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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착각이다?
“착각은 자유다.”라는 유행어에 대해 어느 철학교수가 “착각은 자유가 아니라 필연이며, 자유가 착각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지적을 했다. 따져보면 “착각은 자유다.”란 말은 남이 하는 착각에 대해 재미삼아 하는 표현이고, 정작 당사자에게 착각은 나름 분명한 근거 위에서 이루어지는 판단으로서 필연이라 할 만하다. 잘못된 근거에 사로잡힌 상태가 착각인 것이다. 덧붙인 말, “자유가 착각이다.”는 해학적으로 사용된 ‘자유’가 만만하게 사용할 용어가 아님을 반어법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마침 사람의 속박과 자유의 문제를 잘 나타낸 시가 있는데 그 시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앤서니 루돌프라는 시인의 14행짜리 시는 “I am determined by my class(나는 나의 출신계층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이다).”로 시작된다. 2행부터 13행까지는 앞부분은 똑 같고 by my class 대신 남녀성별에 의해, 종교에 의해, 유전자에 의해, 무의식에 의...
2017-01-26 13:22:01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마케팅에서 제품의 이름은 굉장히 중요하다. 쉽게 기억되고, 오랫동안 기억되기 위하여부르기 좋은 이름을 선호한다. 제일 좋은 이름은 제품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이다. 오랫동안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제품들의 이름이 있다.‘열두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누가바’, ‘새우깡’, ‘쵸코파이’, ‘박카스’, ‘신라면’......양반과 상놈을 구별하던 때에 있었던 이야기다. 백정은 상놈 중에 상놈이었다. 그 백정 중에 박상길이라고 하는 백정이 있었는데, 그 상길이가 푸줏간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상길이가 운영하고 있는 푸줏간에 양반 두 분이 고기를 사러 들어왔는데 먼저 들어온 양반님께서 대뜸 하는 말이 “이놈 상길아! 고기 두 근만 주거라.” “예, 드리지요” 하고선 정확히 칼질 한 번에 고기 두 근을 썰어 저울대에 올려 무게를 확인 시키고서는 “여기 고기 두 근이요” 했다. 나중에 들어온 양반님께서 말하기를 “여보게 박 서방! 나도 고기 두 근만 주시게나.” “예, 드리지요” 하고선 이번...
2016-12-28 10:20:15
세상에서 가장 큰 절
우리 학교에는 가끔 힘들고 어려운 삶에 지친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맑고 밝고 청정한 마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살아있는 부처와 같은 선지식인 세 분이 계십니다.한 분은 70대 남성으로 학교에서 공공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그는 아침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학교에 나타나 만나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함박미소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치 자기 일인 양, 학교 안팎에 버려진 쓰레기나 휴지 등을 줍기도 하고 학교에서 나오는 파지와 종이 박스 등을 모아 고물상에 가져다주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공근로자로서 적은 액수의 월급은 받고는 있지만 그는 나이를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로움과 밝은 인사로 남은 인생을 성실하고 친절하게 살고 가고 있다는 것을 당차게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남들도 하기 힘든 더럽고 지저분한 학교 화장실 청소를 책임지고 있는 60대 남성이 계십니다.교직원 화장실이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를...
2016-12-15 09:47:39
착각은 자유다?
예전에는 유행어가 드문드문하여 꽤 오래 통용되곤 했다. “착각은 자유다.”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데 교양철학 시간에 교수님이 “착각은 필연이다. 자유가 착각이다.”라고 반론하셨다. 부연설명이 없었고 그 말만 뇌리에 남았는데, 최근 인상적인 착각 사례를 경험하게 되어 다시 들추어보고자 한다.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한 내내 아래층의 소음항의에 온 식구가 늘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던 아내가 잠이 든 지 한 시간이 지난 자정 즈음에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래층의 소음항의였다. 소음이 생길 여지가 없는 상황임을 피력했고, 그 이후로는 소음항의가 없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있는 대로 보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대하는 것을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와 기대하는 대로의 차이가 곧 착각이니 우리의 삶은 온통 착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지개를 처음 프리즘으로 만들어낸 ...
2016-12-01 10:06:12
무소유의 삶
매일 박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두 사람의 좋은 인연이 악연으로 끝이 나는 것 같다. 무소유의 실천으로 만난 법정스님과 길상화 보살의 인연을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연다.. 법정 스님을 추모한다. 송광사의 조그마한 암자 불일암에서 생활하시다가 강원도 화전민 이 살던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열반에 드셨다. 생전에 “세상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또 사리를 줍는다고 재를 뒤적이는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 내가 입던 승복 그대로 입혀서, 내가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뉘어 그대로 화장해달라”고 당부하였다. 죽어서 도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을 추모한다.우리가 살아가면서 말은 참으로 쉽게 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힘이 든다. 스님이 가진 것은 넉넉한 마음이다. 돈도 명예도 아닌 ‘무소유의 삶’을 온전히 즐기셨다. 열반에 드신 날까지. 하루 실천하기도 어려운 무소유의 삶을 평생 실천하고도 모자라 열반에 드는 그 순간까지. 생전에 큰스님이란 호칭도 ...
