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돈보다 소중한 것

편집부   
입력 : 2009-02-12  | 수정 : 2009-02-12
+ -

멕시코시티의 한 시장에 나이든 인디언이 있었다. 그는 새벽 일찍 시장에 나와 스무 묶음의 양파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팔았다. 어느 날 한 미국인이 노인 앞으로 다가와 양파 값을 흥정했다. 

"양파 한 묶음에 얼마요?"
"10센트입니다."
"그럼 세 묶음에는 얼마요?"
"30센트입니다."
노인의 대답에 미국인은 실망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많이 사도 깎아주지 않는군요. 그럼 스무 묶음 전부를 살 테니 얼마에 주겠소?"

노인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미국인에게 대답했다. 
"이 시장은 내 삶의 전부입니다. 나는 이곳에서 이웃과 친구들을 만나 인사하고, 그들과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이 시장에 하루 종일 앉아서 스무 묶음의 양파를 파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만약 양파를 다 팔아버리면 내 하루는 끝이 나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순식간에 잃게 되는 것이지요."

오래 전 우리 어머니들도 들에서 캔 나물 한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십리가 넘는 흙길을 걸어 5일장에 나가곤 했었다. 그 나물을 팔아 어머니는 사탕 한 봉지와 풀빵 몇 개를 사오곤 했다. 형제는 동구 밖까지 나가 허기진 배를 달래며 어머니의 귀가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어머니는 날이 궂거나 개거나 장이 설 때마다 읍내로 향하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단 나물을 팔아 자식들의 군것질거리를 장만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머니에게는 닷새마다 열리는 장터가 처녀적 친구와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나들이 장소였던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이 만나는 곳…. 시장은 돈만 모이는 곳이 아닌 것이다.   

이용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