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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49호)

편집부   
입력 : 2010-12-16  | 수정 :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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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예산안 파동과 자주불교

정부여당이 새해예산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교계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템플스테이 예산안이 삭감돼 조계종단을 비롯한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예산과 관련해 삭감된 부분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하겠다고 여러 차례 불교계와 약속을 했지만 이른바 4대강예산을 서둘러 처리하다보니 미처 관련된 예산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예산뿐만 아니라 이번 예산안 단독처리 과정에서 친서민 복지예산도 상당부분 누락돼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과정의 잘잘못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서민 복지예산과 관련된 예산들은 재심의든, 추경이든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다시 반영해 정부, 여당이 중점정책으로 내세우는 친서민정책이 헛된 구호가 아닌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템플스테이 예산과 관련해서는 정부, 여당의 진솔한 사과와 자성이 필요할 뿐, 타 예산을 전용해 '불심'을 달래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오히려 불교계의 자존심을 더 자극하게 하는 것이므로, 진정성을 가지고 대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4대강예산도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종교계와 야당, 환경단체들이 왜 그렇게 반대하는가를 진심으로 성찰하는 집권여당의 성숙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유아예방접종비용, 육아돌봄서비스, 청소년공부방 예산 등은 당장 시급한 친서민 예산들이지만, 4대강정비나 지역 토목관련 일부 예산들은 후순위로 돌려 순차적으로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중국 수나라 양제가 대수로 토목공사에 매달리다가 결국은 국력을 낭비하고 파국을 맞은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교계는 이번 템플스테이 예산안 파동을 계기로 그동안 중요한 대작불사들의 예산을 너무 국고지원 등 정치적인 관점으로 해결하려 한 것은 아닌지 그 인과적 이치를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템플스테이 주 해당 종단인 조계종단이 천명한 바와 같이 불교적 방식으로 소박하게 진행하는 자주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과 내실의 진각종사 회향   

진기 64년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몇 년간 초유의 종단분규파동을 겪은 진각종단으로서는 올 한해를 안정과 내실 다지기의 충실한 회향을 할 수 있는 한 해라고 보여진다. 종법의 수호의지는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법 보다는 교법과 수행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솔선해온 것이다. 행정부처인 통리원 중심으로 종단은 진언행자들의 마음 모으기와 삼밀수행의 종풍진작에 주력하였다. 산하기관들도 이에 맞춰 각종행사에서 신행적인 모습을 강화하는 등 생활불교의 면모를 갖추기에 진력하였다.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법문 중에도 '만일 유위세력으로 널리 증득못하거든 무위법에 주하여서 보리심만 관할지라'고 하였다. 교법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대내외를 막론하고 엄격한 죽비의 위엄을 보이되, 억조창생의 중생교화를 다짐해야하는 종단으로서는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로 살피는 지극한 성찰의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종단의 3대 종책사업들이 고르게 안정된 기조 속에서 차분한 성장을 보였다. 포교분야에 있어서는 10여 년 만에, 안산지역에 새 심인당을 건립하는 성과를 보였으며, 해외포교에 있어서는 스리랑카에 중고등학교 과정의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등 금강륜상의 위상을 해외에까지 펼쳐 놓았다. 또한 교육원 등에서도 종조법어집 결집에 더욱 매진하는 등 교법정비에 주력하였으며, 종립학교들도 지속적인 교학연찬과 더불어 새롭게 법인인 회당학원을 일신하는 등 더 큰 성과를 위한 정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복지재단도 외연적인 성장보다는 내부자원 연계 네트워크 구성, 자체시설 확충 등으로 여러 개의 지역아동센터를 개설하였으며, 일본 복지계와의 결연사업 확충 등 인적, 물적성장의 토대를 심화시킨 한 해였다고 평가된다.

진각종단은 개종이래 '진호국가'를 불사의 주된 회향 목표로 삼듯이 올해는 유독 나라 안팎의 불상사가 많았던 만큼 대 사회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는지 결과내증의 기회도 필요할 것이다. 산이 높아지면 계곡도 깊어지듯이 종사의 흐름도 시대의 지형과 기류를 타며 흘러간다. 그러나 그 어느 순간을 지나가도, 현세정화의 창종 원력과 진호국가의 시대정신만은 놓치지 말아야하는 것이 진각종의 창종 소이요, 진언행자들의 소명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