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

밀교신문   
입력 : 2019-12-30  | 수정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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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苦海) 중의 죄업중생(罪業衆生) 일심(一心)으로 삼보(三寶)에게 참회(懺悔)하고 귀명(歸命)하면 부처님의 미묘(微妙)하신 금색광명(金色光明) 받을지니 이 광명(光明)을 받는 자는 몸의 병과 마음 병이 모두 소멸(消滅)하느니라.”
 
위신력이란 만물이 가지고 있는 신통한 힘을 말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닿임을 알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위신력입니다. 어린 사자 새끼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뭇 동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자가 가진 위신력이며, 새싹을 돋게 하는 봄, 꽃이 피고 숲이 우거지게 하는 여름, 열매를 익히고 단풍이 드는 가을, 꽁꽁 얼리는 겨울 등이 시간이 가진 위신력입니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과 시간은 각각의 위신력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신력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 없고, 맛볼 수도 없고,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이 무량하고 불가사의하게 잠재하여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힘은 생명이 있거나, 생명이 없는 무정물이나, 시간에 있으면서 다만 강하고 약하고 위대하고 저속한 차이가 다를 뿐입니다. 이러한 위신력의 운용에 따라 자연은 성주괴공(成住壞空)하고, 만물은 생주이멸(生住異滅) 하며, 생명은 생노병사(生老病死)로 윤회하는 것입니다.
 
십 법계인 사성(四聖)과 육범(六凡)의 가진 위신력을 보면, 청정성의 부처님 위신력을 중심으로 보살은 자비의 힘, 연각은 인연을 깨닫는 힘, 성문은 아라한의 힘, 천상은 즐거움을 누리는 힘, 수라는 투쟁(鬪爭)하는 힘, 인간은 희노애락(喜怒愛樂)의 힘, 축생은 어리석은 힘, 아귀는 배고픔의 힘, 지옥은 고통받는 힘이 위신력입니다. 이 위신력은 하나로 통제되기도 하고 나누어 활용하기도 합니다.
 
비유하면, 대통령이 지닌 힘을 각부서의 장관들이 나누어 활동하고, 회장이 지닌 힘을 사장들이 나누어 활용하고, 사장이 지닌 힘을 부장들이 나누어 활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불법(佛法)이 세간법과 같아서 부처님의 위신력도 보살과 천신들이 나누어 활용합니다. 비로자나불의 위신력 가운데 금강 견고한 자성의 위신력은 아축불이, 공덕장엄의 위신력은 보생불이, 수용 지혜의 위신력은 아미타불이, 변화의 위신력은 불공성취불이, 보리심 공덕취 지혜문 대정진의 위신력은 16대보살이, 내외공양의 위신력은 팔공양이, 교화 방편의 위신력은 사섭지보살이 활용하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의 위신력을 나누어 활용하게 한 것은 기도자들이 곧바로 부처님의 위신력을 감당할 힘이 없음을 알고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누구나 다 근기에 맞추어 수행하여 각각의 해탈을 성취하게 하신 것입니다. 즉 보살에게 기도하여 보살이 지닌 위신력을 받게 하고, 연각에게 기도하여 연각의 위신력을 받게 하며, 성문에게 기도하여 성문의 위신력을 받게 하며,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에게 기도하여 그 보살들이 가진 위신력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신력을 받을 수 있는 세계는 십 법계 가운데 인간세계뿐입니다. 천상, 수라, 축생, 아귀, 지옥은 과보를 받기만 하는 곳입니다. 오로지 인간세계만 가지기도 하고, 모으기도 하고, 지배하기도 하고, 누리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는 세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에 태어난 이 좋은 기회를 놓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가진 불가사의한 무량한 위신력을 가지고 있지만, 무명에 가리어 알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도리어 자연과 시간의 도움을 받고자 기도합니다. 태양의 힘, 물의 힘, 불의 힘, 나무의 힘, 산의 힘, 바위의 힘을 얻기 위하여 정성 모아 기도합니다. 이러한 만물들은 하나의 능력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태양의 따뜻한 힘, 물의 습기와 흐르는 힘, 불의 태우는 힘, 나무의 자라나는 힘, 산의 부동의 힘, 바위는 단단한 힘만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이들이 지닌 힘이 필요하지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 혹 자연이 준다고 하여도 자기가 가진 힘만을 줄뿐 기도자가 원하는 것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자는 원에 따라 본존을 바꿔가면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자연들이 지닌 힘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같은 위신력을 가지고도 가난하고 병들고 불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법화경의 비유처럼 옷 속에 무가보의 보배를 지니고 있으면서 걸식하는 친구와 같고, 장자의 아들이면서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자신의 내면에 갖추고 있는 위신력을 필요할 때마다 찾고 꺼내어서 소멸할 것은 소멸시키고, 장려할 것은 장려시키면서,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남을 얻고자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위신력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부처님 금색광명의 위신력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금생광명을 받기 위하여 기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앙의 대상에 대하여 의뢰의 기도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원하면 신(神)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태양, 물, 불, 바다, 산, 바위, 나무, 폭포수는 우리에게 자연의 환경을 제공하지만, 권력과 물질과 명예 등은 가지고 있지 않기에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의 기도도 의뢰하는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하면 현세의 복덕을 성취할 수 있고, 문수보살에게 기도하면 지혜 총명함을 얻을 수 있고, 보현보살에게 기도하면 모든 행원을 성취할 수 있고, 아미타불에 기도하면 극락세계에 환생할 수 있고, 지장보살에게 기도하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칠원성군에 기도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기도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밀교의 기도는 이와 다릅니다.
 
