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청정 법신에 귀명(歸命)

밀교신문   
입력 :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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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佛)에 귀명(歸命)하는 자는 대서원(大誓願)을 발(發)하여서 법신불(法身佛)에 귀명하여 공덕법신(功德法身) 얻을지니, 응신불(應身佛)은 찰나(刹那)에도 머물 쟎고 변천(變遷)하며, 화신불(化身佛)은 무상(無常)하여 속히 열반(涅槃) 들게 되고, 공덕법신(功德法身) 담연(湛然)하여 상주불변(常住不變)하심이니, 이런 고로 법신불에 일심귀명(一心歸命) 할지니라. 법신불에 귀명 하면, 이것이 곧 과거불(過去佛)과 현재(現在) 미래(未來) 제불(諸佛)에게 귀명함이 되느니라.”
 
비로자나불은 우주 법계의 주인입니다. 불 세계와 보살 세계와 연각 세계와 성문 세계와 무색계와 색계와 욕계의 주인으로 십 법계를 다스리는 왕입니다. 중생세간과 기세간(器世間)과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에 존재하는 주인입니다. 가장 밝고 가장 맑은 청정한 빛으로 법계를 건립하였습니다. 불·보살·연각·성문은 평등하므로 출현하지 않지만, 육범세계(六凡世界)인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에 청정의 빛으로 건립하였습니다. 육범세계에 청정 빛을 근본으로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만물을 출현시켜 건립하였습니다. 푸른빛은 물[水]로 표현하였고, 붉은빛은 불[火]로 표현하였고, 누른빛은 땅[地]으로 표현하였고, 검은빛은 바람[風]으로 표현하였고, 흰빛은 허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빛으로 건립된 모든 만물은 모두 비로자나불의 본심의 건립이므로 비로자나불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므로 비로자나불에 귀명 하는 것은 만물에 귀명 하는 것이요, 우리 자신에게 귀명 하는 것이 됩니다.
 
비로자나불은 법왕이며, 십 법계는 비로자나 법왕이 통치하는 통일된 세계입니다. 통일된 세계가 넓고 광대하여 구석구석 법왕의 법이 미치지 못할까 보아 자비로 지역마다 법왕의 권한을 부여하여 왕을 내려보냅니다. 불보살 세계와 연각과 성문 세계를 제외하고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 천왕(天王)과 제왕(帝王)과 인왕(仁王=人王)을 내려보내 다스리게 합니다. 4무색계에 4명의 천왕이 다스리게 하고, 18색계는 18명의 천왕이 다스리게 하고, 욕계 중에 6욕천의 41명의 천왕이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욕계 천상의 최고 왕은 타화자재천을 다스리는 마왕 파순(波旬)입니다. 인간계는 현재 석가모니불이 비로자나불의 화신으로 다스리는 세계입니다. 인간계는 석가모니불 이전에는 가섭불이 비로자나불을 대신하는 법왕이 되었고, 미래세계는 미륵불이 비로자나불을 대신하는 법왕이 되어 다스릴 것입니다. 인간계를 통일할 수 있는 분은 법왕(法王=轉輪聖)인 석가모니불 뿐이기에 영웅이라 하여 그분을 모신 전각을 대웅전이라 이름하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의 법왕인 석가모니불은 비로자나불의 권속 보살들과 함께 청정을 바탕으로 전법을 합니다. 보살들은 비로자나불의 권속이지만 석가모니불과 함께할 때는 과거불인 가섭불의 법을 잊고,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으로 교화할 것이며, 미륵불과 함께할 때는 석가모니불의 법을 잊고, 미륵불의 법으로만 교화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은 비로자나불의 청정성을 벗어난 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삼계에는 두 분의 부처님이 동시에 출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중생들은 모두 석가모니불의 인연을 가진 권속이 되는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의 청정성은 우주 대 생명의 빛이며, 삼세에 화현 하는 제불의 근본으로써 수행자의 최종 목표가 되는 불자성(佛自性)의 빛입니다. 삼라만상 두두물물(頭頭物物)에 있어 일체여래(一切如來)의 빛이 됩니다. 이 빛은 비로자나불의 금강법계(金剛法界)에 무형으로 상주하면서 중생들의 원력에 따라 나타납니다. 법신불의 청정 빛은 가장 청정하고 가장 고요하며 변조(遍照)가 무상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불구부정(不垢不淨) 하며, 부증불감(不增不減)의 빛입니다. 이 빛은 뭇 생명체들의 절대적 신앙처가 되고, 의지처(依支處)가 되며, 영원히 윤회하지 않는 해탈의 빛입니다. 영원불변의 빛이므로 금강에 비유하며,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만다라입니다. 누구나 가진 불자성(佛自性)의 빛이지만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성을 깨달은 자만이 볼 수 있습니다. 부처만이 부처를 알 수 있고, 보살만이 보살을 알듯이 자신의 자성을 깨닫지 않고는 불자성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 불자성(佛自性)의 빛을 보기 위하여 빛의 근원인 법신 비로자나불에 귀명하고 삼밀수행 하는 것입니다.
 
