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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청춘, 한 번뿐인 선택
치매에 걸리면 어린아이처럼 된다고 한다. 아이처럼 보살펴야 하고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 인데 꼭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보살피던 존재에서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된다. 그때가 되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온 시간에 저항하는 대신, 가슴 속에 묻어둔 청춘을 카세트테이프 돌리듯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은 시절을 배경음악 삼아, 더 많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걸 후회하거나 사랑받았던 순간을 아름답게 추억하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회고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과정은 자연의 이치지만 그 과정에서 한 번 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삶의 궤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다시 주어진 젊음으로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을까? 어떤 선택을 되돌릴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젊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한 번 더 맛보는 발칙한 상상 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마치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다면?’ ‘어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라는 질문처럼.. 독자로...
2020-01-31
간호철학을 생각하며
한 학기의 종강이 다가오고 있다. 연구실과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사색들에 갈증을 느끼며 쉼 없이 달려왔던 학생들과의 수업이 하나씩 하나씩 마지막 책장을 덮어가고 있다. 매 학기마다 보람과 아쉬움 속에서 맞이하는 종강은 단순한 업무의 종료가 아니라 생각의 키가 자라고 열매를 맺는 나무를 다듬는 일과도 같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길 위에 어느새 계절도 옷을 바꿔 입고 있었다. 여름의 뜨거웠던 열정과 가을의 찬란했던 축제들이 자신의 쉼터를 찾아 돌아간 들판은 바람과 낙엽의 소리로 물들고 있었다. 알싸한 공기와 나목의 초연함은 언제나 세상살이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이번 학기에는 ‘간호윤리와 철학’을 강의하였다. 간호철학 수업자료를 만들기 위해 철학서적을 찾아보고 논문도 검색하면서 고민해보았지만 결국은 ‘철학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철학에 대한 지식과 철학자들의 많은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2019-12-30
우포늪과 즉흥성의 시간
오랜만에 우포늪을 찾았다. 별 다른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떠나온 길이었다. 첫 직장생활을 창녕에서 시작한 터라 우포늪 가는 길은 심리적으로도 먼 길은 아니었다. ‘동트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느닷없이 달리는 낭만적 여정은 아닐지라도 1억 년 전에 빚어낸 이 천연의 습지에서 이정표 없이 걷고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도화지에 찍어낸 데칼코마니처럼 물속에 비친 산들과 바깥의 풍광이 조화롭고 신비롭다. 물 위를 낮게, 물 아래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와 짝을 지어 날아가는 백로의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물과 나무와 새들과 꽃들과 시작도 끝도 규정할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자니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물론 내 눈에 안 보인다고 내 앞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들까지 마치 이곳이 인류의 시작점인가 하는 느낌, 그래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할 때 여기서 걸으면 스멀스멀 생기가 오를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나의 일상엔 가끔씩 즉흥성이 개입한다. 즉흥적으로 떠...
2019-12-16
엄마와 딸의 대화로 보는 세대 차이(직장 편)
밀교신문에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글’이란 공통점 덕분이다. “이번엔 어떤 주제로 쓸 꺼야?”라며 묻는 엄마는 나의 든든한 1호 팬이자 검수자로서 소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준다. 물 흐르듯 한 번에 척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좋으련만 글감을 선정하는 것부터 대체어를 찾는 과정까지 의견이 자주 부딪힌다. 이번만 하더라도 그렇다. “퇴사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로 소재를 정했을 때, 엄마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 이유에 관해 물었고, 내 답변을 듣고 이내 실망했다. 에어컨을 사러 갔다가 선풍기를 사은품으로 받아 온 걸 더 기뻐하는 꼴이라며 너무 소소하다는 게 그 이유다. ‘소확행’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신조어로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소비패턴이다. 이는 직장이나 직업 선택에도 해당된다. 평생직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 온 부모님 세대와 달리 성적, 대학, 취업, 사회에서 인정받을 ...
2019-11-25
시험 감독의 추억
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학생들의 학업 열기도 익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중간고사 기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한 학기가 다 가고 또한 학생들의 학업 성과는 시험 성적으로 나타나므로 공정한 시험절차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리하여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대책을 논의하고 시험 감독 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필자는 다양한 형태의 시험 감독을 해보면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경험하였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다시 한번 교육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일화가 생각난다. 몇해 전, 시험이 종료 되고 며칠 뒤 학생 몇몇이 찾아와서 시험 시간에 누군가 컨닝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학과에서는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하여 관련 학생들을 면담하고 결국은 전체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였다. 전체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재시험을 치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대화하고 소명할 기회...
