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삼륜신(三輪身)의 법문

밀교신문   
입력 : 2020-02-17  | 수정 :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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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에는 본래부터 삼륜신(三輪身)이 있는지라./자성신은 부처위라 지비이덕(智悲二德) 갖췄으며/정법신은 보살위라 대비로써 섭수(攝受)하며/교령신은 명왕위라 대지(大智)로써 절복(折伏)한다.”

 
삼륜신이란 비로자나불이 중생의 원에 따라 가르침을 내리는 방법을 말합니다.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의 가르침의 방법이 다릅니다. 석가모니불은 삼승(三乘)에서 일승(一乘)으로 나아가는 가르침이요, 비로자나불은 일승(一乘)에서 일승(一乘)으로 들어가는 법입니다. 석가모니불은 한 생을 방편의 삼승법으로 교화하시면서 몸으로는 출생ㆍ출가ㆍ수행ㆍ성불ㆍ전법ㆍ열반의 모습으로, 강요(綱要書=契經)를 담은 간곡함으로, 산문형(散文=應頌)으로, 성불 예언[授記]으로, 게송(偈頌)으로, 무문자설(無問自說)로, 인연 연기로, 비유나 우화로, 과거 생의 업을 보임[本事]과 생에 받은 인연[本生]을 보이며, 방정하고 방대한 뜻을 담기도[方廣] 하고, 불가사의한 미증유(未曾有)와 문답으로 판단[論議]하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말씀하시고, 뜻으로는 삼처전심(三處傳心)을 보이면서 8만4천의 법을 전하였습니다. 석가모니불은 진언법은 설하시지 않았습니다. 진언법을 설할 때는 비로자나불을 대신하여 설하였으며, 진언이 나타난 경전은 대승경전과 밀교경전입니다.
 
비로자나불은 진실 법을 생명[人間]으로, 삼라만상[空間]으로, 일월성신[時間]으로 당체설법(當體說法)을 하셨습니다. 당체설법은 간접적인 법과 직접적인 법으로 구분합니다. 간접적 법은 비로자나불처럼 형상 없이 실지 상황이 아닌 소문으로, 지나가는 대화로, 꿈으로 펼쳐지는 설법이요, 직접적인 법은 삼라만상을 통하여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을 말합니다. 삼라만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법은 다시 유정(有情) 설법과 무정(無情) 설법으로 나누어집니다. 유정 설법은 생명 있는 것으로 설하는 법이요, 무정 설법은 생명 없는 무정물과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설하는 법입니다. 이것을 밀교에서는 삼간(三間)으로 설하는 삼륜신의 법이라 합니다. 삼간에서 설하는 법이란 일상생활 가운데서 그 시간, 그 장소, 그 상황을 만나는 것은 모두 내가 지은 인연의 결과를 알려 주는 비로자나불이 설하는 당체설법으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가르침을 법으로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라만상 운행과정에서 좋고 나쁜 일, 성공과 실패, 행복하고 불행한 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모두 인과로 운행되는 법칙입니다. 세상에는 ‘갑자기’나 ‘우연’이란 없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잎이 떨어지는 현상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인연의 법칙을 알리는 비로자나불의 법륜(法輪) 굴림입니다. 과거를 보면, 세상에는 수 없는 나라들이 세워지고 패망하였습니다. 모헨조다로가 사라지고, 소돔과 고모라가 파괴되고, 부처님 성지가 파괴되었습니다. 세워지고 파괴되는 것은 그만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덕이 있는 사람이 다스리면 우순풍조한 세상이 되지만, 덕이 없는 사람이 다스리면 시기 질투를 좋아하는 간신들이 가득하여 장마와 가뭄과 역병과 전란의 일어날 것입니다. 덕 있는 자가 다스릴 때 간혹 가뭄이 오면, 치정 자는 자신의 덕이 없음을 참회하면서 기우제를 지낼 것입니다. 현재로는 꽃이 필 때 꽃이 피지 않고, 바람이 불어야 할 때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와야 할 때 비가 오지 않고, 눈이 와야 할 때 눈이 오지 않고, 더워야 할 때 덥지 않고, 추워야 할 때 춥지 않은 등, 평소와 다르게 좋고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미래를 보면, 명마(名馬)가 태어나고 명검(名劍)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전쟁놀이를 좋아하면, 장차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 주는 법으로 모두 비로자나불의 당체설법입니다.
 
