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당체 법문

밀교신문   
입력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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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삼세 나타나는 일체 모든 사실들과 내가 체험(體驗)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當體)로서 활동하는 설법이라. 밀(密)은 색(色)을 이(理)로 하여 일체 세간 현상(現象)대로 불(佛)의 법(法)과 일치(一致)하게 체득(體得)함이 교리이니, 체험(體驗)이 곧 법문이요 사실(事實)이 곧 경전(經典)이라.”
 
당체 법문은 진각종의 교화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법문은 진각성존이 창안한 법이 아닙니다. 인연으로 나타난 우주 자연법칙의 현상을 법신 비로자나불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법문입니다. 우리들 눈앞에 보이는 현상들은 단순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삼세(三世=時)와 삼계(三界=空)를 통하여 비로자나불이 몸으로 소리로 뜻으로 전하는 설법입니다. 이 설법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 위한 알림으로 마음이 맑고 밝은 지혜로운 자만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꽃이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며,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며,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변화 속에서 사랑하고 미워하며, 베풀기도 하고 뺏기도 하며, 은혜 되고 수원 맺기도 하는 삶으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 인과에 의하여 생겨난 변화무상으로 피하거나 버릴 수 없이 당연하게 겪고 받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변화무상한 현상들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알리고자 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가득한 운무는 낮에 햇빛의 측도를, 저녁 하늘에 붉게 물든 노을의 색상에서 가뭄과 장마, 낮게 나는 새들에서 비오는 징조, 아침 동쪽 나무에서 지저귀는 까치에서 반가운 손님과 소식에 미리 대비하라는 알림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주어진 생명이, 주어진 공간이, 주어진 시간에서 즐거움을 받는 것보다 고통받는 사람이, 넉넉한 사람보다 부족한 사람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만약 그 원인을 미리 알고 바꾸어간다면 실패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능력의 주인공입니다. 주어진 인과에 매달려 나그네처럼 살지 말고, 옷 속에 감추어진 여의주를 찾아 문전걸식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주인으로서 지혜롭고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이 미리 가르쳐주는 법문을 깨달으면 됩니다. 법신 비로자나불과 자연과 중생은 본래 하나였습니다. 하나였기에 중생이 마음의 문을 열기만[法門] 하면, 법신불이 시간과 공간으로 내리는 생명의 가르침을[說法] 깨닫게 됩니다. 부족함을 넉넉하게, 아픔을 건강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나쁨을 좋은 것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은 과거의 인(因)과 현재의 받음과 미래에 일어나는 현상에서 잘못의 원인을 알게 하고, 잘못을 고치는 방법을 알게 하여,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도록 진언 염송을 통하여 설법하십니다.
 
당체 설법을 보면, ‘실행론’에서 “시방 삼세에 나타나는 일체 모든 사실들과 내가 체험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로서 활동하는 설법이다.” 하였습니다.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과 체험하는 신체적 활동과 들리는 소리는 모두 마음을 깨닫게 하는 비로자나불의 설법입니다. 그러므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법열(法悅)을 느끼고, 지저귀는 새소리에서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산 아래 사는 사람이 어느 날 많은 비로 계곡이 범람으로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 압사될 상황임을 알지 못하고 잠자다가 변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집에 살고 있던 쥐, 동물, 개미 등은 미리 알고 피난하였습니다. 사람은 쥐와 동물과 개미보다 뛰어난 IQ와 예지력을 가지고도 왜 몰랐을까요? 탐진치에 물들어 순수성의 본성을 잃었기에 자연이 주는 알림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의 알림은 특별한 법이 아닙니다. 순수성만 가진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生活之中覺]. 보여 주는 가르침을 억지로 들으려 하거나 알려고 하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면 됩니다. 가식이나 위선을 버리고 티끌 하나 없는 본심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물이 맑으면 물속을 확연하게 볼 수 있듯이 탐진치가 사라지면, 저절로 비로자나불의 당체 설법을 보고 깨닫게[顯證] 될 것입니다.
 
