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佛法)은 체요 세간법(世間法)은 그림자라

밀교신문   
입력 :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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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서원(五大誓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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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의 공식 불사와 의식 등의 모든 행사는 참회, 강도발원, 오대서원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참회가 첫째요 서원이 두 번째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참회 부분을 설법하고 이제 서원에 관하여 설법하고자 합니다. 강도발원과 오대서원은 같은 뜻이지만 강도발원은 불사나 의식의 주제와 개인적 서원이라면, 오대서원은 밀교의 본원(本願)으로 대중적 서원을 말합니다. 현교는 사홍서원(四弘誓願)을 본원으로 하고, 밀교는 오대서원(五大誓願)을 본원으로 합니다.
 
만물은 어느 세상에 태어나든 각자가 생존에 필요만큼의 힘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그 세상에 적응할 힘이나 능력을 지니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습니다. 육도(六道)를 윤회하는 것은 육도에 적응할 힘 때문에 육도에 윤회하는 것입니다. 즉 지옥에 적응할 힘을 지니면, 지옥에 태어나 고통받을 것이요, 천상에 적응할 힘을 지니면, 천상에 태어나 영화를 누릴 것이며, 축생에 적응할 힘을 지니면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요, 인간계에 적응할 힘을 지니면 인간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사성(四聖)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승(小乘)에 적응할 힘을 지녔으면 성문(聲聞) 연각(緣覺)이 될 것이요, 대승(大乘)의 적응할 힘을 지녔으면 보살(菩薩)이 될 것이며, 부처에 적응할 힘을 지녔으면 무상정등정각을 이룩할 것입니다.
 
적응하는 힘은 곧 인(因)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태어난 힘을 보면, 낮에 필요한 것은 낮에 얻을 수 있고, 밤에 필요한 것을 밤이 되어야 얻을 수 있으며, 봄이면 봄에 맞는 것을, 여름이면 여름에 맞는 것을, 가을이면 가을에 맞는 것을, 겨울이면 겨울 맞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시간과 장소에 맞추어 필요한 만큼 모으고 버리면서 서로에게 장애(障礙)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면서 생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필요에 따른 것을 얻지 못하고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얻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는 잘못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그 허물이 있습니다. 허물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허물은 자기의 능력과 그릇 이상의 그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욕심이요, 둘째 허물은 자기가 지닌 본래의 힘과 능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심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행하는 노력은 헛수고가 될 뿐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굵은 밧줄을 작은 바늘구멍에 꿰고자 하는 것과 바늘허리에 메어 쓰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의 분복(盆福)은 적응할 힘만큼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생존하지만, 사람은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과 기다리지 못하는 다급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것도 다 누리지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마음이 있음으로 꿈도 있고, 희망도 있고 발전도 있으며, 나아가 윤회를 벗어나는 해탈도 열반도 성불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으로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라는 마음과 이루고자 하는 욕망에서 동서남북으로 그 힘을 찾아 바쁘게 다니면서 그 어떠한 힘을 빌리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큰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가장 높은 것, 가장 밝은 것, 가장 큰 것, 가장 깊은 것, 가장 넓은 것, 가장 많은 것, 가장 뛰어난 것, 가장 오래된 것, 신비하게 보이는 것을 찾아 신(神)으로 섬기면서 서원을 세웁니다. 즉 태양, 달, 별, 물, 불을 섬기며, 고요한 계곡, 심산유곡의 큰 바위, 폭포수, 서낭당 나무, 바다와 강에 정성을 들이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힘과 능력을 알고자 하여 점(占)집을 찾아 관상(觀相), 수상(手相)을 보기도 하고 사주팔자(四柱八字)와 자구(字句)해석으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서원은 자신보다 강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신(神)에 맹세하는 것입니다. 강도 발원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본분(本分)을 찾아 부족하고 잘못됨을 참회하며, 가르침 따라 정진하겠다고 부처님 앞에 맹세의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은 탐진치가 가득한 글을 올릴 것이요, 믿음이 강한 사람은 인과(因果)를 깨달아 참회하는 마음을 표할 것입니다. 진언 수행자는 대승적인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먼저 은혜 보답을 서원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찾아 참회하기를 서원하며, 끝으로 바라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서원하는 것입니다. 은혜 갚고자 하는 마음이 없고, 잘못을 참회하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바라기만 한다면, 이러한 서원(誓願)은 기복(祈福)이 되어 또 하나의 병(病)인 서원병(誓願病)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병이 짙으면 짙을수록 해탈의 진미(珍味)는 맛보지 못하고 마음의 고통과 현실적 재난만 따를 뿐입니다. 기복(祈福)으로 자신의 욕망만을 생각하는 서원병에 걸리지 않도록 선지식을 친근하여 바른 서원법을 배워야 합니다. 서원에는 본원(本願)과 별원(別願)이 있습니다. 본원은 자신을 위하는 원이요, 별원은 남을 위하는 회향의 원을 말합니다. 자신이 먼저 깨달아 해탈한 연후에 중생을 제도하는 회향의 원을 하여야 합니다. 밀교의 오대서원과 현교의 사홍서원은 모두 자성을 먼저 제도하고 깨달은 연후에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본원(本願)입니다. 석가모니불 500원, 아미타불 48원, 약사여래 12대원 등은 모두 본원을 성취한 연후에 세운 별원(別願)들입니다.
 
