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노을지는 석양을 보련다
동창회 총무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뜬다. 11월 둘째 주 토요일에 모임이 있으니 참석 여부를 알려달란다. 책상 위의 달력으로 고개를 돌리니 미리 정해진 중요한 일정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참석이 어렵다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신호음이 울린다. '혼자 너무 바쁜 것 같다. 건강이라도 챙겨라'는 답신이다. 요즘 들어 '시간이 없다' '바빠 죽겠다'는 말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이 되어 버렸다. 시간은 변함 없이 그대로인데 나 혼자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인데 시간의 소유자가 되기도 하고, 노예가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참된 소유자는 시간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데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너무나 많은 책임과 자극으로 가득하다. 휴식은 고사하고 단 몇 시...
2006-10-27 12:06:44
까마귀와 공작
필자가 고등학교에 진학 할 때만 해도 입시시험이 있었다. 중학교는 추첨을 해서 들어갔고. 결원이 없어 고등학교 2학년 말에야 겨우 '따라지' 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뚱뚱하고 못 생긴'친구가 있었다. 아버지가 국립대학 학장이라고 했다. 모두들 그녀에게 무관심했고, 스스로도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무와도 사귀지 못했다. 필자만이 그녀에게 말을 붙여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대학도 예비고사마저 떨어져 갈 곳이 없자, 필자가 다니는 학교에 '청강생'으로 다녔다. 물론 그 사실을 필자만 알았다. 졸업할 때 가운이 나오지 않아 모두들 알게 됐지만. 대학 졸업 무렵엔 '가출'을 해 집안이 뒤집어졌다. 한 달여 만에 찾아 집으로 데려온 딸을 그 부모는 두 달만에 받을 유산이 많은 '말더듬이' 뚱보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그녀의 결혼식을 끝으로 필자도 서울로 와 버려 한동안 소식이 뜸했다. 간간이 소식을 전해 들으며 잘 사는구...
2006-09-11 14:55:54
행복은 성적순인가요?
"도대체 이런 걸 왜 배워야 해요?" "행복은 성적순인가요?" 학교수업이 끝난 후에도 늦도록 이 학원, 저 학원 뛰어다니며 배움에 여념이 없는 우리 아이들. 부모와 교사가 그런 양적인 교육에 안도하고 있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매일 같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친구가 함께 손잡고 가야할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비교의 대상이 되고, 성적으로 아이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그 학생이 잘할 수 있는 다른 것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로 지적 된지 오래이다. 영어성적은 높은데 영어는 잘못하는 나라, 도덕성적은 높은데 도덕의식이 결여된 나라, 학문하는 사람은 많은데 세계적인 석학은 없는 나라, 대학 학점은 좋은데 실제로 일을 맡기면 올바로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라, 교육열은 세계 1, 2위를 자랑하면서 산업경쟁력은 높지 않은 나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인가? 아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오긴 했으나 무조...
2006-08-30 17:04:11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세상을 살면서 폼 나고 잘 나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지만, 세상 외진 곳에서 철저하게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행운이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 많은 지인들로 하여금 코끝을 싸아하게 만드는 윤중호 시인은 후자 쪽 사람이다. 윤중호 시인을 만난 것은 1989년 여름 민예총 살림을 살 때였다. 그때 그의 행색은 산에서 금방 내려온 도사 같았다. 세속의 모든 것들을 비워버린, 속세에 전혀 뜻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비죽이 웃는 웃음 뒤에는 그의 새파란 자존심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여느 사람들처럼 무난하게 살지 못하고, 사연 많고 가슴 저리고 아프게 목을 외로 꼬고 떠돌며 살았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남의 아픔까지도 숙명처럼 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시인이었다. 시인은 일찍이 '우리 모두가 안쓰럽고 불쌍하기 짝이 없는 중생이라는 걸' 배웠던 것 같다. 윤중호 시인의 문학...
2006-08-11 15:57:48
아직도 글 쓰세요?
문단에 이름 석자를 올려놓은 지도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문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이십대 초반, 필자가 가지고 있는 잣대에 세계가 맞지 않는다고 분노하고,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나 세계는 누구의 잣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가진 잣대만큼 세계를 바라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미욱하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분노를 담은 발톱을 감출 줄도 알게 되었다. 분노와 적의를 드러내던 시절, 필자는 어리석게도 문학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맹신했다. 그러나 문학은 사회를 절대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문학은 사회에 아무것도 기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을 약간 변화시킬 수는 있을는지 모른다. 그 변화란 것도 쓸데없이 번뇌에 휩싸이게 만들고 질문하게 한다. '왜'라고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고뇌에 빠지게 되고, 고뇌하는 인간은 스스로 우월감을 가지게 될 뿐이다. 필자가 문학이라는 이름만 들...