서원이 있거나 결과를 깨닫고자[顯證] 할 때 다시 순수성을 찾는 염송 정진법이 있습니다. 정진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 자세는 1)법문을 볼 것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2)정진 시간과 현증(顯證)보는 시간을 정하며, 3)서원문을 작성하고 삼종시(三種施=檀施, 經施, 濟施)를 합니다. 4)염송 정진 시간은 10분~1시간 정도로 하고, 현증(顯證) 보는 시간은 정진 후 1시간, 2시간, 3시간, 5시간, 24시간 중에 정하면 됩니다. 5)첫 번 정진에서 법문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두 번, 세 번까지 할 수 있습니다. 6)같은 서원을 세 번 하고도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서원을 변경해야 합니다. 7)법문을 본 후에는 다른 서원으로 정진하여도 좋으나, 결과를 보지 않고 다른 서원을 거듭할 수 없습니다. 8)시간 정진에는 반드시 서원의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점(占) 보듯이 좋으면 하고 나쁘면 않겠다는 흑백 판단은 금물입니다.
 
정진 중과 현증(顯證) 보는 법은 기후의 변화, 사람과 관련한 일, 사물의 변화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기후 변화로 보는 법은, 평소 날씨와 다른 점을 살핍니다. 맑은 하늘이 갑자기 어둡거나, 어둡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거나, 예고 없던 비바람이 불거나, 천둥 번개가 일어나고, 때아닌 소나기와 눈이 내리는 현상들을 보면서 현시점에서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서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사람과 생활 사이에서 보는 법은, 반가운 사람과 불쾌한 사람이 찾아오는 것, 즐거운 일과 걱정되는 일,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 칭찬받고 허물 보며, 이로움과 손해됨을 보거나, 다투는 일을 보고 듣거나, 사고 난 것을 보고 듣거나,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질병에 관한 이야기, 새와 동물들이 떼로 날아오거나 시끄러움 등을 살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에서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입니다.
 
셋째 공간과 사물을 통하여 보는 법은, 선물을 받거나, 생각지도 않는 이익과 손해, 물건이 파손과 고장, 수돗물이 중단, 전깃불이 꺼지거나, 신문과 방송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등을 살피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법을 판단하여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종류의 좋고 나쁜 변화로 고칠 것, 버릴 것, 세울 것, 멈출 것 등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법문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정진하여도 법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가 있습니다. 서원에 비교하여 염송과 희사가 부족하면 나타나지 않습니다. 염송이 부족하다는 가르침은 염송 중 결인(結印)이 풀리거나, 졸음이 오거나, 불이 꺼지거나, 주위가 시끄러운 법문이 나타납니다. 특히 결인이 풀릴 때는 다시 정한 시간을 염송해야 합니다. 세 번까지 하였는데도 계속하여 결인이 풀리면 그 서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희사법이 부족하다는 가르침은 선물을 받거나, 물건들이 파손되거나, 물건이 쏟아지거나, 잃어버리거나, 손해 되는 말을 듣거나, 빌려달라거나, 빌려준 돈을 가져오는 등의 법문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나타난 법문은 현실로 생각하고 대응하지 말고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다스리는 방법은 나타난 액수에 1/10, 또는 1/100, 또는 1/1000을 희사합니다. 한번 법을 세웠는데도 같은 현상을 보게 되면, 그 현상이 사라질 때까지 희사합니다. 부처님이 주는 법문은 실천하기 어려운 법이 아닙니다. 어렵게 생각함은 의심과 욕심 때문입니다. 상처받을 인(因)이 있고, 손해 보는 일이 있고, 우환 질병을 받을 일이 있으면, 그와 꼭 같은 일들을 1/100, 1/1000, 1/10000로 줄여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여 주는 법문은 마치 꿈속에서 본 것을 깨고 나면 없듯이 정진이 끝나면 없었던 일로 돌아갑니다. 그러므로 보이는 법문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말고, 환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믿고 실천하면 반드시 재앙이 사라지고 원하는 서원이 성취될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이 자비로 보여 주는 당체 법문을 믿고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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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