2019-11-11
경계의 경계
오래 전에 ‘대왕 세종’이라는 대하드라마가 있었다. 왕자인 충녕이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던 시절이다. 정인지, 최만리 등 성균관의 젊은 유생들이 이 나라엔 아무 희망이 없다고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충녕이 나타나, 실망하고 절망하는 거라면 그대들보다 내가 전배(선배)라고 너스레를 떨며 “절망이라는 건 말이지요, 있는 힘껏 꿈을 위해 뛰었는데 그래서 이제 더는 남은 힘도 없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부서지고 깨지고 무너지기만 할 때 그 때야 비로소 절망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에겐 좀 더 부서지고 깨질 힘이 남아 있다고 보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냐고 진지하게 되묻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경계를 짓는다. 이건 잘못됐고 저건 절망할 일이라고 규정을 한다. 그렇게 경계선을 서둘러 그어 버리면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2019-10-28
내가 닮고 싶은 직장에서의 어른 모습
“요즘 어떻게 지내?”, “회사는 어때?”, “팀원은 괜찮아?” 스타트업이었던 첫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지만,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지금 보스를 만나기 위해 이 회사에 입사한 것 같아!” 하지만, 신나게 대답하던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큰 포부를 안고 입사한 직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고강도 업무를 처리하다가 건강 문제 또는 심리적 위기를 겪고 난 뒤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나의 세 번째 사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을 이끌던 보스가 사라지자 가벼이 주고받던 안부도 갑자기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와 맞닿는 느낌을 받았다. 무술 만화책이나 액션 영화에서처럼 나약한 주인공을 수련시키는 스승과 같은 나의 보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돌아가던 나침반이 뚝, 멈춘 기분이다. 열정만 남은 난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것인가? 스타트업에서 ...
2019-10-04
느림에 대한 단상
현대인의 삶은 빠름을 추구한다. 무한경쟁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빨리 결정하고 빨리 움직이고 빨리 완성하는 것에 긍정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빠름은 부지런함이나 능력으로 인정되고 반대로 느림은 게으름이나 무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필자는 임상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시절, 간호사는 바쁘게 움직여야 되고 앉아있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였다. 식사 시간은 십 분을 넘기면 동료간호사 에게 민폐가 되고 뛰고 있으면 윗사람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같이 앉아 있다가 일은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운다는 오해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자연히 ‘빠름’은 간호사의 능력과 동일시되었다. 오늘날 빠름이 능력과 동일시되는 직종이 어디 한 두 직종이겠는가? 삶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조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초스피드 식사를 하고 유적지를 스...
2019-09-10
쉘 위 댄스
어느 여름 아들과 둘이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을 떠났다. 뮤지컬 영화 ‘왕과 나’로 유명한 율브리너의 생가를 찾았다. 잠시 영화의 한 장면인 ‘쉘 위 댄스’를 떠올리며 율브리너의 동상 뒷모습만 봐도 참 당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들과 함께 오니참 좋다고 여행의 의미도 부여했다.그러나 저녁에 아르바트 거리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이국의 정취를 느끼려는데 아들이 불쑥 한마디 한다. 아빠와 함께 여행한다니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필자의 반응에 뭔가 서로 불편한 게 있겠지 세대차이 같은, 하고 웃는다. 주체가 아들이 아니라는 모호함을 빌미로, 우리는 언제든 같이 여행 가자, 라며 호기롭게 잔을 부딪쳤다. 이 즉흥적인 제안은 어느 정도 힘을 가질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축적된 성향과 기호가 있다. 그것은 권위나 당위로 강요할 수 없다. 여행지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일정을 시작하려는 경우와 늦잠을 자고 좀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경우는 참으로 사소...
2019-08-16
일상 속 작고 착한 일을 직장생활에서도 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볼일이 급할 땐 온 세상이 노랗고 초조해져 낙후된 화장실이라도 있길 간절히 바라다가 볼일을 마치고 나오면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어우~ 냄새”라며 감지덕지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툴툴거린 적.취준생이 바라보는 취업 시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디 한 곳이라도 제발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한 몸 바쳐 열렬히 일하겠다는 투철한 일꾼 정신으로 무장한 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막상 들어가도 오래 못 버티고 나오는 이유는 왜일까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결하는데도 들어가기 전과 후 태도가 이렇게나 달라지는데, 매일 하루 8시간 이상씩 일하는 일터는 말할 것도 없지요. 굵직한 기업들도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직장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업무가 아닌 인간관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생활 최고의 복지는 팀원들과 일상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처음 입사하고 사수와의 대화 중 놀랬던 건 “우...