2016-11-15 10:12:09
울림, 성공의 길을 걷다
물리에서 사용하는 공명(共鳴)은 진동계의 진폭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또한 남의 행동이나 사상 등에 깊이 동감하여 함께 하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의미합니다.공명의 힘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1940년 11월 7일 미국 위싱턴 주 타코마 해협에 놓인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타코마 다리는 190km/h의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지만, 개통된 지 넉 달 만에 약 67km/h의 바람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다른 원인도 아닌 바람 때문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무너져 버린 사실에 토목 기술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이처럼 아무리 뛰어난 현대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한 튼튼한 다리조차도 바람이라는 공명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타코마 다리 붕괴를 심인 진리법으로 해석한다면 비록 미약한 나의 존재가 미묘하고 광활한 범우주에 살고는 있을지언정, 타코마 바람처럼 비록 작은 울림이지만 이웃에게 큰...
2016-11-01 09:49:49
집단 간 격차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들 중에는 교육부 관리의 설화(舌禍)가 있었다.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그의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조차 얼굴을 붉힐 정도로 거친 발언” “한국 관리, ‘멍멍 꿀꿀’이란 댓글을 이끌어내다.” 등의 제목으로 미국의 신문에도 소개되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한 미국도 그의 표현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는 그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면 그의 인식이 미국사회를 모델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교육은 사회적 불평등이 투영되는 곳이기도 하고 또 이를 낳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학교가 힘겨워하는 문제들 중 하나가 집단 간 성취격차이다. 흑인, 히스패닉, 미국 인디언, 푸에르토리컨 등 소수인종 집단의 성적이 낮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학자들이 고심...
2016-10-16 12:54:58
아들아! 엄마한테 잘해라
‘아 -’하면 파릇한 봄내가 나고 ‘어-’하면 초가을의 저녁노을이 생각난다. 봄은 어 디에서 왔으며, 가을은 어디로 가는가? 초록의 잎들은 흙으로부터 오고, 저녁노을은 서산 너머로 간다. 봄은 겨울에서 왔으며 가을은 겨울로 간다. 겨울은 봄과 가을의 고향이다. 아이는 피고 어른은 진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다는 것. 아이와 아버지, 어른과 어머니는 동의어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가끔 본다. 길거리에서,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는 텔레비전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프로가 있다. 이제는 종영이 되었지만 ‘아빠! 어디가?’ 거의 놓치지 않고 본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아빠와 싸각싸각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늘 아빠는 아이들에게 이방인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가식이 없고 진솔하다. 말보다 먼저 얼굴이 반응을 한다. 좋고 싫은 표정이 경계 없는 선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금방 좋았다가 금방 싫었다가. 시...
2016-10-04 09:51:07
지혜로운 교사
영국 속담에 “지혜는 들음으로써 생기고, 후회는 말함으로써 생긴다.”라고 했다.이 속담은 어떤 면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고,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가장 번뇌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해 보다 연일 폭염으로 힘들었던 여름방학 일주일 동안 모 대학교에서 ‘중등 학생 이해 상담역량강화 직무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먼저 느낀 것은 나 자신부터 상담연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고 거기다가 유난히 더운 여름에 힘든 연수를 받는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하였다.그러나 연수를 받으면서 나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상담기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학교수들과 상담 전문가들의 이론수업과 집단상담 실기수업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내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보여준 대화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2016-09-01 09:32:37
반대말 찾기
‘반성’은 돌이켜 살펴본다는 뜻으로 교사들에게도 중요한 용어다. 학교교육이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 중심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교육은 반성적 과정”이라는 말이 새삼 비중 있게 다가온다. 늘 해오던 방식을 반성해야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완고함을 “문제를 야기한 당시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다.”라는 표현으로 지적했다. 이해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는 데는 용어의 의미를 명료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여기에는 대비시키기와 반대말 제시하기가 효과적인데, 회색은 흰색을 구별되게 해주고 검정색은 흰색의 본질을 짐작케 해준다. 반성의 대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과 달리 훈련에서는 반성보다는 반복이 중요하다. 군대의 훈련은 이미 반성을 거친 내용들로 이루어져 지나친 반성은 목표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교사훈련은 영어권...