2006-07-26 17:14:53
속사랑
군 복무 중인 제자가 올 겨울 제대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했고 스스로 찾아서 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받기 전에 빨리 답장 보내달라고 어리광 부리더니, 이제는 남은 군 생활 동안 복학준비를 위한 알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그 사이 많은 성장을 한 듯 하여 대견하기만 하다. 최근에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과 학점관리, 스케줄 관리까지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무척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성인기에 접어든 대학생임에도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왜 갖지 못한 것일까? 얼마 전 TV를 통해 독수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독수리를 돕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먹이를 갖다 주었다. 먹이가 떨어지면 다시 갖다 주는 것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먹이를 계속 얻어먹기만 한 독수리는 닷새나 굶으면서도 먹이 사냥을 않고 또 먹이를 ...
2006-07-12 12:17:01
자연의 살림이 그립다
각 지자체에서는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 다투어 열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치러지는 반딧불이 축제도 이에 속할 것이다. 혹 반딧불이를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장터처럼 마시고 즐김으로써 오히려 반딧불이를 죽이는, 그런 축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딧불이는 생태적으로 밝은 불빛과 소리를 싫어한다. 이외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생태 관련 축제가 전국에서 강, 바다, 산, 꽃을 주제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생명·생태 관련 축제는 도시산업화의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 환경이 파괴 된데서 비롯된 대안의 문화축제이다. 자본의 문화는 자본의 논리,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남이야 어찌 됐든 자기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에 기초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모조리 박물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가 자본의 논리를 내세워 돈벌이에 눈을 돌리고 ...
2006-06-27 14:29:37
대중목욕탕
필자는 아직도 겨울이 되면 대중목욕탕엘 간다. 수증기가 자욱한 대중목욕탕에서 땀을 흘리며 목욕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 동네에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대중목욕탕이 있다. 하나는 오래된 삼층 건물의 이층에 있고, 하나는 새로 올린 십오 층 빌딩의 지하에 있다. 당연히 새로 올린 빌딩의 지하 목욕탕의 시설이 훨씬 좋다. 크기도 세 배는 될 것이다. 필자는 물론 새로 지은 건물의 목욕탕엘 간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항상 조용해서 좋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표도 받고 음료수도 팔고 청소도 하는 아주머니가 갈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욕을 하며 청소를 했다. 그렇게 늘 화를 내고 욕을 하며 일을 하니 얼굴이 마귀할멈처럼 변해 있었다. 왜 사람들이 시설이 이렇게 좋은 사우나탕을 두고 오래된 이층 목욕탕을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손해인 것이다. 우선 자신의 얼굴이 미워지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주인에게 손해를 ...
2006-06-14 16:37:50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을 때, 말아톤이라는 영화와 장애가족의 힘든 사연이 전해지는 뉴스에서 네 손가락 희야의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그나마 접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겠는가. 비장애아들과는 확연히 다른 발달과정, 변화의 정도와 도달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 우리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없고 교육과정이나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집 옆의 학교를 두고 먼 곳의 (특수)학교로 가야하고, 자폐아는 폐가 막힌 것으로 알고 있는 이웃을 만나고, 장애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장애가족의 일상은 어쩌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걸어가야 하는 낙타의 일생과 같을지도 모른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경우들을 견디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가 그들이 느끼는 짐의 무게가 더 이상 힘겨운 짐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래서 깃털처럼 가벼워 질 ...
2006-05-26 13:58:39
개망초 꽃이 피었습니다
개망초(亡草)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꽃으로 알려져 있다. 망초꽃이 무성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설은,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 개망초가 전 국토로 급속하게 퍼졌다는데서 설득력을 얻는다. 두보의 시에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國破山河在), 성안의 봄에는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城春草木深)'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농촌이 망해도 전답은 그대로요(農破田畓在), 농촌의 여름은 망초만이 무성하구나(農夏亡草深)'로 바꿔놓고 보니, 이 속에 농촌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하다. 산하(山河)와 전답은 민중들의 삶의 터전일진데, 그 논과 밭에 개망초만이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논밭이 개망초로 덮이는 것은 곧 농사에 애착을 갖지 못하는 농민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곡물대신 빽빽하게 개망초가 들어서는 들판의 모습에서 개망초가 슬픔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농민이 떠난 자리를 개망초가 차지함으로서 또 다른 아픔으로 비춰지...