2019-07-26
눈치와 간호에 대하여
우리사회의 심리적 기제와 행동의 특징 중 하나가 ‘'눈치’'이다. 눈치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과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여 상대의 기분에 맞추거나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우리는 흔히 눈치가 있다. 눈치가 없다. 또는 눈치를 본다. 라는 말을 하게 된다. 눈치는 상호관계적 맥락 속에서 파생되며 상황과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여 대처한다는 점에서 눈치는 대인관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에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며 소신있는 행동보다는 처세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약삭빠르다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된다. 필자는 작년에 간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습에서의 눈치 경험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룹 면담을 하면서 학생들은 임상실습 기간 동안 겪었던 다양한 눈치에 관한 에피소드와 느낌들을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
2019-07-08
커피를 끓이지 않는 시간
주변에 커피가게가 부쩍 늘었다. 당연히 커피를 즐기는 인구도 늘어났다. 몇 해 전인가 보다. 오랜 세월 믹스커피만 찾다가 소위 내려 먹는 커피를 익히기 시작했다. 옆 자리 동료의 새로운 커피 담론과 참견도 한몫했다. 그 후 커피 냄새가 시공간을 깨우고 초보 바리스타의 서툰 솜씨를 과장적으로 격려하는 동료들 덕분에 커피 내리는 일은 귀한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커피의 소비도 빨라졌는데 마침 일에 쫓겨 원두 주문을 며칠 놓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오늘은 커피 안 내리시냐며 은근히 미숙련공을 재촉하기도 했다. 그 때 포스트잇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써 붙였다. ‘맛있는 커피를 끓이기 위해서는 커피를 끓이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옆에서 동료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믹스커피 한 잔을 내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메모지에 남긴 그 문장은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 발견한, ‘맛있는 빵을 굽기 위해서는 빵...
2019-06-24
네이버 웹툰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요?
미친 사람들이 있다. 일에 미친 사람들. 일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일이 쌓이는 시간이 더 빠른 이곳. 북미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다 보면 미국 시차 때문에 핸드폰은 새벽과 주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신기한 점은 팀원들 모두 지치는 법을 망각했는지 열렬하게 전의를 불태우면서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어디서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살펴보니 업무 시간엔 일하고, 쉬는 시간엔 웹툰을 본다. 밥을 먹으면서, 퇴근하면서 웹툰을 보고 자기 전에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웹툰을 본다. 누군가는 경악할 테지만, 나 역시 일과 휴식이 웹툰 보는 일이니 일하면서도 쉬는 셈이다. 네이버 웹툰 지원조건은 최소 3~5년의 경력자 채용 공고였고, 난 이제 막 신입티를 벗은 경력자에 불과했다. 이력서에 내세울 경력은 2년이 채 안되었지만,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0년 이상 지독하게 웹툰을 본 게 내 경력이자 숨은 무기였다. 서류 ...
2019-06-04
대학생 봉사활동의 의미
요즘 우리 사회에는 봉사활동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에는 봉사활동이 재학 기간 동안 이수해야 할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봉사란 무엇인가?봉사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자신보다는 타인의 이익이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진정성 있는 봉사를 하려면 당연히 봉사자의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봉사를 생각할 때면 필자는 오래전 일본 지하철에서 노인 분들이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사회봉사가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되어 의무화되고 있거나 졸업인증제로 제도화되어 있어 봉사가 타율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제도화된 봉사 활동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봉사의 동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데 교수나 학생의 윤리의식이 바탕...
2019-05-14
비유의 힘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가 있다. 소설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에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해온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그를 응원하는 우편물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마을 청년 마리오는 매일 자전거로 섬을 오가면서 네루다에게 그 우편물을 배달한다. 네루다를 만나기 전에 이렇다 할 꿈도 직업도 없던 시골 청년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나면서, 특히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를 얻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점차 시인의 눈을 갖게 된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시인의 길은 메타포(metaphor, 은유 혹은 비유)에서 시작한다고 격려하고, 마리오는 네루다를 통해 점점 메타포의 세계로 나아간다. 한 편의 시 같은 영화이다.사실 고대부터 많은 문명권에서는 수사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다. 그리고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비유였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가장 탁월한 인간은 비유적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또한 남을 설득하려면 로고스(logos, 논리), 에토스(eth...
201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