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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편집부   
입력 : 2017-11-10  | 수정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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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體育)’ 글자 뜻 그대로 ‘신체를 기르는 것’이다. 여기에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덧붙이니‘체육교육(體育敎育)’이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체 활동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현장의 체육 교사들 대부분이 이러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으로서 최대한 교육적인 해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해보았지만, 대답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것 같다. 참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도교수로부터 얻는 교육적 영감과 함께 학문적, 인간적 교류를 나누는 벗, 그리고 열정적인 동료 교사들이 주변에 있어 그들로부터 방향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리고 매우 뜨겁다. 교육의 중심은 당연히 공교육이어야 하나 언젠가부터 사교육의 덩치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이러한 비대칭에 대해 모두가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항생제에 익숙해진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와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의 일탈,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줄 교육적, 사회적 장치의 부재 등등, 그렇다고 학창시절 학업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의 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는 ‘경쟁의 장’이 아닌 ‘협동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배우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경험을 해야 한다. 실수도 해봐야 하고, 패배를 받아들이고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근력도 키워야 한다. 물론 교과별로 교육과정 내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용 전달과정에 이러한 사회적 상호과정이 곁들여져야 한다.

체육은 다양한 과목 중 이러한 교육적 접근이 가장 용이한 교과목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체육의 기능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구성되고 진행되었다. 당연히 신체 능력이 뛰어난 남학생들 위주의 시간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운동능력이 뛰어난 학생들만의 시간이 되었다. 같은 시간 소외되었던 많은 수의 남학생과 여학생들에게 체육은 무의미한 시간으로 기억되었다. 이 후 체육교육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많은 교사와 학자들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수업의 내용과 형태는 매우 세련되어졌지만 여전히 이 시간이 두렵고 지루한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게 무엇이 전달되어야 하는가? 바로 다양한 신체 활동 경험을 통해 체력 향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일상으로 운동이 자연스럽게 전이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여중생들의 경우 외모와 친구, 연예인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면 십중팔구 마음의 문고리는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문을 열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해 말해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하며, 나아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그리기 등의 인문적, 서사적 활동 체험의 기회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 ‘내용’ 보다도 전달하는 ‘사람’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은 넘지 못한다.’는 교육계의 금언이 있다. 교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위, 자격증, 연수 등 눈에 보이는 노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삶의 태도이다. 나아가 여유가 된다면 교사공동체 활동을 통해 생각과 철학을 공유하며 교육과 수업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체육의 표면적인 부분만을 바라본 관점을 뛰어넘어 운동소양(sport literacy)을 기르며, 참되고(眞), 올바른(善) 그리고 아름다운(美) 방향으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체육교사는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올바른 체육 교사의 가치관은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만이 우선이 아니라, 진선미(眞善美)의 관점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것에서부터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참되고 착한 사람이 되자’라는 진선여중의 교훈이 운동장에 서 있는 내게 큰 울림을 준다.

손성훈/진선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