2006-05-12 17:15:42
행복한 사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오십이 가까운 나이가 되자 남자 동창들에게서도 동성에게서 느낄 수 있는 우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공자는 쉰의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혹은 인생의 의미를 아는 나이라는 뜻이다. 모두들 한 삶을 살아내느라 눈가에 주름이 지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져 있었다. 하늘은 절대 호락호락하니, 하늘의 뜻을 알게 하지 않는다. 나는 뒤늦게 그들을 만났지만 남학생들은 벌써 몇 해 전부터 가끔 만나고 있었단다. 더 젊었을 때인 삼십대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동창을 만날 엄두도 내기 어려웠기도 하거니와, 소위 세속적으로 잘 나가는 놈 몇몇만 만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쉰의 나이가 코앞이 되자 세속적인 출세와는 관계없이 동심으로 돌아가서 소주를 한 잔 하고,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로 성공한 K가 언제부턴가 그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
2006-04-27 16:00:09
명랑해지기 위한 연습
봄으로 가득한 교정을 지나던 한 학생이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라고 우렁찬 인사를 건넨다. 잠시 내 얼굴을 마주하더니 묻는다. '교수님 많이 피곤하십니까?' 아닌데, 여유롭게 잘 쉬었는데, 순간 내 표정이 너무 어둡게 비쳐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무슨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부분이 자신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삶의 모든 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세상이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싸우고 괴롭히고 화를 내고 고통을 받는다. 삶에 대해 좀 더 태연해지고 그러기 위해 지금의 긴장상태가 주로 자기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셀 수 없는 많은 기대를 떨쳐버리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좀더 자유로워 질 수...
2006-04-13 14:54:18
봄은 왔는데
도시산업화는 곧 공업화를 이루는 것으로 부의 상징처럼 여긴다. 그동안 농촌은 도시산업화 이행과정에서 전초적 기지로서 보조적 기능만을 억압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후 산업화의 모든 자리를 도회지에 내어준 채 농촌사회는 무참히 붕괴된다. 결국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은 일차적 생산의 주체이면서도 밥그릇을 도시에 빼앗기고 만다. 이런 결과는 농촌을 희생양으로 삼아 부의 축적만 이루려는 경제적 상황논리에서 기인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의 농촌은 수입 쌀 문제로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밥 짓는 쌀로 사용될 미국산 1등급 칼로스 쌀 1천372톤이 3월 23일 부산항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반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쌀은 식물검역과 규격심사 등 통관절차를 거쳐 경기도 이천 유통공사의 창고에 보관된 뒤 4월 초순 경 공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은 "2006년은 그야말로 한국농업이 살아남느냐, 완전 몰락하느냐의 결정적 기로"라며 "350만 농민은 국민...
2006-03-29 15:03:25
신라 유일의 부부합장릉 '흥덕왕릉'
신라 42대 흥덕왕은 김경휘이다. 원성왕의 손자이며, 헌덕왕의 동생이었다. 819년, 헌덕왕 11년에 이찬으로 상대등이 되었으며, 826년에 왕으로 즉위하였다. 왕은 장보고를 청해진대사로 삼아 해적의 침입을 막게 하였고, 왕의 재위시절에 당나라로부터 차의 종자를 가져와서 재배, 이때부터 차의 재배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834년 복색제도를 고치고 백성들에게 사치를 금하는 등의 여러 치적이 있다. 그러나 흥덕왕은 정치적 능력이나 역사적 치적보다 왕후에 대한 일편단심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왕비는 소성왕의 딸이었고, 장화부인(章和夫人) 김씨(金氏)였는데, 왕이 즉위하시자 정목왕후(定穆王后)로 책봉되셨다. 그러나 정목왕후는 흥덕왕이 보위에 오른 첫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러자 왕께서는 보위에 있는 돌아가신 왕비만 생각하면서 결혼하여야 한다는 주위의 간곡한 청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으셨다. 11년 동안을 홀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또한 돌아...
2006-03-14 14:06:51
'봄'이란 예쁜 글자
유난히 춥고, 폭설로 얼룩진 지난 겨울이었다. 모처럼만에 서울 근교의 꽃 시장을 찾았다. 겨울이 다 갔다고는 하나 아직도 살갗에 닿는 바람결은 차다. 너무 성급한 건 아닐까 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집집의 비닐하우스 안은 눈부시게 환하다. 모진 추위를 견디고 나온 꽃들이 서로 '나 좀 보아 달라'는 듯이 서로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겨우내 웅크리고만 있던 내 마음이 환하게 밝아온다. 역시 꽃과 나무들, 자연에게서 얻는 감동이 가장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꽃대를 밀어 올리는 수많은 난들이며 철쭉이 아름드리로 피어있다. 봄이라는 빛깔은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곳곳에서는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때에 따라 눈이 나고, 싹이 트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의 법칙, 그 순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거스르는 법이 없기 ...
2006-02-27 11: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