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심인진리

밀교신문   
입력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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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心印)은 곧 다라니를 내 마음에 새겨있는 불심인(佛心印)인 삼매왕(三昧王)을 가리켜서 말함이요. 진리는 곧 변함없는 만유실체 본성(本性)이라. 삼밀(三密)로써 내 마음에 항상 인(印)을 새겨 가져 실상 같이 자심 알아, 내 잘못을 깨달아서 지심으로 참회하고 실천함이 정도니라.”
 
심인(心印)을 깨쳐 진리를 다스리는 것이 진각성존의 가르침입니다. 심인을 깨치기 위하여 심인에 귀명하는 것입니다. 심인에 귀명하는 것은 부처님이 인증한 불심인(佛心印)에 귀명하는 것으로 금생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삼세를 통하여 귀명함을 말합니다. 전법(傳法)의 인증(認證)인 가사(袈裟)와 발우(鉢盂)를 태운 육조 혜능(惠能)스님의 심인과 같은 맥락을 지녔으나 진리를 다스리는 부분은 다릅니다. 심인은 총인(總印)으로, 진리는 통리(統理)의 뜻으로 교화의 문을 열어 심인불교(心印佛敎), 심인당(心印堂), 심인공부(心印工夫)를 말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심인진리란 수행의 본존인 육자심인(六字心印)에 귀명하고, 삼세(三世)에 변함없는 만유 실체인 본성의 진리에서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心]은 하나입니다. 하나의 마음이 상[森羅萬像]으로 나타날 때, 인증(印證)의 작용으로 각각 다른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의 마음, 보살의 마음, 연각의 마음, 성문의 마음, 중생의 마음, 흙의 마음, 물의 마음, 불의 마음, 바람의 마음, 초목의 마음 등으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마음은 또한 각각의 체성(體性) 따라 8만4천의 경계[森羅萬境]로 작용합니다. 8만4천의 작용 가운데 부처님으로부터 인증(認證)받으면 불심인(佛心印)이 되고, 보살의 인증을 받으면 보살심인(菩薩心印=薩埵心印)이 되며, 성문이 인증하면 성문심인(聲聞心印)이 되고, 연각이 인증하면 연각심인(緣覺心印)이 되는 것입니다. 천태지자(天台智者)는 화엄 법계를 인증받아 화엄심인(華嚴心印)을 전하였으며, 선종(禪宗)은 화두 탐구로 인증받아 선심인(禪心印)이 되었습니다. 선심인의 중심은 가섭존자의 심법(心法)이 달마(達摩)로 이어져서 동토 혜능(惠能)에서 빛을 발하여 많은 선종의 종파가 나누어진 심법입니다. 중생의 마음이 천차만별이면, 인도하는 스승도 천차만별이요, 수행방법도 천차만별이며, 심인을 깨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화두 없는 묵조선(黙照禪)이나, 경전을 독송하고, 염불하고, 계율을 지키고, 보시하고, 인욕하고, 진언 수행하고, 불탑을 조성하고, 불화를 그려도 심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수행마다 깨달음이 다르고, 화두마다 깨달음이 다르고, 나타나는 법문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가 심인을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문(宗門)과 종파(宗派)가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십호(十號)인 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徧智),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혜(世間慧),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은 모두 무상정등정각의 일부분 깨달음을 얻은 불심인의 자리입니다. 이 열 가지 공능(功能)을 모두 갖추었을 때 비로소 구경성불인 무상정등정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지닌 심인(心印)은 삼라만상과 삼라만경의 일부분의 깨달음을 누구나 다 얻을 수 있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관세음보살의 본심인 육자진언이 비로자나불의 본심에서 나온 것이요, 모든 보살의 본심에서 유출한 것이며, 중생들의 본심에서 나온 진언입니다. 이러한 육자심인이 아축불이 인증(認證)하면 보리심인(菩提心印)이 되고, 보생불이 인증하면 공덕심인(功德心印)이 되며, 아미타불에 인증하면 지혜심인(智慧心印)이 되고, 불공성취불이 인증하면 정진심인(精進心印)이 되고, 금강살타보살이 인증하면 금강심인(金剛心印)이요 살타심인(薩埵心印)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만다라의 제존이 각각의 심인으로 인증받아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육자진언을 염송하면 모든 불보살이 인증으로 불심인의 자리에서 진언의 묘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심인은 남을 의지하여 인증받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믿고 실천하는 가운데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선종에서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자는 스승으로부터 받은 화두에만 마음을 모아 오매불망 탐구하듯, 진언 수행자는 오로지 다라니[眞言]만을 마음에 새기면서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염송함으로써 부처님으로부터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인증을 받았을 때 자신의 본성을 깨닫게 되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자신의 허물을 알게 되며, 다시 참회 수행으로 공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공덕으로 중생의 업을 멸하여 해탈하는 것입니다. 참회 공덕은 최고의 중생이 되는 것입니다.
 