2016-08-18 11:27:07
산을 내려올 때의 마음으로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다. 단 석 줄, 열다섯 글자의 짧은 시다. 짧지만 긴 울림을 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처럼 며칠 피었다가 지는 꽃이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꽃들이 있다. 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 소쩍새의 울음으로 피어난 미당의 국화, 강진의 명물인 영랑 생가의 모란꽃,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답다는 도종환의 목백일홍, 이름을 불러주어서야 비로소 꽃이 되는 김춘수의 꽃........꽃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올 때는 보았다. 보지 못한 것이 어찌 꽃 뿐이랴. 그 꽃은 어떤 꽃일까? 화려한 꽃도 이름이 잘 알려진 꽃도 아닐 것이다. 길섶에 숨어있는 들꽃이거나 풀꽃일 수도 있다. 이름을 잘 모르는 무명의 꽃일 수도 있다. 자기를 드러내기 좋아하는 그런 꽃이 아닌. 꽃은 그저 무심하게 그렇게 피었는데. 바삐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하고 여유롭게 내려오는 길에 보았다....
2016-08-01 09:28:35
고향 친구, 그리움을 더하다
여유롭지 않은 도시생활 속에서 시계 초침처럼 잊혀가는 고향과 인생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장독에서 오랜 시간 묵은 김치같이 멋지게 세상을 살고 있는 고향 친구가 한 명이 곁에 있어 힘들고 지친 중년의 마음에 서로에게 소중한 위로가 된다. 몇 년 전,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 중견 간부로 활동하던 친구는 남몰래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회사 재정 상황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인 친구는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었고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그토록 힘든 시간을 어느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그리 좋아하던 마라톤도 잠시 내려놓았다. 친구는 오랜 숙고 끝에 앞으로 월급은 비록 적어지더라도 끝까지 자신은 회사에 남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동고동락했던 일부 동료들은 아픔을 뒤로하고 여기저기서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났다. 허탈한 모습으로 회사 정문으로 사라지던 회사 동료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고, 어떤 말도 끄집어내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면서 친구...
2016-07-18 10:00:18
이 세간의 모든 일이
거실에 놓인 가족 공용의 구닥다리 컴퓨터가 그날따라 더욱 버벅거렸다. 이럴 때 사용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운 좋게도 바탕화면에 깔린 거대 폴더가 원인임을 알아냈다. 파일명이 ‘미드’, 곧 미국드라마이니 분명 둘째 딸내미 ‘소행’이다. 폴더를 옮겨 조치를 하고는 한 마디 던졌다. 그런데 “앞으로는 절대 안 할게요.”라는 응답이 방에서 돌아왔다. 감정이 실린 말투였다. 그럴만한 상황이기는 했다. 잠시나마 고스란히 받은 스트레스가 내 말투에 담겼을 것이고, 다른 가족들이 듣는 데서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말버릇이… 훈계를 할까 하다가 커피를 타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감정이 수그러지자 호기심이 솟았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데 왜 감정 실린 말들이 오가게 되었는가?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포스트잇이 제격일 테고, 그것을 모니터 하단에 붙여 놓았다면? 나라면 감동을 받을 것 같았다. 전달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2016-07-01 10:25:43
어디까지 가십니까?
봉정암 가는 길, 길은 여러갈래다. 대구에서 늦은 11시에 출발하여 이른 3시 30분경에 오색약수터에 도착하여 일부는 산을 오르고 일부는 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향하였다. 봉정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열 시간에서 열한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힘든 길이지만 살아생전 꼭 한 번은 봉정암에 가보겠다고 발심한 사람들이 뭉쳤다. 어떤 사람은 저승에 가면 저승사자가 ‘봉정암에 갔다 왔느냐?’고 묻는다며 ‘오늘은 꼭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봉정암 가는 길, 길고 험하다. 짧은 길을 택하면 험하고 험하지 않은 길을 택하면 멀다. 젊은 사람들은 오색약수터에서 대청, 중청, 소청을 거쳐 봉정암에 가는 길을 택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백담사, 영시암을 거쳐 봉정암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백담사를 통해 오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길을 만나면 길을 따라 길 아닌 길을 만나면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온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봉정암에 갔다가 오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봉정암 오르는 사람들 천차만별...
2016-06-16 09:55:48
끝없는 인연
신록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봄 자락 끝에 심인당에서 야외법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버스 안에서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행운권 추첨을 하는 순서가 되었고 행운권 번호를 부르자, 나이 드신 보살 한 분이 선물로 수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행운권 추첨에서 놀랍게도 수저 받은 보살님의 각자님이 선물로 양은 냄비를 받았습니다. 부부끼리 수저와 양은 냄비를 선물 받다니 이렇게 멋진 부부 인연이 또 어디 있겠나 싶어서 재빨리 그 부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인연 중에 부부 인연도 있는데 하물며 물건도 사람과의 인연이 있네요. 보살님은 수저로 각자님이 양은 냄비로 지으신 밥을 드실 인연인 것 같습니다.” 동승한 신교도들도 이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습니다. 심인당 자성일 날에 둘째 법문 시간 전에 정사님의 선곡으로 신교도들과 함께 ‘나유타’라는 서원가를 불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노래를 부를 때, 나유타의 의미도 모른 채...
2016-06-01 16:3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