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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의 경지, 어렵지 않네

편집부   
입력 : 2008-12-24  | 수정 : 200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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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날리는 창밖을 보면서 몇 사람이 모여 세모(歲暮)의 정을 나누었다. 장작불이 타고 있는 난로 옆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그래도 일 년을 무탈하게 살았으니 다행한 일이라고 서로를 위로하였다.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최가수로 불리는 그는 “내년에는 니르바나를 좀 더 많이 이루면서 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수행자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니르바나의 경지에 도달해?”라고 반문했다.

니르바나(nirava)는 흔히 열반(涅槃), 입멸(入滅)로 해석되고 있지만 초기 경전에서는 탐진치(貪瞋癡) 번뇌의 불을 없애는 것이라 한다. 번뇌가 없으니 ‘지혜의 완성된 경지’이며 ‘모든 미혹에서 벗어난 경지’를 뜻한다.
최가수는 또 다시 “우린 니르바나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꼭 영원한 니르바나만 꿈꾸어야 하는가?”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일상 속에서 어느 한 부분은 니르바나를 이루면서 살고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난 내가 입고 있는 옷 대부분이 헌옷 파는 가게에서 사 입은 거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의 반 이상은 남이 버린 것을 주워온 중고품들이야. 난 좋은 옷 입고 비싼 물건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물질에 관한한 니르바나를 이루고 있는 셈이야.”

그러자 몇 해째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시인은 한때 문제가 된 직불금을 언급하면서 “나는 직불금에 대해서는 니르바나를 누리고 있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 년 내내 논밭에서 땀 흘리면서 일을 하니 직불금을 받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도시에 적을 두고 왔다갔다 하니 오리지널 농사꾼이 아니란다. 그래서 직불금을 받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여 신청하지 않았단다. 평소 강직한 그의 성격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직불금 때문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옥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탐욕과 원망심과 분노를 없앤다면 그 순간이 바로 니르바나의 경지임에 틀림없다. 새해에는 작은 것에 대한 집착과 탐욕부터 내려놓으면서 니르바나의 경지를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해본다.

문윤정(작가, 프리랜스)