밀교의 기도는 모두를 구비한 법신 비로자나불에 기도합니다. 이것은 비로자나불이 가지고 있는 위신력과 나의 위신력이 하나임을 알게 하고 그 위신력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기도입니다. 밀교의 기도 가운데 하나가 진언염송(眞言念誦)입니다. 진언 염송은 자신의 불성(佛性)을 부처님으로부터 가지(加持) 관정(灌頂)을 받는 수행입니다. 가지관정의 가(加)는 ‘더하다.’ ‘붙치다.’이며, 지(持)는 ‘가지다.’ ‘보존하다.’입니다. 비유로 해석하면, 불상(佛像)에 도금(鍍金)하는 것처럼, 먼저 불상이 있어야[持] 도금할 수 있습니다[加]. 이처럼 가지(加持)는 중생이 본래부터 가진 위신력[持]을 부처님이 알려준다[加]는 뜻입니다. 내가 가지지 않는 것은 가지 받을 수 없습니다. 관정(灌頂)은 그 위신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을 인증(認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가지관정(加持灌頂)은 먼저 나에게 있는 부처님의 위신력이 알게 하고, 다음으로 그 위신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認證)하는 불사를 말합니다. 진언 수행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가지관정으로 자내증(自內證)을 하게 되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으면 자내증은 할 수 없습니다. 비유하면 임신하지 않은 여인이 어떻게 아기를 출산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가진 부귀영화를, 잠자고 있는 권력과 명예를, 숨겨져 있는 건강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은 이렇게 자신이 지닌 많은 위신력 가운데 필요에 따라 활용할 자격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성껏 기도하였는데도 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직 위신력을 활용할 때가 되지 않으면 가지(加持)만을 받고 관정(灌頂)을 받지 못한 것이요, 둘째는 원(願)보다 정진이 부족하여 못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이 기도하는 중에 나타나는 비로자나불의 당체법문입니다. 당체법문에 관하여는 다음 기회에 상세하게 말씀드리고 여기서는 간략하게 설하겠습니다. 당체법문은 자연과 시간과 사람을 통하여 비로자나불이 설법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만물은 하나의 능력만을 지녔지만, 비로자나불의 방편으로 우리의 마음도 부처님의 마음과 같이 모든 위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성을 위신력을 깨우치고자 비로자나불의 본심 진언을 염송하면, 비로자나불이 수행자의 낱낱 원에 맞는 금색광명의 위신력을 비밀한 가운데 입게 하여 그 힘으로 낱낱의 법문을 깨달아 수행자 스스로 장소와 시간과 사람의 화합하는 위신력을 활용하여 일체 고통이 소멸하는 해탈의 공덕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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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