” 하였습니다.
 
 
은혜의 지중함을 앎으로써 깨달은 얻으신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으신 후 농림촌을 떠나 7월 15일 계전의 제실에 머물면서 참회 정진과 설법의 보림을 하였습니다. 이것 역시 부모님과 조상을 생각하는 은혜에 보답하는 보림이었습니다.
 
 
농림촌에 들어가시기 전, 선지식을 찾는 수행에서 처음 형산을 찾아 가르침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신 새벽, ‘육방예경’ 말씀을 따라 동서남북 상하에 절을 하신 것도 4은의 지중함에 예를 올리신 것입니다. 이렇게 수행과 깨달음과 첫 설법을 모두 은혜 갚음이었습니다.
 
 
성존의 법은 은혜를 지중하게 깨닫고 실천할 때 올바른 법통승수가 이룩될 것입니다. 은혜를 저버리면 성존의 법을 이어갈 자격이 없습니다. 교화의 흥왕도 마찬가지며, 서원성취도 공덕도 모두 은혜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물속에 들어가려면 물의 법을 익혀야 하고, 불을 사용하려면 불의 법을 익혀야 하며, 더운 곳에서는 더운 곳의 법, 추운 곳에서는 추운 곳의 법, 봄은 봄의 법을, 여름에는 여름의 법을, 가을에는 가을의 법을, 겨울에는 겨울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성존의 법인 진언을 수행하여 해탈의 공덕을 얻으려면 반드시 은혜의 지중함을 먼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법을 따른다는 것은 곧 실천을 의미합니다. 은혜 갚음을 실천하지 않으면, 진각권속이 될 수 없으면, 진각권속이 아니면 진각의 권리를 행할 수 없습니다.
 
 
염송 수행도 희사 수행도 은혜를 깨닫지 않고는 어떠한 공덕도 이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은혜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면 배은이 됩니다. 배은 자는 악지식입니다. 악지식이 응보를 받을 때 그를 따르는 무리도 악의 응보를 받게 됩니다. 응보는 자신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은혜와 배은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어 나와 인연이 가까운 자가 함께 받게 됩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인연은 부모와 자식입니다. 가장 먼저 받는 것은 정을 많이 준 자녀들이 받고, 다음은 부부가 받고, 다음으로 부모가 받고, 다음으로 친척과 이웃의 순으로 받게 됩니다. 받는 시기는 오늘 받지 않으면 내일 받을 것이며, 올해 받지 않으면 다음 해에 받을 것이며, 10년을 넘기지 않고 받게 될 것입니다. 받다가 남은 업이 있으면 다음 생까지 가져가게 됩니다.
 
 
우리는 은혜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반드시 은혜를 갚기를 서원해야 합니다. 은혜를 갚는 길에는 마음으로부터 일으키는 마장이 있습니다.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교만심, 상대의 좋은 것을 보지 못하는 질투심, 자기의 지식과 자기의 수준과 자기의 그릇으로 측량하는 명예, 자신의 권력만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복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키운 배은심이 상대방의 진정성을 왜곡하여 스스로 수원 맺는 마음을 항복시켜야 합니다. 한 발자국만 뒤로하고 한순간만 마음을 돌이켜 생각한다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성존의 법을 전하는 자는 은혜의 지중함을 깨닫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모(模)가 모답지 못하고 범(範)이 범답지 못하면 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지비용의 가르침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나라 위해 의무(義務) 다해 동업 은혜 서로 갚고, 조상(祖上) 위해 추선(追善)하여 부모 은혜 모두 갚고, 믿음 항상 굳게 세워 삼세불은 갚으리다.” 하였습니다.
 
 
법은(法恩)을 갚는 길이 나를 인도해준 분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스승의 가르침인 법은을 입고 갚을 줄 모르면, 은혜 빚지는 인연을 짓게 되므로, 은혜의 법을 실천하여 정진하는 것이 제일의 길입니다. 은혜를 지중하게 생각하면서 진실한 진언수행을 하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부모님 고맙습니다.”, “일체중생 고맙습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가르침 고맙습니다.”, “스승님 고맙습니다.”, “삼라만상 고맙습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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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