삼라만상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체설법을 중생들이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비로자나불의 삼륜신(三輪身) 법입니다. 삼륜신이 활동하는 세계는 비로자나불의 만다라 세계입니다. 첫째 부처 자리[佛位]인 불자성(佛自性)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無言)으로 설하는 자성륜신(自性輪身)과 둘째 보살 자리[菩薩位]인 보살자성(菩薩自性)에서 자비한 마음으로 유정이 설하는 정법륜신(正法輪身)과 셋째 명왕 자리[明王位]인 명왕자성(明王自性)에서 지혜의 조복으로 일월성신과 무정물로 설하는 교령륜신(敎令輪身)입니다. 륜신(輪身)이란 비로자나불로 시작하여 중생으로 이어지고, 중생으로 시작하여 비로자나불로 이어져 끝없이 돌아가는 법을 바퀴에 비유한 것입니다. 우리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법이 유정으로 보이는 법을 설하는 지혜를 이면(裏面)으로 자비를 베푸는 보살 법과 자비를 이면(裏面)으로 지혜를 베푸는 명왕의 법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계는 지혜와 자비로 윤원구족(輪圓具足)한 청정의 만다라 세계라 하는 것입니다.
 
삼륜신이 보여주는 법을 깨달을 수 있는 수행이 신구의(身口意) 삼밀(三密) 수행입니다. 심밀(心密)은 부처님이 지닌 지혜와 자비를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는 수행이요, 어밀(語密)은 보살의 가진 자비행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는 수행이며, 신밀(身密)은 명왕의 지혜 조복 행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는 수행입니다. 특히 서원이 있을 때 삼륜신의 법이 잘 나타나고 잘 보입니다. 서원을 가지게 하는 부족한 원인을 알려주는 법문입니다. 장애적 요소와 잘못된 상황들을 보고 고치고 제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처와 보살과 명왕은 차례대로 지혜와 자비와 용맹심을 가지도록 세 번의 기회를 줍니다. 세 번의 기회는 허물을 알게 하고 참회하게 하고 용맹심을 일으켜 실천하게 하여 반드시 공덕성취 하도록 법을 설합니다.
 
첫 번째 기회를 주는 자성륜신의 법입니다. 자신에게도 수행하면, 부처가 가진 지혜와 자비가 희박함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알게 하여 희박한 원인을 찾아 참회(懺悔)하고 보리를 일으켜 정진하게 하는 것입니다. 즉 발심에서 수행으로, 수행에서 보리로, 보리에서 열반으로, 열반에서 방편으로 이어지면서 그때마다 참회할 기회를 주어 발심 공덕, 수행 공덕, 보리 공덕, 열반 공덕, 방편 공덕을 얻게 하는 갓입니다. 이러한 자비와 지혜의 덕으로 설하는 법을 알아듣지 못할 경우, 자성륜신은 물러가고 정법륜신이 나타나 법을 설하게 됩니다.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정법륜신의 법입니다. 자신에게도 보살의 자비가 동등하게 있음을 알게 하여 서원서원을 하게 된 원인인 장애 요소가 무엇인지를 일상생활에서 직접 좋고 나쁨을 경험하게 하거나 유정들을 통하여 보여주면서 잘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나타나는 법문에 따라 참회할 것은 참회하게 하고, 희사할 것은 희사하도록 하고, 정진할 것은 정진하도록 하여 모든 허물과 장애 요소를 제거하여 서원성취를 이루게 하는 법입니다. 자비로 베푸는 법을 알아듣지 못할 경우, 정법륜신은 물러가고 교령륜이 나타나 법을 설하게 됩니다.
 
세 번째 기회를 주는 교령륜신의 법입니다. 자신에게도 명왕이 가진 절복(折伏)의 지혜가 있음을 믿고, 명왕과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수행하면, 서원성취의 장애 요소가 무엇인지 무정물을 통하여 자신이 받게 하여 잘못을 깨닫게 하는 법입니다. 이때는 앞의 두 번의 기회에서도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들을 당하게 됩니다. 법문으로 고통을 받지 않으려면 날카로운 지혜, 필요 없는 지혜, 아만(我慢)이 높은 지혜를 절복(折伏) 시켜 가르침의 법을 믿고 실천해야 합니다.
 
삼륜신이 보여주는 좋은 법이나 고통의 법문은 실지 내가 받아야 할 법의 1/100, 1/1.000, 1/10.000 정도로 줄여 보이는 것입니다. 법문을 받을 때는 무심코 넘기지 말고, 장애의 원인과 잘못을 참회하면서 물질로 보여주는 법은 희사로, 병으로 보여주는 법은 계행으로, 권력과 명예로 보여주는 법은 인욕으로, 나태와 요행으로 보여주는 법은 정진으로, 시끄러움과 불화로 보여주는 법은 염송으로, 시간으로 보여주는 법은 실천으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법문을 잘 모를 때는 스승을 찾아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질문하기가 뭣하면 불사 시간에 동참하여 대중법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삼륜신의 법은 원망하고 미워하며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자는 깨닫지 못합니다. 은혜를 알고 고마움 알며 자비를 가질 때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일어나는 수원심(讐怨心)을 버리고 은혜로운 마음으로 법을 받고 실천하여 삼고(三苦)에서 해탈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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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