귀명과 수행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화신 석가모니불이 중생의 원에 따라 베푼 법에 귀의하고 그 방편의 가르침에 수행하는 것을 현교(顯敎)라 하고, 비로자나불에 귀명하고 진실 법을 따라 수행하는 것을 밀교(密敎)라 합니다.
 
귀명이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뜻으로 귀의(歸依)·나무(南無)·귀경(歸敬)·귀례(歸禮) 등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뜻이 약간씩 다릅니다. 귀의는 ‘맡긴다. 의지한다.’라는 뜻이요, 나무는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나무묘법연화경’ 등 존경의 뜻으로 사용합니다. 귀의와 귀경과 귀례는 자칫 잘못하면 의뢰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귀명은 공경과 수행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입니다. 합장에도 연화 합장과 금강 합장이 있습니다. 연화 합장은 귀경(歸敬)의 대표적인 합장으로 두 손바닥을 하나로 모으면서 두 손바닥에 공간을 두어 꽃봉오리처럼 하는 공경의 합장입니다. 귀명 합장은 금강 합장으로 두 손바닥 사이를 공간 없이 합하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왼손 엄지손가락을 누르면서 두 손의 손가락이 서로 교차하여 부채 모양으로 하는 합장입니다. 이 합장은 법신불과 수행자가 하나가 되어 환귀본명(還歸本命) 하는 수행의 합장입니다.
 
법신 비로자나불에 환귀본명 하는 금강 합장은 5분 법신에 귀명 하는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의 청정한 공덕을 5분 법신으로 표현한 것으로 삼취정계(三聚淨戒)를 모으고[戒蘊=戒香], 일체의 고요함을 모으고[定蘊=定香], 일체 지혜를 모으고[慧蘊=慧香], 일체 고통에서 벗어나며[解脫蘊=解脫香], 해탈의 일체 실지를 모아[解脫知見蘊=解脫知見香], 법신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귀명입니다. 이것을 향에 비유하여 법계에 널리 퍼지게 한다는 의미로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5분 법신의 귀명을 셋으로 나눈 것이 삼귀명(三歸命)이며 이것은 삼귀명계(三歸命戒)를 실천하겠다는 맹세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불(佛)에 귀명 하는 계(戒)는 의심하는 마음 없이 청정실지(淸淨實知)를 스승 삼음이며, 법(法)에 귀명 하는 계는 탐욕 하는 마음을 떠나 평등한 진여(眞如)의 해탈약(解脫藥)을 스승 삼음이며, 승(僧)에 귀명 하는 계는 일심법계(一心法界)를 성불의 도반으로 삼아 귀명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같이 귀명 자체가 실지(實知)와 진여(眞如)와 일심(一心)을 깨달아 홀연히 비롯함이 없이 일어난 무명을 제거하여 본래 청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수행의 맹세입니다. 맹세 다음으로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청정 법신불에 귀명 함은 자기 자신의 자비심을 깨달은 것이며, 모든 생명에 베푸는 것이요, 만물에 자비 귀명 하는 것이며, 시간에 자비 귀명 하는 것이 됩니다. 자신에 향하여 자비 귀명 하는 것은 자신이 곧 법신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요, 만물에 자비 귀명 함은 삼라만상에 고마움을 갖기 위함이요, 시간에 자비 귀명 함은 생(生)에서 죽음[死]으로 향하는 길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기 위함입니다. 소중하고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은 은혜를 깨닫는 마음입니다.
은혜를 깨달으면 믿음은 더욱 강하게 되며, 믿음이 강해질 때 수행의 마음이 일어나며, 수행의 마음이 용맹스러울 때 비로자나불의 진실법을 깨닫게 되며, 깨달음을 얻었을 때 영원한 해탈의 공덕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수행하여도 공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여려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믿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약하면 진정한 귀명이 아닙니다. 자신의 믿음이 굳건하면,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을 초월(超越)하여 형상 없이 이치(理致)로 계시면서 설하는 당체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청정한 믿음으로 귀명하고 수행하여 자신의 청정능력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일상생활에서 자비의 귀명으로 상호공양(相互供養)을 실천할 때 이 땅은 비로자나불의 만다라 세계가 될 것입니다. 진각성존의 불심인(佛心印)에 귀명 하여 해탈 공덕을 성취하여 이 세상이 곧 비로자나불의 만다라 세계가 되도록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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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