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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명상하다

밀교신문   
입력 :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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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할리팩스 지음·민족사 펴냄·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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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비리여. ‘지바라는 이름을 가진 84천의 딸들이 장례의 불에 불타고 있다. 당신은 어느 딸을 위해서 울부짖고 있는가?”

 

붓다는 웁비리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이제 그만 잊고 딸을 놓아주라고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그 대신 웁비리의 개인적 비탄이 고통을 겪는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보편적 연민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점을 보여 준다. 이 책의 저자 조안 할리팩스는 붓다의 이런 가르침에 주목한다.

 

개인적 상실의 고통은 어떻게 보편적 연민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책 죽음을 명상하다를 관통하고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마음에 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모든 이들이 인생이라는 동전의 양면인 삶과 죽음의 경험에서 회한과 비통함뿐만 아니라 궁극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마이애미 의과대학의 교수를 역임하고, 하버드 신학교·하버드 의과대학·조지타운 의과대학 및 여러 학술기관에서 죽음과 죽음 과정에 대해 가르침을 준 불교도이자 의료인류학자인 조안 할리팩스가 약 50년 동안 임종의 현장에서 일하며 터득한 죽음에 관한 명상의 정수가 담긴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임종에 직면한 사람과 접촉한 저자의 오랜 경험과, 전문 돌봄 집단과 임종자의 가족들에게 가르쳐 왔던 내용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죽음 앞에 용기로 마주한 사람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주고, 각 장의 끝에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는 명상 방법을 제시하여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