최고의 중생은 현실적인 가난과 병고와 불화의 고통에서 벗어난 자리입니다. 부처로부터 인증받은 불심인(佛心印)이 아니면, 삼매에 들어갈 수도 없고 육자진언의 묘리도 깨달을 수 없으며, 삼고를 해탈할 수도 없습니다. 해탈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하여도 반드시 정도 수행을 하여야 합니다. 본래 진리에는 정도니 외도니 하는 구분이 없습니다. 마음을 한곳에 모으기 위하여 귀명할 수 있는 본존을 세우고, 그 본존의 가르침을 준수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정도와 외도로 구분되는 것입니다. 외도 수행은 올바르게 정해진 방편을 따르지 않고 사견에 집착하여 탐진치를 중심으로 하는 번뇌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만일 본심 진언이 아닌 다른 것에 귀명(歸命)하고 수행한다면, 그것은 심인진리의 법을 따르지 수행이 아닌, 탐진치에 물드는 외도의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진언 수행이 나와는 맞지 않은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의심(疑心)하여 심마(心魔)를 일으킨 상태라면, 아무리 용맹을 세워 염송하여도 깨달음의 공덕은 얻지 못할 것입니다. 심마는 곧 자심마(自心魔)로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에 의심을 가지는 순간 자연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심마가 처음 들어올 때는 기세등등하게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비유하면, 100년 동안 어둡던 굴속에 불을 밝히면 어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심마를 겁내지 말고 믿음을 굳게 세우면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만일 심마에 들은 상태에서 용맹심을 세운다면 그것은 만용(蠻勇)이 되어 세월만 허송하게 될 것입니다. 속히 믿음을 굳건하게 세워 심마를 항복시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화신 석가모니불 열반으로 친교(親敎)가 멀어진 지금에는 진리의 부처이신 법신불의 가르침으로 법의 중심을 세워야 하는 시절입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며 가르침을 내리는 분이 법신불입니다. 형상에 의존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의 진면목(眞面目)의 불심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는 본래 불심인이 필요로 하지 않듯이 중생에게는 중생의 마음이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중생의 마음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중생도 윤회의 업이 되는 중생의 마음을 놓고 불심인으로 돌아가는 불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어리석은 중생은 필요 없는 중생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놓지 않고 있습니다. 중생심이 작용하면, 무상(無常)의 삼라만상(森羅萬像)과 삼라만경(森羅萬境)을 만들어 고달픈 삶을 살게 될 뿐입니다. 우리들 자신이 본래부터 지닌 불심인은 이름과 형상도 없으면서 지극히 크기도 하고, 지극히 적기도 하며, 텅텅 비어 호호하고 탕탕하며 외외(巍巍)하여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시간으로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으며, 공간으로는 하늘에 있으면 하늘의 주인공이요, 땅에 있으면 땅의 주인공이며, 허공에 있으면 허공의 주인공이요, 만물에 있으면 만물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자리는 명예의 주인공이 되고, 물질의 주인공이 되며, 권력의 주인공으로 머물기도 합니다. 모든 것의 주인공이 되는 불심인을 깨달으면 우리는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고 가질 수 있어 자유자재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심인을 찾는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찾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심인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잃어버린 불심인을 찾아 부처님으로부터 다시 인증받아 가난과 병고와 불화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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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