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성법신(自性法身)

밀교신문   
입력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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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毘盧遮那)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充滿)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
 
석가모니불을 불교의 교주로만 알고 있는 불자들에게 비로자나불이 본래의 교주임을 알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편으로 자신들이 본래부터 지닌 자성이 곧 법계의 성(性)이라는 것을 먼저 알리고 다음으로 도솔천 부처님→하나 부처님→법신불 →법계진각님 등으로 표현하면서 최후에 비로자나불이 불교의 교주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순차적 바뀐 명칭들은 모두 우리들의 본심(本心)인 심인(心印)으로서 자성법신이 되는 것입니다.
 
비로자나불과 자성법신은 동체심인(同體心印)으로서 청정의 공능(功能)을 지닌 법신불입니다. 비로자나불의 뿌리에서 화신과 응신의 몸을 나타내면서 장소와 시대와 중생 근기에 맞추어 교화하였습니다.
 
이것은 풍토성(風土性)과 혈지성(血智性)을 찾아 서로 상응하여 싹을 틔우고, 잎을 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자성법신으로 회향하는 참뜻을 밝힌 것입니다.
 
진각성존은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하고 육자진언을 수행본존(修行本尊)으로 정립하면서 귀명(歸命) 부분과 수행 부분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중생의 삼고(三苦)에서 해탈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자성법신이 무상(無相)이듯이 법신 비로자나불도 무상불(無相佛)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불상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불상(佛像)을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기 17(1963)년 일반불교에서 불상을 건립하고자 할 때, 전국 심인당에 공문을 발송하여 신교도들에게 불상 건립에 동참하여 복을 짓도록 권선(勸善)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상불을 강조한 것은 진언 수행 과정에서 형상에 집착하여 기복불공(祈福佛供)으로 흐르지 않도록 차단한 하나의 방편이었습니다.
 
중생은 의뢰하는 마음과 밖으로 향하는 마음과 화려한 상불(相佛)을 보고 유혹당하기 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유상불(有相佛)을 멀리하고 자신 내면의 본래불(本來佛)을 찾도록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 법문의 진수(眞髓)는 자신이 곧 부처임을 깨닫게 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중생들은 처음으로 신심을 일으키는 데는 때로는 화려한 장엄 자체가 필요할 수 있지만, 본심을 찾는 데는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 마음에 본래 있어서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에게도 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천차만별의 중생심을 불성(佛性) 하나로 표현하면서 내면에 갖추고 있는 불가사의한 무진공능(無盡功能)의 불이문(不二門)을 스스로 찾아 비로자나불의 만다라 세계에 귀향하도록 한 것입니다.
 
유상불에 집착하거나 유혹당하지 않도록 많은 경전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금강경’에서 “무릇 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라,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즉시 여래를 본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고 하였으며, 또한 “만약 모양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라 여래를 보지 못하느니라(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하여 모양으로 부처를 보지 말라 하였으며, 다시 “일체의 유위법은 실답지 못하고 허망하여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아침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은 줄을 응당히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하여 무주상법을 설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음이라[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하여 하나의 자성법신임을 밝히고 있으며, 선종(禪宗)의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의 가르침도 모두 자성법신을 뜻하는 것입니다. 무상(無相)이요, 무위(無爲)인 자성법신은 나고 멸함이 없고, 있고 없음도 없고, 크고 작음이 없고, 밝고 어둠이 없고, 얻고 잃음도 없고, 모양도 차별도 없는 이것이 곧 나 자신의 소소영영(昭昭靈靈) 하는 천진불(天眞佛)인 자성부처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중생은 경계를 보아 마음을 일으키기[見物生心] 때문에 진실의 본성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그 진실의 본성(本性)은 가까이 곧 내 마음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법신 비로자나불은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왕 파순이도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습니다. 중생의 마음 씀에 따라서 나 자신이 부처도 되고 마왕도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즉 한순간에 지옥과 극락을 오갈 수 있는 마음이 자성법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부처의 마음을 지니고도 중생으로 살아가면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마음 하나 잘 사용하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비한 마음을 평생 사용하여도 다 사용하지 못할 것이며, 남을 돕는 보시행도 평생 하여도 다 하지 못할 것이며, 입으로 좋은 말을 평생 하여도 다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 정법까지 만났으니, 복 가운데 가장 큰 복을 받은 것입니다. 참으로 귀하게 받은 행운의 몸을 다음 생에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부터 이 좋은 기회를 놓이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자성 법신의 본분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성 법신의 본분은 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며, 몸으로는 살생, 투도, 사음하지 말고, 입으로는 거짓말,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으며, 욕하지 말고, 말을 꾸미지 말며, 뜻으로는 욕심을 생각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어리석은 생각 하지 말고 십선(十善)을 행해야 할 것입니다.
 
한평생 선을 행하고자 하여도 시간 없고, 장소 없고, 사람이 없는데, 굳이 악을 지을 시간과 장소와 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불보살의 되고자 하는 마음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중생으로서 삶을 바르게 하는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 깨달음이 무엇이겠습니까? 곧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 입니다. 비로자나불의 자내증(自內證)의 경지에서 보면, 자성법신은 위와 아래도 없고, 좌와 우도 없으며, 모두가 하나의 법계로 귀결되어 평등한 자체입니다. 중생이 자성법신의 자내증의 경지에서 설사 윤회하여도 고통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자진 고행으로 해탈의 참맛을 볼 것입니다.
 
중생은 언제부터인지 자내증의 자리를 잊고, 나고 죽음의 생을 받으면서 무한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윤회를 거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윤회가 무엇이며,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윤회와 고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다가 삶이 지나치게 즐겁거나 괴로울 때는 그것을 연장하거나 벗어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생각으로 다시 태어나 이와 같은 즐거움이 지속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 이러한 괴로움을 받지 않고 즐거운 삶을 살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던 것입니다. 중생들의 이러한 바람에 의하여 비로자나불이 중생들의 원력에 맞추어 수없이 많은 화신불로 출생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불법이 사라지려 할 때, 세상에 사악한 법이 가득할 때, 불법(佛法)이 매도되고, 불상과 불탑은 파괴되고 허물어지며, 수행자는 깨달음에 뜻이 없고 부귀영달을 구할 때, 새로운 화신불이 출생하여 다시 정법시대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중생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어려울 때마다 화신불이 출현하여 구제할 것이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우리는 부처님을 만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합니다. 앞당기는 법은 자성법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한 부처가 성도(成道) 하면 국토 모두가 성불한다.”고 하였습니다. 비유하면, 자석이 쇠붙이를 당기듯, 물로 자라나는 생명이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가듯, 자성법신[佛]이 자성법신[衆生]을 찾아올 것입니다.
 
중생은 자성법신이 가진 자내증의 진실 법을 모르고, 밖에서 불을 찾아 섬기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을 향하여 귀명하고, 자신을 향하여 서원하며, 자신을 위하여 정진합시다. 내가 진실한 마음으로 합장하면, 법신과 화신도 함께 합장할 것이며, 내가 결인하면, 법신과 화신도 함께 결인할 것이요, 내가 진언을 염송하면, 법신과 화신도 함께 진언 염송할 것이요, 내가 부처를 관상하면, 법신과 화신도 함께 부처를 관상할 것입니다. 나의 마음이 영원불멸의 세계로 향하면, 법신과 화신도 함께 함께 영원불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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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