오대서원, 사홍서원은 모두 자성중생 제도하는 것을 근본으로 하여 성불의 길로 인도하는 수행의 차제(次第)입니다. 먼저 자기 자성을 제도한 연후에 자신의 복과 지혜를 모으게 되어있습니다. 자성중생 제도란 발심(發心)의 뜻으로써 해탈, 열반, 성불에 이르는 첫 관문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자성중생을 제도하고자 발심(發心)한 연후에 복과 지혜를 모으고, 복과 지혜가 원만하게 모여진 다음에 법문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성의 법문을 깨달으면, 자신이 이미 32상과 80종호의 여래상이 갖추어져 있음을 알게 되어 스스로 섬길 것이며, 자성심의 섬김이 원만할 때 비로소 무상정등정각이 이루어져서 그 공덕을 널리 회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홍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성의 중생을 제도하고[發心], 자성의 번뇌를 끊고, 자성의 법문을 배우며, 자성불도를 성취하게 된다는 본원(本願)입니다. 진각성존의 가르침도 “육자진언 염송으로 자신이 먼저 가난과 병고와 불화의 고통에서 해탈한 연후에 가족과 사회를 제도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오대서원, 사홍서원, 진각성존의 무진서원은 모두 타(他)를 위하는 서원이 아닌 자신을 위하는 서원이 먼저입니다. 이러한 뜻을 알고 서원문을 외우거나 낭독할 때는 항상 자기 자성을 찾고자 하는 발심(發心)의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원의 의미를 바로 알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공도(空道)의 법을 실천하여 허공과 같은 넓고 큰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허공의 본성(本性)은 비우고 또 비우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비워 걸림 없는 공간을 만들었을 때, 그 속에 일체 만물을 채워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입니다. 비어 있는 듯한 허공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세상에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 중생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지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사람이 붉은 것을 보고자 하면 허공은 붉은 것을 보여주고, 푸른 것을 보고자 하면 허공은 푸른 것을 나타내며, 노랑을 보고자 하면 허공은 노랑을 나타내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지개를 나타내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비를 뿌리기도 하며, 빛을 통과 시켜 만물을 성장시키기도 하면서 또한 사라지게도 합니다. 마치 인과법칙(因果法則)의 흐름과 같이 걸림이 없으면서도 가장 겸손하여 자신을 내세우는 상(相)도 없고 자랑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고 없애고 늘리고 줄임을 마음대로 하는 허공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법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허공을 닮은 마음 자세로 자성 찾는 발심(發心)을 합시다. 남을 탓하지 말고 사회에 허물도 돌리지 않는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좋은 인(因)을 짓고, 소리 없는 가운데 좋은 연(緣)을 만들면서 어느 곳도[場所] 머물지 않으며, 어느 것도[物件] 집착하지 않는 자신을 찾는 수행을 합시다. 자성 참회와 정진으로 자성 중생을 제도하는 오대서원의 본원(本願)을 차례에 따라 실천하는 수행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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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밀각심인당 불사모습

 

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