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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가외(後生可畏)

편집부   
입력 : 2012-11-28  | 수정 : 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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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학과 공개수업이 있었다. 공개수업에는 같은 교과의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과 심지어는 다른 학교에서 온 수학교사들까지 참관하니,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수업이 아닐 수 없다. 이 공개수업을 담당했던 교사는 교직 경력이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수업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간도형을 이해하고,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수업진행과 능숙한 컴퓨터 기자재의 활용 등으로 깔끔하게 공개수업을 마쳤다.

 필자는 수업을 담당했던 교사의 수업을 신임교사 채용을 위한 수업평가부터 교원평가를 위한 참관수업까지 여러 차례 수업을 참관했었다. 그런데 이전에 봤던 수업과 이번 수업은 확연히 달랐다. 과거에 했던 수업이 뭔가 어색하고 허둥지둥 혼자 진행하는 수업이었다면, 이번 수업은 확실한 발음과 억양, 적절한 시선처리, 깔끔한 판서 등으로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또 새로 구입한 CABRI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공간도형을 단계별로, 다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물론 아직은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이룬 성취로 볼 때, 훌륭한 현장교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당찬 후배교사들을 볼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현장교사로서의 자질이 나를 훌쩍 뛰어 넘는 일도 있다. 후생가외(後生可畏)란 말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 예비교화스승교육을 받은 종무원 중에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분들이 신규 스승으로 발령 났다. 오랫동안 금강회 활동을 하다 보니 종무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이 지금은 스승의 신분으로 수행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지방 심인당에서 교화활동을 하므로 평소에는 못 보지만 간혹 종단의 큰 행사에서 볼 때가 있다.

젊은 스승들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든다. 수행하랴, 교화하랴, 쉽지 않은 생활일 텐데 부모님 모시고, 자식 키우는 등 그 연배에서 해야 하는 일들도 모두 해야만 한다. 거기에다가 심인당에서 일이 생기면 자성동이부터 노 보살까지 모두 스승만 바라보고 있으니, 처신하기도 쉽지 않으리라.

그래도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교도들의 바람은 같을 것이다.

‘부디 공부 많이 하시고, 수행 많이 해서 큰 스승님이 되시길….’

어쩌면 큰 스승님도 젊은 스승을 보면서 후생가외(後生可畏)를 떠올리지 않을까?

조남일 / 진선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